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부터 다시 시작해 네 차례나 이어진 북한의 미사일 도발로 속이 가장 시커멓게 타들어 가는 쪽은 아마도 문재인 정권 관계자들일 것이다. 한반도 평화를 큰 업적으로 내세우며 금세 북한이 핵을 내려놓을 것처럼 장담하던 문 정권이 김정은의 잇따른 폭죽놀이에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짐작은 된다. 그러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들쭉날쭉 열었다가 말았다가 하면서 번번이 무기력한 ‘우려’ 표명만 거듭하는 행태는 국민에게 불안을 보탤 따름이다.

NSC 상임위원회는 지난달 31일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한 것과 관련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한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우려 표명’은 앞서 지난 5월부터 시작된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청와대의 일관된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달 5일의 북한 미사일 발사에도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소집한 후 “정부는 북한의 이번 행위가 남북 간 9.19 군사합의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후 지난달 9일의 미사일 발사 때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오늘 오후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발사한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매우 우려된다”고 했고, 지난달 25일에도 긴급개최가 아닌 정례 NSC 이후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서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설명했다. 긴급 NSC 상임위원회를 소집했다가 말았다가 하는 점을 제외하면 대응의 수위에 큰 차이가 없는 판박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도발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전략자산 도입 등을 비난하며 남한을 겨냥한 미사일 발사임을 명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오직 판을 깨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는 인상이다. 정부 쪽에서 북한의 연속적인 탄도미사일 발사가 9.19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말한 것은 지난달 3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 미사일 발사는 9.19 합의 ‘적대행위 금지’ 조항 취지에 맞지 않다”고 말한 게 다였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남한을 향한 ‘핵 협박’이며 한미동맹 파괴를 위한 공작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상식이다. 그런데 국가안보를 책임진 정부가 이렇게 NSC를 미적미적 운영하면서 국민을 안심시킬 조치들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대처가 아니다. 일본 때리기에만 열중하면 북한의 ‘핵 공갈’도 저절로 사라지는가. 참으로 위태로운 정국이 흘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