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
박은미 경북여성정책개발원 정책개발실장

1995년 베이징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여성대회에서 성 주류화(Gender Mainstreaming) 전략이 주요 의제로 채택되면서 해외 선진국을 비롯하여 우리나라에서도 그동안 많은 성과를 거두며 추진하여 왔다. 성평등 정책 추진에서는 예산을 편성하고 지출하는 성인지적 관점이 필요하다. 예산은 정부가 진정으로 어떤 정책을 수행할 의지를 가지고 있는가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도구이며, 정책의 우선순위를 나타내는 단적인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예산배분이 성별로 형평하게 이루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국가재정법을 개정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성인지예산제도란 예산이 여성과 남성에게 미치는 효과를 고려하여 국가나 지방 재원이 성평등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자원 배분의 과정을 의미한다.

성인지예산제도의 도입 경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는 2001년부터 여성단체를 주축으로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성인지적 분석을 시작하였고, 국회여성위원회에서 2002년 10월 성인지적 예산편성 및 자료 제출 촉구 결의안을 의결하였다. 그 후 제2차와 제3차 여성정책기본계획에 성인지적 예산정책이 포함되고, 기획예산처에서는 2003년부터 이 요구를 부분적으로 반영하여 왔다.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면서 2006년 준비과정을 거쳐 2010년부터 회계연도 성인지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시행되었다. 국가재정법 개정을 통해 성인지예산제도가 추진됨에 따라 지방재정법을 개정하였고, 지방자치단체는 2013년부터 성인지예산서와 결산서를 작성하여 지방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여성을 특별한 이해집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부 정책, 프로그램에 젠더 이슈를 반영하는 것임을 강조하였다. 또한 성인지예산제도는 성평등한 자원배분의 과정으로 전체예산액을 증가하거나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예산내에서 성평등한 방식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성인지예산제도는 왜 중요한가? 첫째, 성인지예산제도는 성불평등 문제와 무관해 보이는 예산사업이라도 의도하지 않게 성불평등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성불평등을 예방하고자 하는 제도이다. 모든 정책은 도민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특정 성(性)에 대한 차별의도를 가지지는 않지만, 성별차이와 조건을 반영하지 않을 경우 균등한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수 있다. 재정의 균형 있는 배분을 통해 여성과 남성의 다른 역할과 책임에 따른 정책의 상이한 효과를 고려하여 예산을 편성함으로써, 정책의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효율성을 보장할 수 있다. 둘째, 자원분배의 경제적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성평등을 고려한 예산 편성 및 집행을 통해 사회·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거나 편익을 증가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는 성인지예산제도가 가지는 특징으로 여성과 남성의 다른 요구에 다르게 대응하여 재원을 배분하기 때문에 낭비 없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셋째, 국가 재정의 투명성을 강화할 수 있다. 예산의 편성, 심의, 집행, 평가 등 모든 예산과정에서 정책효과를 고려하고, 공공지출의 정확한 기록과 성별분리 통계, 객관적인 정보의 제공을 요구함으로써 예산에 대한 투명성이 확보될 수 있다. 넷째, 모든 예산의 성평등 효과를 분석하고, 적절한 대안을 모색함으로써 성평등에 대한 정치적 의지를 현실화할 수 있다.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정책대상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반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과정은 보수성을 띠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정책 효과가 반감되어 정책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사회변화에 따라 정책도 발전되고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최고의 품질은 여성과 남성의 요구와 관점에서 판단되어져야 할 필요성이 있으며, 남녀의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성인지예산제도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