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花로 대접커녕 심각한 홀대
경산시 관공서 통틀어 ‘3그루’
교육청·초교마저 외면 상황에
가로수 지역도 형식적 관리만
타 지자체 축제까지 여는 판에
최근 일본 봐서도 인식 바꿔야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피었네 피었네 우리나라 꽃…”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동요 ‘우리나라 꽃’의 가삿말처럼 활짝 핀 무궁화를 쉽게 볼 수 있었다. 국화(國花)인 무궁화는 당시 관공서나 초등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의 울타리·화단을 독차지할만큼 많이 심어졌었다.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했다. 여름철 개화시기(7∼10월)가 되어도 무궁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일반 가정은 물론 관공서들마저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무궁화 심기를 꺼리고 있어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경북도내 일부 지역은 무궁화 홀대가 심각한 수준으로 드러났다.

대표적으로 경산은 시청과 15개 읍면동, 사업소 등을 통틀어 시청 국기게양대 앞에 심어진 무궁화 3그루가 전부다. 더구나 지역의 기초교육을 관장하고 있는 경산교육지원청은 단 한 그루의 무궁화도 정원수로 심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로 최근에 준공되거나 이전한 경산 압량초등학교와 성암초등학교에서도 무궁화는 관심 밖의 꽃이 되었다. 경산 압량초에는 무궁화가 한 그루도 없고, 성암초에 심겨진 12그루의 무궁화 중 1그루는 고사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경산시는 삼성현역사공원 무궁화동산 등 특정한 지역에 무궁화를 심거나 가로수로 활용하는 3천249그루의 무궁화를 관리한다고 밝혔으나, 이마저도 형식적인 관리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시가 무궁화를 심은 갓바위 무궁화동산(412그루)은 누군가 고의적으로 훼손해 제 기능을 상실했고, 가로수 역할을 하는 무궁화도 전지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볼품없는 모양을 띠고 있다. 이외에도 지방도 909호(와촌∼갓바위)선 등에 심어진 무궁화도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아니어서 관리가 필요해 보였다. 무궁화는 수고(樹高)가 3m에 이르고 그늘을 싫어하지만, 이곳의 무궁화는 가로수로 심어져 왕성한 세력을 자랑하는 왕벚나무 사이에서 꽃을 피우기는커녕 살아남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지역 원로들과 교수들은 나라꽃에 대한 애착심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대 서상곤 원예생명학과 교수는 “무궁화가 갖는 남다른 의미에도 불구하고 홀대받고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더욱이 일본이 우리를 무시하는 행동을 보이는 현실에서 나라사랑이 더 요구되고 있다”면서 “무궁화 보급에 앞장서야 할 관공서나 교육기관이 무궁화 심기에 나서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무궁화 심기를 생활화하는 자세전환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그는 “무궁화에 진딧물이 많이 낀다는 말로 무궁화를 싫어하는 것은 옛날 말이다. 지금은 진딧물에 강한 품종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꽃도 개량돼 아름다움 그 자체다”고 덧붙였다.

전국적으로는 홀대받는 무궁화를 지키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홍천군은 무궁화수목원을 조성해 사진공모전을 열고 있으며, 수원시도 2017년 1만3천233㎡의 무궁화 양묘장을 조성해 무궁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산림청도 1991년부터 무궁화에 대한 친근감과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나라 꽃 무궁화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8월 8일은 무궁화의 날로 지정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에 민간단체 주도로 지정됐는데, 옆으로 누운 8자가 무한대(∞)의 무궁(無窮)을 상징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경산/심한식기자shs1127@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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