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직장인, 학생들에게 의사소통능력과 관련한 특강이나 교양수업을 진행할 기회가 있었는데 깨달은 것이 있다. 인간은 말과 글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는데, 사회생활에서 언어는 개인이 사회에서 얼마나 적응하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도구가 된다는 것이다. 언어와 관련된 장애아동과 가족의 관계성 연구의 결과를 보면, 아무리 심한 장애가 있는 아이라도 그 아이에게 실제적인 언어이해 능력만 있으면 가족간 애정 정도가 좋았다고 한다. 그러나 가벼운 장애가 있더라도 언어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인간관계나 사회적응이 매우 어렵고, 가족은 심한 좌절감을 느끼고 아이에 대한 애정도 매우 적었다. 최근 다문화가정 아이들과 교육에 소외된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데, 가장 먼저 학내 한국어 어학당 운영을 추진한 이유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자나 망명자들이 새로운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언어를 배우는 속도와 숙달 정도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개인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을 위한 언어이해와 사용이 기본 중의 기본이다. 사람이 그런 것처럼 개가 인간사회에서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개의 언어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라 할 수 있다. 개의 언어를 잘 이해한 사람은 개에게 사랑을 줄 수 있고, 개도 사람에게 잘 적응할 수 있게 되어 사람과 개 사이에 발생하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우선 알아야 할 사실은 개는 사람이 말하는 단어의 미묘한 뉘앙스까지 식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세 살 아이가 말은 하지 못하지만 어른들의 말을 알아듣는 것을 경험한적 있는가? 외국어를 알아들을 수는 있지만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을 이해할 수는 있는 것이다. 언어능력은 말을 알아듣는 수용언어와 말을 하는 생산언어로 구분할 수 있다. 개는 수용언어를 가지고 있다. 사람의 지시에 따르거나 사람의 단어에 반응하여 현명하게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구강구조 등의 해부학적 특징으로 언어를 사람처럼 생산할 수 없을 뿐 수용언어는 발달해 있다. 한집에 여러 마리의 개를 기르고 있다면 개들이 자신의 이름에 정확히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제 자볼까?” 라고 말했을 때 개들이 침실과 침대로 향하고 “배고파?”라는 말에 개는 자신의 밥그릇으로 다가가기도 한다.

“산책하러 가자”라는 말에 개는 현관문에 가서 기다리기도 하고, “앉아”, “손”, “엎드려”, “붙어”, “점프”등의 다양한 명령어에도 정확히 반응한다. 이외에도 개체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개의 언어수용능력 때문에 정식으로 가르치지 않은 단어에도 개들은 반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개와 의사소통을 잘 하기 위해서 개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왜냐하면 당신이 집에서 다른 가족을 향해 “이리와, 앉아서 같이 TV보자”라고 이야기 했을 때 사실개의 입장에서는 크게 당황할지도 모른다. 개들이 흔히 알고 있는 “이리와”, “앉아”라는 명령어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개는 사람이 말하는 수많은 단어 중에서 어느것이 자신에게 향한 것인지를 사람의 몸짓(눈짓)을 보고 판단한다. 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주의를 끌면서 “이리와”, “앉아”라고 했다면 개는 당황하거나 오해하지 않을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몸짓이나 시선 없이도 개에게 혼란을 주지 않는 방법은 개 이름을 먼저 불러주는 것이다. 그러면 개는 자신과 관계있는 사람의 단어를 구분할 수 있게 된다. 개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주목해! 다음에 말하는 메시지는 너에게 향하는 거야”를 의미하게 된다. 개에게 말을 걸때는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개에게 뭔가를 시키고 싶을때는 반드시 먼저 이름을 불러주어야 한다. “자몽, 이리와”, “자몽, 앉아” 라고 하면 된다. “이리와, 자몽”, “앉아, 자몽” 하는 것은 좋지 않은데 개의 이름이 불린 후에 의미를 가진 단어가 지속되지 않으면 개는 뭘할까요? 라는 표정으로 당신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번 더 “앉으라고”라고 이야기 하면 앉겠지만 개는 이름이 불리는 순간 사람의 요구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름을 먼저 불러주고, 원하는 행동을 이야기 하는 것이 개와의 의사소통에서 기본이며 간단하지만 중요한 일이다.

개 이름은 어떤 이름이 좋을까? 개는 두 음절 정도의 이름이 부르기 쉽고 반응을 이끌어 내기 좋다. 개의 이름이 주변사람들에게 개를 인식하게 하는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강한 이름, 혐오스러운 이름은 개가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사람들이 그 개에 대해 선입견을 가질 수 있으므로, 밝고 부르기 좋은 이름으로 주변 사람들이 내 개에게 좋은 인상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서라벌대 반려동물연구소 소장(마사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