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에 전해진 뉴스 중에 가장 언짢은 소식은 단연 북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응일 것이다. 그는 지난 5월에 이어 이번에도 북한 미사일 발사에 “누구나 하는 작은 것들(smaller ones)을 시험했다”(25일), “전혀 개의치 않는다”(26일)고 반응했다. 가장 고약한 대목은 “김정은이 미국에 대한 경고라고 안 했다”는 말이다. 듣기에 따라서는 동맹의 의지를 의심케 하는 전례 없는 탈선 발언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주도해온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려 중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 개발만 멈추면 오불관언(吾不關焉)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그런데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북한이 지난 5월에 이어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두 발이나 발사했는데, 트럼프의 입에서 미국을 겨냥한 게 아니어서 개의치 않는다는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한민국에 있어서 ‘북한 핵’은 세계적인 문제이기 이전에 당면한 생존의 문제다. 그걸 가까스로 막아내고 있는 것은 오직 ‘한미동맹’ 하나뿐이다. 우리에게는 북한을 견제할 수 있는 자체 핵무기도 없고, 빌려다 놓은 핵폭탄도 있지 않다. 그런 차원에서 트럼프의 반응은 미국을 철석같이 신뢰해온 한국민에 대한 뜻밖의 배신이다.

북한은 이미 세계가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핵보유국’이다. 마음만 먹으면 온갖 운반수단을 동원하여 우리에게 핵 공격을 가해올 준비가 돼 있다. 그런데 우리는 한미군사훈련도 없애는 등 무장해제의 수순을 밟아가고 있다. 북한은 숨어서 핵무기를 양산하고 미사일을 쏴대는 적대행위를 일삼으면서 우리의 첨단무기 도입에 온갖 악담을 퍼붓는다.

보다 못한 자유한국당이 ‘핵무장론’을 또다시 꺼내 들었다. 한국당 조경태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대통령은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한다”며 “미국이 받아주지 않으면 즉각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 개발에 들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당내 북핵외교안보특위 위원장인 원유철 의원도 전날 “국민의 80%가 전술핵 재배치나 자위권 차원에서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핵무장론을 화두로 던졌다. 핵확산금지조약(NPT)의 일원으로서, 한반도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한가로운 명분론에 발을 묶어 둘 처지가 아니다. 트럼프는 철저하게 트럼프 편이다. 자체 ‘핵무장’ 말고 무슨 다른 길이 있나. 우리는 지금 ‘핵 인질’이 되어서 지구상 최악 독재국가의 노예가 될지도 모를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서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