김수현·구윤철·김현수 등
중량급 4~5명 전략공천 추진
지역 민주당은 비판적 시각

문재인 정부에서 대구·경북(TK) 패싱론이 강하게 불면서 자유한국당의 전승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TK지역을 최대 승부처로 두고 총력전을 펼치기로 내부방침을 정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다음 총선에서 우리 당이 가장 역점을 두는 지역은 TK가 될 것”이라며 “총력을 기울여 정책과 인물을 TK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TK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일찍 발전한 뒤 오랜 기간 정체를 겪어 지역 개발에 대한 욕구가 크다”며 “그런 욕구에 적합한 인물 7∼8명을 영입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주당 또 다른 관계자는 “인재영입 실무는 물밑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문재인 정부 들어 TK패싱론이 강했던 만큼, 이미 검증되고 안정된 관료출신들을 통해 TK일꾼론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TK패싱론의 근거 중 하나가 TK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이었던 만큼, TK출신 고위 관료들을 총선에 내보내 TK패싱론을 희석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그 일환으로 TK지역 발전에 기여할 중량감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 이른바 ‘드림팀’을 꾸려 전략공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인사, 신산업 관련 전문가, 중량감 있는 기존 정치권 인사 등 컨셉트를 다양하게 구성하고, 가능하면 2∼3명씩 순차적으로 공개해 선거 흥행을 도모하겠다는 구상도 가지고 있다.

실제 이해찬 대표의 강력한 요청으로 입각 명단에서 빠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개각과 맞물려 TK전략공천 후보 1호로 공개됐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의 지역구인 구미갑 출마가 유력하다. 민주당은 김 전 실장 외에도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을 영입 후보로 두고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차관은 고향인 대구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현수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도 대구 차출설이 나오고 있다. 대구고-경북대를 졸업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 청도가 고향인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과 성주 출신인 김현기 행정안전부 지방자치분권실장 등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구미 출신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우 당에서 강력하게 출마를 요청했지만, 지난 6월 정책실장으로 임명되면서 차출은 어렵게 된 상태다.

TK영입 인사와 정책 제안 등이 가시화되는 것은 10월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추석이 지나면 본격적인 총선 정국에 돌입할 것”이라며 “10월쯤 되면 TK 지역주민들에게 영입 인사 후보군과 비전, 정책 제안을 구체적으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가을 TK 지역 FGI(집단심층면접)를 통해 세부적인 여론 동향도 분석할 계획이다.

이처럼 민주당이 TK 총선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전국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TK를 반드시 공략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TK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지난 18대 총선에서는 단 한명의 금배지도 배출하지 못했다. 19대 총선에서는 김부겸(대구 수성갑) 의원이 유일하게 민주당 이름으로 금배지를 달았고,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은 무소속으로 당선한 뒤 복당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 TK가 어려운 지역이다 보니 중앙당에서는 사실상 포기한 느낌을 줬던 것도 사실이다. 김부겸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개인 차원에서 내려가 도전하는 느낌이 강했다”며 “이번에는 전면전을 통해 TK를 절대 포기하지 않고 성의껏 다가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를 두고 ‘간 보기’, ‘애드벌룬 띄우기’로 보는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내년 총선이 8개월을 남겨둔 상황에서 전략공천을 언급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TK지역에서 출마하려는 민주당 인사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또 민주당 내에서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이 내년 총선을 그리기 위해 애드벌룬을 띄우는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TK전략공천 후보 1호로 내세운 김 전 실장은 토종TK가 아닐 뿐만 아니라 청와대 시절 TK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는 인물이었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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