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맑은 낙동강의 깊은 맛을 담다
물 맑은 낙동강의 깊은 맛을 담다
  • 등록일 2019.07.24 20:30
  • 게재일 2019.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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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평론가 황광해, 안동을 맛보다

‘거랑애’ 민물고기매운탕
‘거랑애’ 민물고기매운탕

민물고기 매운탕·찜

안동 민물매운탕? 의아하게 생각한다. 안동은 낙동강의 상류지역이다. 안동댐, 임하댐이 있다. 물이 맑다. 안동 건진국시 국물의 재료는 은어였다.

태백산맥이 동해 가는 길을 막고 있다. 안동 간 고등어가 발달한 이유다. 바다 생선이 귀하니, 민물고기를 잡았다. 댐을 막으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민물고기를 잡을 수 있는 ‘내수면 어업 허가’를 주었다. 꾸준히 민물고기를 잡는 이들이 있다. 직접 민물고기를 잡는 이 혹은 이들에게서 공급받는 이들이 크고 작은 민물고기 매운탕 집을 운영한다.

‘물고기식당’ ‘거랑애’ ‘왕고집매운탕’ 등이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매운탕 전문점이다.

‘물고기식당’에는 은어찜이 돋보인다. 은어조림이다. 10여 종류의 밑반찬들도 탄탄하다. 메뉴 중 ‘피리’는 피라미다. 청국장찌개도 수준급이다. 민물고기 매운탕, 찜을 먹으러 갔다가 청국장찌개에 반하는 이들이 많다.

‘거랑애’는 모자가 운영한다. 어머니가 주방을, 안동 민물고기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아들이 실내를 관리한다. 민물고기의 은은한 비린내가 거슬리지 않고 좋다. 법흥교 부근의 대로변에 가게가 있다. 인공조미료는 절제한다.

‘왕고집매운탕’은 ‘댐 수몰민’이 운영하는 집이다. 주인은 원래 농부. 농지가 수몰되면서 물고기를 잡기 시작했다. 직접 잡은 자연산만 내놓는다. 조미료도 절제한다. ‘꺾지 도리뱅뱅이’도 가능하다(예약). 안동식 어탕국수도 먹을 수 있다.

 

귀한 자리엔 반드시 ‘좋은 국수’가…
 국수가 아닌 ‘국시’

“국시 없는 제사도 있니껴?”

제사상에 국수를 올린다. 외지 사람들은 “제사상에 국수를 놓느냐?”라고 묻겠지만 안동이다. “종가에서는 아직도 국수 제사 모신다.” 인간은 평생 ‘관혼상제’를 거친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 한다. 돌아가시면 상을 치르고, 매년 제사를 모신다. 제사와 결혼식에는 반드시 귀한 국수를 내놓는다. 밥(메)같이 여긴다고 ‘메국수’라 부른다. 제사에 참석한 손님들께도 국수를 내놓는다. 결혼식 국수도 마찬가지다. “결혼 언제 하느냐?”를 “언제 국수 먹여줄래?”라고 대신 묻는다. 귀한 국수는 결혼식에나 먹을 수 있었다.

골목안 손국수
골목안 손국수

‘좋은 국수’에 대한 공통된 잣대도 있다. ‘부들부들하게 잘 삶은 국수’다. ‘부들부들’은 적절하게 삶아서 부드러운 식감이면서, 적당히 쫄깃한 것이다. “콩가루를 얼마나 넣느냐?”는 ‘우문’에 대한 ‘현답’은 “쪼매”다. 고명은 얼갈이배추 혹은 배추의 푸른 잎사귀다. 애호박도 사용한다.

‘국시’는 건진국시와 제물국시다. 건진국시는 삶은 후 건져서 보관한다. 손님이 오면 육수를 붓고 바로 내놓는다. 흔히 시원한 육수를 더해서 여름용으로 사용한다. 제물국시는 끓는 육수에 국수를 넣은 후, 삶아서 바로 내놓는다. ‘자기 물’에 삶아서 내놓는다고 자기 물, 제물국시다.

남문동의 ‘골목안손국수’가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안동국시 전문점이다. 일상적으로, 집에서 먹는 국시와 가장 닮았다. 묵밥도 가능하다. 조미료를 절제하고 정성껏 육수를 만든다. 맛? 슴슴하다. 밀가루 냄새가 아주 좋다. ‘옥동손국수’도 대중적으로 인기 있다.

 

조옥화 명인 안동소주박물관
조옥화 명인 안동소주박물관

안동에는 안동소주 명인이 있다

안동에는 ‘안동소주 명인(名人)’이 있다. 조옥화 씨와 박재서 씨다. 조옥화 명인은 무형문화재(12호)이자 전통식품명인(20호)이다. 박재서 명인은 전통식품명인(6호)이다. 두 곳 모두 소주 제조 공장과 박물관을 운영 중이다. 소주 만드는 체험도 할 수 있다.

안동소주는 증류(蒸溜)주다. 시중의 희석(稀釋)식 소주와는 다르다. 곡물을 발효시킨 막걸리나 청주를 증류하여 만드는 술이다. 재료는 쌀이다. 증류 소주는 대략 60~70% 정도의 알코올 도수를 지닌다. 이 술을 시중에 내놓을 때 45% 정도로 조정한다. 희석식 소주는 타피오카 등을 변성하여 100% 주정을 추출한다. 주정에 물 3배를 더하면 알코올 도수는 25%가 된다. 여기에 각종 감미료, 조미료 등을 더한다. 증류주는 뒤끝에 은은한 곡물의 단맛이 난다.

경북 안동은 몽골군의 일본 침공 시, 병참기지 겸 내륙 1차 집결지였다. 아랍권에서 시작된 증류는 몽골 군대에 합류했던 기술직 색목인(色目人)을 통하여 안동 지방에 소개된다. 지금도 안동 노인들은 소주를 ‘아래기’라 부른다. ‘아라크’ ‘아라흐’에서 나온 말이다. 술은 제사를 차리는데 긴요하다. 다른 지방과 달리 제사를 챙기는 안동에 증류 소주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유다.

박재서 명인 안동소주박물관
박재서 명인 안동소주박물관

조옥화 명인의 안동소주는 45% 단일 상품만 선보이고 있다. 직접 누룩을 제조한다. 술에서 은은한 누룩 향이 난다. 현재 며느리 배경화 씨와 아들 김연박 씨가 안동소주 제조법 등을 전수하며 공장,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박재서 명인의 안동소주는 아들 박찬관 씨가 제조법, 박물관 운영을 전수하고 있다. 45, 38, 22, 19% 등 다양한 술을 선보이고 있다. 술맛이 깔끔하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오래된 소주병 등 각종 자료를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소주 내리는 체험이 가능하다.

두 곳 모두 현장 방문 시, 45% 소주를 무료 시음할 수 있다.
 

안동화련
안동화련

편안·소박·진정성이 있는 밥집 ‘안동화련’·‘계림식당’

편하게 밥 먹을 수 있는 집으로 두 집을 추천한다. ‘안동화련’과 ‘계림식당’이다.

‘안동화련’은 ‘농가맛집’이다. 사과와 연잎, 연밥, 연근을 이용한 음식들이 돋보인다. 연잎에 밥을 짓고, 연근을 이용한 음식을 낸다. 연과 사과를 이용한 각종 소스도 좋다. 음식들이 짜지 않다. 인공조미료를 절제하니 밥상을 받는 순간 ‘건강식’이라는 느낌이 든다. 실내도 오밀조밀, 깔끔하다.

계림식당
계림식당

법흥동의 ‘계림식당’은 현지인들이 찾는, 허름한 외관의 ‘밥집’이다. 냄비 밥이 수준급. 10가지의 밑반찬도 짭조름하다.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하다. 생채 비빔밥도 좋다. 어린 열무와 상추 등을 툭툭 잘라서 넣고, 냄비 밥을 퍼넣은 다음, 된장찌개로 비벼 먹는다. 평범한 ‘집밥’이다. 대단한 음식, 서비스를 기대하면 실망한다.
 

안동찜닭
안동찜닭

안동 찜닭? 닭볶음탕이 아니라 조림이다

바싹 말린 매운 고추가 눈에 띈다. 보기보다는 맵지 않다. 먹기 좋을 정도로 칼칼하다. 안동찜닭은 간장조림 닭이다. 신선한 닭에 감자, 당면 등을 넣고 간장으로 졸인다. 닭볶음탕과는 다르다. 탕이 아니라 조림이다. 국물이 많지 않다.

고추장은 사용하지 않는다. 고추장은 달고 텁텁한 맛이 난다. 칼칼한 매운맛은 툭툭 분지른 마른 고추의 맛이다.

안동 찜닭골목
안동 찜닭골목

시래기나 가래떡을 넣은 찜닭도 있다. 구시장에는 약 30여 곳의 찜닭 전문점이 있다. 가격, 맛은 큰 차이가 없다.

‘원조안동찜닭’이 이름 그대로 안동 구시장의 노포다. 바깥에 솥을 걸어두고 연신 ‘주인 아들’이 닭을 조리고 있다. 1980년에 개업했다.
 

안동 간고등어 정식
안동 간고등어 정식

내륙 안동의 일상이 된 간고등어

안동에서 간 고등어 맛집’을 찾는 것은 어렵다. 안동사람들은, “그기 그거제? 간 고등어가 별다른 게 있니껴?”라고 되묻는다.

고등어는 맛이 강하다. 등 푸른 생선이니 잘 상한다. 바닷가에서 소금을 충분히 더한 다음 내륙으로 옮겼다. 혹은 가져온 후, 소금을 더했다. ‘안동 간 고등어’의 시작이다. 간 고등어는 고등어에 소금, 바람, 세월을 더한 것이다. 발효, 숙성의 맛이다.

안동시내 고등어 벽화
안동시내 고등어 벽화

안동사람들에게 간 고등어는 일상이다. 별다른 맛집이 없는 이유다. 식당보다는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먹는다. ‘일직식당’은 ‘간 고등어 명인’ 이동삼 씨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식당이다. ‘간잽이’ 이동삼 명인은 간 고등어를 50년 이상 만졌다. ‘명인’이다. ‘일직식당’의 간 고등어는 얼마쯤 쿰쿰한 발효, 숙성의 맛을 낸다.


 

396커피컴퍼니
396커피컴퍼니

가 볼만한 카페 ‘396커피컴퍼니’와 ‘땡Q커피’

양반고을에 커피집?

어색하지만 의외로 안동에는 괜찮은 커피집이 2곳 있다.

‘396커피컴퍼니’와 ‘땡Q커피’다.

2곳 모두 인테리어가 아주 좋다. 단독 건물에 나무, 벽돌을 이용한 푸근한 모양새다.

땡Q커피
땡Q커피

‘396커피컴퍼니’는 안동 현지사람, 외부 관광객에게 수준급의 커피를 내놓는 집으로 인정받고 있다.

‘땡큐(ThanQ)커피’는 커피와 더불어 바질스콘, 당근케이크, 팥빙수 등도 인기 품목이다.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민 앤티크한 분위기가 일품이다. 마치 동남아 휴양지에 온 것 같다는 평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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