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참모진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국회에서 벌이는 수준 낮은 감정싸움을 보면서 유례없는 불안 속에 떨고 있는 국민은 속이 터진다. 야당 의원의 질문에 고압적인 자세를 잃지 않는 청와대도 온당치 않지만, 감정이 앞서 번번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한 채 파행으로 치닫게 만드는 야당의 무능은 더욱 한심하다. 특히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서 일절 입을 다물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과 참모들에 대해서 제대로 따지고 드는 일에 서툴기 짝이 없다.

청와대 참모진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6일 오후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경두 국방부장관이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최근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을 놓고 9·19 남북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는지를 두고 고성을 주고받으며 서로 사과하라고 설전을 벌였다. 회의에서 한국당 김현아 의원이 “국방부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을 9·19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본다는 속기록이 있는데 맞느냐”는 질의하자,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은 “사실과 다르다. 속기록을 보여달라”고 반박한 것이 발단이 됐다.

문제의 핵심은 청와대가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9·19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야당은 당연히 정 실장에 대해 차분히, 그리고 집요하게 왜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지를 따지고 들었어야 한다.

그러나 김현아 의원은 머지않아 ‘내가 초선의원이라서 무시하느냐’며 정 실장의 답변 태도를 문제삼는 등 엉뚱한 말다툼으로 넘어갔다. ‘반말’을 했느니, ‘삿대질’을 했느니 하고 본질을 벗어난 언쟁을 벌이는 모습은 마치 시장통에서 쩨쩨한 시빗거리를 침소봉대하면서 멱살잡이를 하는 건달패 같은 모습일 따름이었다. 연일 남한 정부를 조롱하며 흡사 불꽃놀이를 하듯 미사일을 쏴대는 북한에 대해 일언반구도 내놓지 못하는 문 대통령과 청와대의 소상한 해명을 듣고 싶은 국민의 여망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일본의 무도한 무역보복 문제도 그렇다. 지난해 10월 말 우리 대법원의 징용배상 판결 이후 일본의 공세가 뻔히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적절한 외교력을 동원해 막아내지 않고 방관한 정부의 ‘무대응 8개월’은 치명적 미스터리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 조문에 따라 ‘중재’를 요청해왔는데도 이를 묵살한 연유도 밝혀진 게 없다.

야당은 이처럼 작금 경제와 안보의 핵심 의혹들을 파고들어 진실을 밝혀내는 일을 도무지 해내지 못하고 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뭇 정치인들이 난국을 해결해 국민을 구하려는 의지는 태부족하고, 정치적 이득을 노린 야욕만이 들끓고 있는 나라 형편이 말이 아니다. 야당 노릇 제대로 하려면 섣부른 감정이 아닌 탄탄한 이성을 바탕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지금 수준으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