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연구원에서 민주당 128명 의원 전원에게 ‘대외주의’를 당부하며 e-mail로 보낸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는 “일본의 무리한 수출규제로 야기된 한·일 갈등에 대한 각 당의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고, 원칙적인 대응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다”라며 “총선 영향은 긍정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에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한 방안은 들어있지 않다.
보고서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및 분석 내용을 인용했다. KSO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여야 대응방식 차이가 총선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78.6%로 절대다수였다. 해결 방안으로는 ‘역사 문제와 경제 문제를 분리한 원칙적인 대응’(63.9%)이 ‘타협적 방식’(34.3%)을 꼽은 응답자보다 많았다. 민주연구원은 이에 “여당 지지층일수록 현 상황에 대한 여야 대응이 총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원칙적 대응을 선호하는 여론에 비춰 볼 때 총선에 미치는 영향은 긍정적”이라고 관측했다.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 원장은 지난 5월 14일 취임 이래 무려 18곳의 국내외 싱크 탱크를 연쇄 방문하는 등 광폭 행보를 보였다. 보고서 내용이 잡음을 일으키자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마저 “당에서는 작성을 지시한 바 없고 보고서를 갖고 논의한 적도 없다”며 “이런 조사와 보고서 작성은 당의 정책연구원이 할 일도 아닐뿐더러 이런 식으로 외교 문제를 당리당략적으로 조사한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게 아니라도 양국 갈등이 아베도 좋고, 문재인도 좋을 것이어서 서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곱지 못한 시선이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대법원 강제동원 판결’ 이후 8개월 동안 ‘무대책’으로 일관해온 정권의 속내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느냐는 맹비난도 나온다. 국민의 반일정서를 부추기는 것도 모자라 총선에 이용하려는 속셈까지 드러난 이런 몰지각한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정권의 승리에 앞서서 국민의 어려운 형편부터 헤아리고 난국을 헤쳐갈 지혜를 짜내는 성숙한 싱크 탱크로 역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