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또 같이… 닮았지만 자존심을 지켜낸 숨은 고수들
따로 또 같이… 닮았지만 자존심을 지켜낸 숨은 고수들
  • 음식평론가 황광해
  • 등록일 2019.07.31 20:42
  • 게재일 2019.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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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황광해, 경주를 맛보다

‘서면식육식당’은 경주외곽지역에서 시작한, 이제는 전국적인 맛집이다.

갈비, 쇠고기 진수를 보여주는 경주 쇠고기 집 2곳

청산숯불갈비·서면식육식당

 

‘청산숯불갈비’. 경주시 강동면에 있다. 메뉴가 간단하다. 갈빗살, 소금구이, 육회, 소고기 국밥이다. 500g 기준, 갈빗살이 65,000원, 소금구이가 38,000원(2019년 7월)이다. 소금구이 100g당 7,600원. 시쳇말로 ‘돼지고기 삼겹살’보다 싸다. 고기 질? 아주 좋다. 

 

‘청산숯불갈비’의 고기는 ‘준비되지 않은 고기’다. 주문을 받은 후 고기를 준비한다. 신선하다.
‘청산숯불갈비’의 고기는 ‘준비되지 않은 고기’다. 주문을 받은 후 고기를 준비한다. 신선하다.

‘소금구이’. 메뉴 이름이 재미있다. 대부분 고깃집은 고기 부위를 메뉴로 내놓는다. 안심, 등심, 갈비살 등이다. 안창살, 가브리살, 낙엽살, 토시살, 살치살 등으로 세분한다. 이 가게, 덜렁 ‘소금구이’다. 고기가 아니라 ‘소금’ ‘구이’를 내세운다. 여러 부위를 섞었다.

고기 부위를 내세우지 않고 소금구이라고 표기한 이유다. 갈빗살이나 소금구이 가격은 싸다. 고기 질을 고려하고,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상당히 싸다.  쇠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기술력이 자부심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다.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고기를 준비한다. 시간이 걸린다. 그야말로 ‘준비하지 않은 고기’ 전문점이다. 전문점은 미리 고기를 썰어놓지 않는다. 지육(枝肉)이나 덩어리 고기를 공급받는다.

해체를 직접 한다. 숙성 등의 과정도 직접 해낸다. 제대로 된 ‘갈비살’ ‘소금구이’가 가능한 이유다. 

 

청산숯불갈비
청산숯불갈비

“술잔은 채우는 맛, 고기는 씹는 맛”이다. 이 집의 소금구이, 기름기 적당하고 씹는 질감도 아주 좋다. 신선한 것은 염려할 필요가 없다. 품질관리도 수준급이다. 계절 별로 고기 질이 들쑥날쑥할 수는 있다. 여름철보다는 가을, 겨울 맛이 낫다. 계절마다 원육의 질이 다르다. 계절의 맛을 넘어설 수는 없다.  직접 육가공하는 가게에서는 쇠고기 국밥을 먹는 것이 요령이다.

 

서면식육식당
서면식육식당

정형 과정에서 생긴 ‘칼밥’이나 남는 자투리 고기가 넉넉하다. 맛없을 수가 없다. 숯불도 아주 좋다. 비장탄, 참숯에 가깝다. 강추.      
경주시 아화의 ‘서면식육식당’ 메뉴는 얼마쯤 복잡하다. 안창살, 갈비살, 특 갈비살, 등심, 소주물럭 등이다.

경주의 쇠고기 마니아들은 자주 찾는 가게다. 가게 입구에는 쇼 케이스를 설치, 식육점도 병행한다. 팔다 남으면 구워서 팔고, 굽다 남으면 식육으로 파는 식이다. 업력도 제법 길다. 한우치고 가격도 싸다. 동네 음식점으로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가게다. 

 

‘옥천식육식당’은 재료를 주면 손님들이 직접 끓여먹는 방식이다. 육수가 곁들여진다.
‘옥천식육식당’은 재료를 주면 손님들이 직접 끓여먹는 방식이다. 육수가 곁들여진다.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돼지고기 맛집 2곳 

승진식당·옥천식육식당
 

비슷하지만 다르다. 경주 안강읍의 ‘승진식당’ ‘옥천식육식당’ 이야기다. 돼지찌개(?) 전문점들이다. 다른 지역의 돼지고기 찌개, 돼지 두루치기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두 집을 비교해도 마찬가지. 비슷하지만 다르다. ‘따로, 또 같이’다.

 

돼지고기 찌개다. 맛을 보면 잘 끓인 전골의 맛이 난다. 간장 베이스다.
돼지고기 찌개다. 맛을 보면 잘 끓인 전골의 맛이 난다. 간장 베이스다.

‘옥천식육식당’은 한식의 특장점을 모두 보여준다. 에이, 시골의 돼지고깃집을 두고 웬 호들갑?, 이라고 생각하면 큰코다친다. 


‘승진식당’은 돼지찌개 전문점이다. 돼지고기, 버섯, 몇몇 채소가 재료다. 고추장 양념이다. 국물 색깔이 붉고 짙다. 이 집 국물의 특징은 간장 맛이다. 몇몇 젊은 세프들과 간 적이 있다. “재밌네요. 돼지고기 전골인데 간장 맛이 좋네요.” 1만 원대 이하의 음식이다. 고기도 넉넉하고 감칠맛 듬뿍이다. 맛있다. 

 

옥천식육식당
옥천식육식당

‘옥천식육식당’은 비슷하지만, 다르다. 냉장 돼지고기에 대파 등 간단한 채소, 고춧가루 조금을 얹어서 냄비에 내놓는다. 육수가 한 대접 따라온다. 육수는? 밍밍하다. 이게 ‘마법의 국물’이다. 육수를 언제, 얼마를 넣든 손님 마음이다. 고기를 볶듯이 끓이면서 따로 내온 국물을 조금씩 붓는 게 요령이다. 한꺼번에 부으라고 하지만 서너 번 나눠서 붓는 게 낫다. 제법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승진식당
승진식당

‘쐬주 한잔에 고기 몇 점을 먹다가’ 나중에 국물을 다 붓고, 끓인다. 식성대로 고춧가루를 더 넣어도 된다. 기본양념은 순하다. 전형적인 한국식 ‘국물 음식’ ‘열린 음식’이다. 손님이 불의 강도, 육수 투척 시기, 볶는 방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간단하지만 재미있다. 밥을 볶아도 되고, 끓인 다음 말아서 먹어도 된다. 국밥, 볶음밥 모두 가능하다. 
가격 싸다고, 외진 곳에 있다고 낮춰 볼 일은 아니다. 두 집 모두, 호남의 유명한 ‘애호박돼지찌개’보다 한 수 위다. 아직 블로그 리뷰 100개 이하들이다. 제발 방송 타서 복작대는 일만 없었으면 좋겠다.

 

안압지 청동 숟가락. 둥근 모양과 긴 모양의 숟가락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숟가락은 한반도에는 남았다.
안압지 청동 숟가락. 둥근 모양과 긴 모양의 숟가락이 있다. 통일신라시대 숟가락은 한반도에는 남았다.

 

중국, 일본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다

안압지 출토 숟가락과 젓갈 목간
 

안압지(월지) 바닥에서 숱한 유물이 나왔다. 3만2천여 점이다. 청동 숟가락과 ‘식해(食醢)’에 대해서 기록한 목간도 나왔다. 식해는 젓갈이다. 구체적으로는 고성에서 만든 생선 젓갈이다. 목간(木簡)은 나무로 만든 두루마리 편지 같은 것이다. 종이 대용이다.

 
숟가락은 중국-한반도-일본으로 전래 되었다. 일찍부터 중국에서 숟가락을 사용했고, 한반도로 전래 되었으며, 곧 일본으로 건너갔다. 긴 모양의 숟가락이다. 


안압지 출토 숟가락에는 긴 것과 둥근 것이 있다. 한국, 중국, 일본 모두 숟가락을 사용했지만 이제 숟가락은 한반도에만 남았다. 모양이 둥근 숟가락도 한반도에는 남았다. 우리는 일상적으로 둥근 숟가락을 사용한다. 한반도에서 누구나 사용하는 숟가락은 대부분 스테인리스 혹은 구리 합금이다. 금속재질이다. 중국, 일본의 작은 숟가락은 나무 혹은 자기다. 이름만 같은 숟가락이지 사용 빈도나 재질은 전혀 다르다.

중국, 일본의 젓가락도 대부분 나무, 플라스틱, 상아 등으로 만든 굵은 것이다. 동남아도 마찬가지다. 한반도 젓가락은 다르다. 스텐레스 등의 금속제다. 상당히 날카롭다. 숟가락 젓가락은 한반도에서 끊임없이 발전했다. 중국, 일본에서는 거의 사라진 물건이다. 

 

젓갈 목간
젓갈 목간

젓갈도 마찬가지. 안압지의 ‘젓갈 목간’은 상세하다. 일상적으로 널리 사용했음을 알 수 있다. 젓갈을 만든 지역, 옮긴 지역(동궁), 날짜를 상세히 기록했다. 중국에는 자차이, 일본에는 츠케모노[漬物, 오신코]가 있다. 넓은 의미에서 발효식품, ‘지[漬]’다. 중국, 일본의 발효식품은 한반도의 김치, 젓갈, 장아찌에 턱없이 미치지 못한다. 
한국과 중국, 일본의 숟가락과 젓갈. 비슷하지만 다르다. 


안압지의 목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이미 ‘택배(宅配) 제도’가 있었음도 알 수 있다. 택배로 젓갈을 받았다? 흥미롭다. 경주박물관에 가면 안압지 유물관에서 젓갈을 기록한 목간과 숟가락을 꼭 보시길.      /음식평론가 황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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