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 7살 남자 유치원생
또래집단에 폭행 당해 ‘논란’
유치원측에 CCTV 확인
요청했지만 거부 당해
피해아동은 불안증세 심해져

최근 안동의 한 유치원에서 중·고등학교에서나 있을 법한 또래들끼리의 폭력과 집단따돌림(왕따) 논란이 제기돼 충격을 주고 있다.

7살 유치원생 아들을 둔 엄마 김모(35)씨는 최근 교사로부터 “아이가 멀쩡한 색연필을 모두 부러트리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다.

걱정된 김씨는 아이에게 “요즘 태권도 학원 다니는 것이 힘드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아니, 유치원 놀이가 싫어. 자꾸 팀이 날 때리고 괴롭혀”라며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김씨는 다시 아이에게 “팀이 뭐야”라고 물었고 그러자 아이는 3~4명의 아이 이름을 대며 “그 애들이 팀”이라며 “그 애들이 나랑 놀아주지 않고 때리고 괴롭힌다”고 털어놨다.

당시 김씨는 “아이들끼리 장난 정도로 생각하고 선생님께 이를 얘기를 하고는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중순께 아이가 무릎에 상처를 입고 돌아온 뒤 갑자기 유치원 등원을 강하게 거부하는 등 여러 가지 이상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에 김씨는 유치원에 확인 요청을 했다. 유치원 측은 단순히 아이가 계단에서 넘어져서 다쳤다는 답변뿐이었다. 이상하게 느낀 김씨는 다시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아이의 입에선 충격적인 답변이 나왔다. 아이는 “친구가 화장실에서 목을 조르고 세면대에 얼굴을 담근 뒤 물을 틀어 머리가 젖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도저히 유치원생이 한 행동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말을 들은 김씨는 곧바로 유치원에 상담을 요청했다.

그제야 유치원 측은 아이들과 다툼이 있었고 아이들과 사이에서 문제가 있다고 김씨에게 털어놨다. 김씨는 친구들과 무슨 일이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유치원 내 CCTV(폐쇄회로화면) 확인 요청을 했지만, 유치원 측은 “CCTV가 유치원 복도에만 있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황당한 말뿐이었다.

어린이집은 2015년 영유아보호법 개정으로 CCTV를 설치해야 하지만 초·중등교육법 적용을 받는 유치원은 설치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과 아동보호단체는 유치원도 어린이집처럼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씨는 이후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있다. 유치원 측이 이번 사건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교사의 방임으로 문제를 키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이의 불안 증세가 심각해지자 김씨는 지역의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뢰해 아이의 정확한 심리 상태를 진단받고 본격적인 치료를 앞두고 있다.

아이의 치료를 담당할 치료사는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에서 있을 법한 상황을 7살 아이가 겪은 것 같다”며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각한 불안 증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런 따돌림과 괴롭힘이 장시간 지속돼 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본지는 이와 관련해 유치원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

한편, 김씨와 남편은 아이의 진술을 모두 기록하는 한편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바라며 유치원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병현기자 why@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