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과 부산시교육청이 신청한 자사고 10곳의 지정 취소에 동의한다고 밝힘으로써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가 모두 일단락됐다. 평가 대상 자사고 24곳 중 10곳의 지정이 최종 취소됐다. 내년에는 전국 12개 자사고와 외고 전체인 30곳, 국제고 6곳, 과학고 17곳 등이 재지정 평가를 받게 돼 올해보다 더 큰 사회적 논란이 예상된다. 원칙 없는 정치 포퓰리즘의 산물인 ‘자사고 취소’ 논란은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교육부의 부동의로 살아남은 자사고는 전북 전주 상산고가 유일하다. 서울의 자사고는 총 22곳에서 13곳으로 줄게 됐다. 경문고와 전북 군산중앙고 등 자발적으로 지정 취소를 희망하는 4곳까지 포함하면 전국의 자사고는 총 42곳에서 28곳으로 줄어들게 된다.

자사고 논란은 쉽게 잦아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지정 취소가 결정된 서울과 부산의 자사고와 학부모들은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을 제기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의 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적 판단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이다. 그간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식 석상에서 여러 차례 “서울의 경우 이명박 정부 당시 급속히 자사고가 늘어나면서 고교서열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언급해왔다.

자사고·특목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은 완전히 주먹구구식이다. 교육청이 각 학교에 대한 재지정 평가를 하고 이를 교육부가 동의하도록 한 복잡한 의사결정 구조를 갖고 있다. 교육부는 동의 절차를 통해 교육청의 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 모두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도 쉬운 구조이기도 하다.

평가점수가 오락가락하는 것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 과거 상당수 자사고 재지정평가점수는 60점이 기준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상당수 교육청이 재지정 평가점수를 70점대로 높였다. 룰이 왔다 갔다 하는 유치한 게임인 셈이다. 전북교육청은 이를 80점까지 높여 상산고의 지정을 취소했는데 교육부의 ‘부동의’로 뒤집혔다. 세상에 이런 불공정한 엉터리 평가가 어디에 있나.

자사고 폐지의 명분은 고교서열화 부작용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서울 강남 일반고의 인기가 치솟고 다시 서열화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강남 집값까지 오를 기미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녀의 해외유학을 위해 무리를 감내해야 할 부모들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한일 무역전쟁에서 보듯이 지금은 수월성 교육에 관심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자사고가 명문대 입시학원으로 전락했다면 그걸 고칠 생각을 해야지, 아예 문을 닫게 만드는 건 포퓰리즘 말고는 설명이 안 된다.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으로 멍드는 것은 아이들이요, 암담해지는 건 나라의 미래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