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말(言)로 말에서 글(文)로
삶이 말(言)로 말에서 글(文)로
  • 등록일 2019.07.16 18:43
  • 게재일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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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경북 시골 초등학교에 깡마른 선생님이 부임합니다. 어느 교실에서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국어 수업을 진행합니다.“어린이 여러분. 글짓기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시골 아이들에게 글은 짓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임을 강조하면서 네 가지를 당부합니다.

첫째, 자신이 평소에 하던 ‘말’을 그대로 글로 옮겨 써도 괜찮아요. 둘째, 더러 서툰 말이 나와도 아무 상관없어요. 착한 어린이가 된 것처럼 꾸며서 쓰지 마세요. 칭찬을 받거나 잘 보이기 위해서 글을 꾸미지 마세요. 셋째, 슬프고 괴로운 일, 부끄러운 일도 괜찮아요. 얼마든지 좋은 글이 될 수 있어요. 넷째, 잘 쓴 글이라고 해도 남의 글을 절대 흉내 내지 마세요. 단 그 글에서 정직함만 배우세요. 만들어 내는 ‘글짓기’는 하지 마세요. 있는 그대로를 쓰는 ‘글쓰기’를 하세요.

옳은 가르침은 위대한 결과를 낳습니다. 하얀 백지처럼 순수한 아이들에게 글 짓기가 아닌 글쓰기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기 시작하자 아이들은 쓱쓱, 삶을 놀랍도록 맑고 순수한 글로 풀어내기 시작합니다.

내가 학원을 / 밤 일곱 시에서 아홉 시까지 해서/ 마치고 오는데 / 별이 있나 없나 / 하늘을 보면서 / 터벅터벅 걸어간다. / 집 가까이 가는데 / 현호가 있어 / 함께 한 바퀴 또 돌고 / 외로운 길을 두 번 간다.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 /외로운 길 전문

이오덕(李五德) 선생 이야기입니다. 아동 문학계는 충격을 받습니다. 그때까지 동시 속 아이들은 곱디고운 천사같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이었는데 동심 천사주의를 여지없이 깨 버린 작품들이 가득했기 때문입니다. 이오덕 선생은 힘주어 말합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삶의 태도는 사람다운 감정과 생각을 갖고 사람다운 행동을 하는 것이라 믿습니다. 글쓰기는 그런 삶을 가꾸는 참으로 귀한 수단입니다. 글을 쓰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교육이 있는지를 나는 모릅니다.“

이오덕 선생이 항상 강조한 것은 삶이 말이 되어야 하고 말이 글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야 비로소 올바른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삶에서 말로, 말에서 글로.” 당연한 말씀입니다. 선생은 되묻습니다. 삶은 말이 되고 말이 글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로 그렇게 글을 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오히려 정반대라고 지적하지요. 글이 말을 지배하고 말이 삶을 지배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의 모습이 아니겠느냐고요.(내일 편지에 계속)

/조신영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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