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스 룰은 지난 2002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인터뷰에서 “아내 외의 여자와는 절대로 단둘이 식사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발언에서 유래된 용어다. 미국 부통령인 마이크 펜스가 2002년 당시 미국 의회 전문지 ‘더 힐’ 인터뷰에서 아내가 아닌 다른 여성과는 단둘이 식사하지 않고, 아내 없이는 술자리에 참석하지도 않는다고 말한 발언에서 비롯된 용어다. 이는 성추행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아내 외의 여성들과는 교류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펜스 룰은 페미니즘으로 인한 미투운동이 크게 활성화하면서 나타난 사회현상이다. 페미니즘은 가부장제와 성차별을 타파하고, 여성의 성적 자율권과 주체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 · 정치적 운동을 뜻한다.

특히 우리 나라에서는 최근 숙명여대 강사 ‘펜스룰’ 논란이 있었다. 숙명여대에 출강했던 한 남성 A강사는 지난달 9일 자신의 SNS에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의 다리 사진과 함께 “짧은 치마나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면 고개를 돌린다”며 “괜한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서다. 더욱이 여대에 가면 바닥만 보고 걷는 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숙명여대 학생회는 A강사에게 입장문을 요구했다. A강사는 “불필요한 오해를 안 사게 주의하는 행동으로 바닥을 보고 다닌다는 내용이었다. 오해를 사서 안타깝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학부는 교수회의를 열고, 지난 15일 A강사의 2019년도 계약은 유지하되 2학기 강의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과도한 처사’란 의견과 ‘펜스 룰’이란 보도가 뒤따르면서 논란을 빚었다. 여기서 펜스룰은 남성들이 여성과의 자리 자체를 피하는 것으로 여성을 사회에서 배제시키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들은 A강사의 발언은 펜스룰이 아닌 여성을 향한 성적대상화이므로 강단에서 내려오는 것이 맞다고 비판했다. 페미니즘이 미투운동을 낳고, 거기에서 빚어진 펜스 룰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걸 보면 남성과 여성이 함께 일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는 건 아닌가 걱정스럽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