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예상대로 혼란을 겪고 있는 모양이다. 법 시행을 담당하는 고용노동부에는 몰려드는 민원과 문의로 정신이 없으며 일선 기업들은 법 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해 업무 중 눈치를 보아야 하는 등 법 시행 파장을 조심스레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이 법은 직장 내 괴롭힘을 막아보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 이달 16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근로자 10인 이상 기업은 괴롭힘 금지와 관련한 내용을 취업규칙에 반영해야 한다. 또 괴롭힘 피해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조사하고 취업규칙에 따른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한다. 사업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 등의 불이익을 주면 사용자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 만 20∼64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3%가 직장 내 괴롭힘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를 계기로 제정한 법이다. 법 취지는 나무랄 데가 없다. 많은 사람이 공감도 하고 있으나 괴롭힘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법 시행 이전부터 혼란을 우려한 목소리가 높았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기업체 관계자는 괴롭힘에 대한 정의와 이와 관련한 정보 부족을 가장 큰 애로로 꼽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업무 성과가 부족한 직원에게 상사가 업무성과를 재촉하는 조치를 하였다고 괴롭힘으로 주장한다면 마땅한 대응책이 있느냐는 것 등이다.

오히려 이런 문제로 인해 직장 내부의 소통이 나빠지고 인간관계로 인한 팀워크에 손해를 입혀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많은 포항에서도 이와 관련한 법리 해석을 묻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또 취업규칙 변경 신고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행정을 처리해야 하는 일선에서는 문의 상담과 업무처리 등으로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 괴롭힘 금지법 위반으로 신고된 사례는 없으나 법 시행이 알려지면 민원제기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법 적용범위가 넓고 모호한 규제로 현장에서의 혼란 야기는 피하기 어렵다고 본다. 이런 문제로 과잉처벌 우려나 과잉입법 등의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문제는 노사가 전향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건전 직장문화로 만들어 갈 때 정착할 수 있다. 법의 보완도 필수적으로 뒤따라야 하겠으나 이 법을 악용하거나 편법으로 이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노동부가 현재 제시한 메뉴얼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당국은 수시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고 사례집 등을 발간해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보다 구체화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노력들이 뒷받침되고 쌓일 때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는 건전문화도 정착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