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독립운동은 못했지만 불매운동엔 동참한다” 아베정권에 반대하며 일본 제품을사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상품 불매운동의 일환으로 7월에 개설된 ‘노노재팬’은 대체재를 제안하는 참여형 사이트다. 일본산을 보이콧하고 일본 여행마저 반납하는 등 ‘안사고 안가는’ 항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한 사죄가 없는 상황에서 2019년 한국에 대한 일본의 경제제재는 경제침략으로 인식되어 시민들은 ‘NO아베’를 외치고 있다. 한일관계의 갈등의 고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것인가?

한일관계가 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아베정권의 반역사적 태도에 기본적인 문제가 있다. 일본은 한국을 식민지화하면서 야기했던 ‘위안부’와 강제징용에 대해 한번도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1965년 한일협정,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로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고 강변하였다. 아베정권은 참의원 선거에서 이기면서 우경화 분위기를 가속화하며 한국에 대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규제를 시작으로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 때리기’를 노골화하고 있다. 한일 무역갈등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제전쟁의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대외적으로 위중한 시기에 우리의 내분된 모습도 심각성을 더한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SNS에 일본의 수출 규제와 관련하여 “일본의 궤변을 반박하기는커녕, 노골적 또는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를 매도”하고 있다고 한 발언에 대해, 일부 보수 언론은 “값싼 관제 민족주의가 강변의 핵심”이라며 “중학생 수준의 B급 어법”이라고 비난하였다. 또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문재인 정권의 무능, 무책임, 그리고 권위주의 정치를 온몸으로 상징”한다며, 조국 전 민정수석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현정부에 대한 불편한 시선과 정략적 접근의 발언으로 인해 새삼 ‘친일파’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우익세력을 등에 업은 후안무치의 아베정권보다 문재인 정부를 탓하고 있는 상황이 심히 안타깝다. 3·1 독립선언을 주도했던 민족대표 33인 중의 한 분인 손병희 선생은 1905년에 쓴 ‘준비시대’에서 “오늘날의 급한 일은 진실로 국민의 단결에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국내외 정세를 고려하여 미래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남보다 먼저 여러 분야에서 준비를 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고 하며 모든 일에는 사람의 마음을 모으는 일이 우선이라고 하였다. 문재인 정부를 세웠던 시민들이 일본 대사관과 광화문 광장에서 역사를 왜곡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아베 정권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펼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현재의 복잡다난한 관계 속에서 외교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지금 일본과의 갈등을 풀어가려면 우리의 단결된 모습이 요구된다. 지금의 위기가 기회가 되도록 우리의 자생력을 키우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

매년 ‘겨레얼 살리기 국민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있는 ‘전국대학생독서토론대회’에서 오는 10월 9일 손병희 선생의 ‘준비시대’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상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올해 3·1독립운동으로 서대문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다가 순국한 의암의 책을 통해 반성과 사과가 없는 아베정권의 행태와 ‘친일파’ 논쟁의 면면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손병희 선생은 “여러 나라가 대치하여 노리는 틈새에 위치하면서 그 나라를 보전하는 방법이 강력하지 않거나 부강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나니, 부강할 수 있는 방법은 아무 것도 없이 앉아서 담소 중에 찾아지지 않고, 국민이 분발하고 진취적인 하나의 마음을 가져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한일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지금,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