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수 익

크낙하게 슬픈 일을 당하고서도

굶지 못하고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 하는 일이

슬픔일랑 잠시 밀쳐두고 밥을 삼켜야 하는 일이

그래도 살아야겠다고 밥을 씹어야 하는

저 생의 본능이

상주에게도, 중환자에게도, 또는 그 가족에게도

밥덩이보다 더 큰 슬픔이 우리에게 어디 있느냐고

시인이 말하는 ‘생의 본능’일까. 시인은 상주들, 중환자들, 또 그 가족들도 때가 되면 밥을 먹어야하는 밥덩이 속의 슬픔을 표현하고 있다. 가슴 속에 슬픔이 가득할 때도 비어있는 위장은 왜 염치도 없이 밥을 달라하는 것일까. 피할 수 없는, 서글픈 생의 본능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