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등 이어 다음 타깃 예상
지역 관련기업 50여 곳 이르러
클러스터 조성 등 타격 불가피
상의, 간담회 열고 대응책 골몰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이 장기화되면서 구미산단 탄소 관련 기업들이 긴장하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에 이어 다음 타깃은 탄소산업(CFRP)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구미산단에 들어선 탄소 관련 기업은 도레이첨단소재(구미1~5공장)를 포함해 50여 곳에 이른다.

탄소섬유는 탄소원자가 결합한 무기섬유로 무게가 철의 4분의 1이면서 강도는 10배 더 강해 ‘꿈의 소재’로 불린다. 연료용 CNG 고압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풍력발전, 우주항공용 소재, 스포츠·레저용품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대체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에는 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수소자동차에 있어 수소연료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저장용기에 탄소섬유가 사용된다.

일본이 만약 탄소산업을 규제한다면 정부의 수소산업과 더불어 구미5산단에 탄소산업클러스터 조성사업을 국책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구미시도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일본 도레이사의 자회사인 한국도레이사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도레이첨단소재 구미공장은 핵심 중간재인 프리커서(Precursor·원료섬유)를 일본에서 들여와 이를 탄화(炭化)해 탄소섬유를 생산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일본에서 중간재인 프리커서가 중단 될 경우 공장 자체를 가동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탄소섬유는 전략물자에 속하지만 중간재인 프리커서는 포함돼 있지 않아 수출규제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모회사인 일본 도레이사가 자회사에 대한 원재료 공급을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렇다고 안심할 수 없다. 구미산단은 이미 일본 정부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을 규제로 인해 많이 위축이 된 상태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가 장기화 될 경우 치명적인 피해를 피하기 힘든 산업구조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구미산단의 일본 수출액은 전체의 약 5%(4억4천만달러)에 불과하지만, 수입액은 20%(7억5천만달러)로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다. 일본 수출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경우 그만큼 관련 업계의 타격이 심하다는 의미다.

이에 구미 경제계에서도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구미상공회의소는 지난 26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비한 ‘탄소산업 기업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구미상의 소속 임원진과 탄소산업 기업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해 일본의 수출규제가 탄소산업까지 확대할 것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했다.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할 경우 850개의 전략수출 품목이 규제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예측했다.

구미시가 국책사업으로 탄소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어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탄소산업 기업인 도레이첨단소재, 코오롱인더스트리, 부성텍스텍 등은 탄소산업 기반을 구축하는 중이라서 어려움이 더욱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조정문 구미상의 회장은 “일본 수출규제가 장기화되면 구미산단의 중심산업인 휴대폰이나 디스플레이쪽의 피해가 불가피하다. 여기에 탄소산업 규제까지 겹친다면 그 피해는 상당할 수 밖에 없다”면서 “정부는 조속히 원활한 외교협상을 통해 규제를 철회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빨리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핵심부품을 파악해 국산화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 로드맵을 마련해 원천소재 대일 의존도를 낮춰달라”고 촉구했다. 구미/김락현기자

    김락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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