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출발(head start)
앞선 출발(head start)
  • 등록일 2019.07.21 20:06
  • 게재일 2019.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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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욱시인
김현욱 시인

지난주 포항교육청 영재교육원 초언어반 학생들과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 활동을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30분 동안 각자 구해 온 신문을 꼼꼼하게 읽는다. 읽다가 끌리는 기사가 있으면 체크를 해둔다. 신문을 다 읽은 후 체크해 둔 기사를 가위로 오린다. 스크랩한 신문 기사 중 내 성향과 관심사를 충족하는 기사 3개를 고른다. 4절지에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라고 제목을 쓰고, 그 아래 보기 좋게 기사를 배치하고 풀로 붙인다. 그 기사를 뽑은 이유나 소감을 빈 곳에 간략하게 적는다. 돌아가면서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를 친구들에게 발표한다.

학생들이 가져온 신문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경향신문, 매일경제신문, 한겨레신문, 경북매일신문, 경북일보, 어린이동아 등으로 다양했다. 그중에 가장 많았던 것은 보수 성향의 조선일보였다.

학생들에게 손석춘 선생의 ‘신문 읽기의 혁명’(2015)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말했다.

“보수성향의 신문만을, 진보성향의 신문만을 오랫동안 구독한 사람은 각각의 신문이 제시하는 사고의 틀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갇히게 된다. 낙숫물이 바위에 구멍을 내는 이치다. 일례로, 우리는 이스라엘과 아랍 중에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친이스라엘 성향을 갖고 있다.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태인과 서방의 언론은 아랍권에 비해 서로 친화적이다. 서방의 언론이 제공하는 친이스라엘 성향의 기사들이 국내에 그대로 소개되면서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세뇌가 된 것이다.”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 활동을 하고 난 후 학생들에게 소감을 물었다.

학생들은 신문 읽기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재미있었다고 했다. 교과서와 문제집, 학습지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신문은 새로운 관점을 갖게 한다. 서양에서는 신문 읽기 능력을 ‘앞선 출발(head start)’이라고 한다. 어릴 때부터 신문 읽기 습관을 들이면 다양한 배경지식과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를 수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서 11년간 ‘신문 독서 읽기와 학업 성취도 및 취업’을 조사했다.

2004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일반계 및 전문계) 4천 명을 대상으로 벌인 결과다. 신문을 구독하는 가정의 고등학생이 구독하지 않은 가정의 학생들보다 수능에서 과목별로 6∼8점이나 높았다. ‘300인 이상의 대기업과 공기업·외국계 기업의 정규직’의 취업률도 신문을 구독한 고등학생이 32.2%, 구독하지 않은 고등학생은 26.5%였다. 월평균 임금도 신문을 구독하는 고등학생이 10만 원 많았다. 고전·문학과 같은 인문학 서적을 많이 읽은 고등학생의 수능 점수가 높았고, 독서량이 같을 때는 신문 구독 고등학생의 수능 점수가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신문 활용 교육(NIE)이 학교 현장에서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내가 뽑은 신문 기사 원! 투! 쓰리!’ 신문 활용 수업을 주 2∼3회 정도는 지속해야 비판적, 창의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신문 읽기를 재미있어 해야 한다. 몰입은 ‘재미’를 딛고 일어선다. 신문 읽기가 재미있고 습관이 되기 시작하면 신문의 편집과 성향, 이면(裏面)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그때 비로소 비판적, 입체적 신문 읽기를 할 수 있다. 특정 신문의 편집을 읽을 수 있다.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정세의 관계와 이면을 다양한 관점에서 살펴 볼 수 있다.

신문 읽기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향상뿐만 아니라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로 보고, 더 나은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튼튼한 토대가 된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인생의 주식은 바로 ‘신문 구독’이다. 2만원도 채 안 되는 돈으로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인생 공부가 바로 ‘신문 읽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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