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
강성태 서예가·시조시인

장마가 주춤한 지난 휴일 새벽, 모처럼 포항철길숲을 찾았다. 새들의 지저귐 속에 심호흡하듯 아침 공기를 들이키며, 효자동에서 옛 포항역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따라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포항철길숲은 2015년 4월 KTX포항역이 흥해읍 이인리로 이전됨에 따라 남게된 철도 유휴부지를 시민친화공간으로 만드는 도시숲 조성사업으로 생겨났다. 지난 5월초, 옛 포항역에서 효자교회까지 4.3㎞ 구간의 철길숲이 준공됨에 따라 그 이전에 도시숲으로 조성된 서산터널 북측의 2.3㎞ 구간과 함께 6.6㎞의 도심 내 폐선부지가 아름다운 숲길로 태어나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철길숲은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기반으로 어울누리길, 활력의 길, 여유가 있는 띠앗길, 추억의 길, 엄마랑 아가랑 태교의 길 등 5개의 테마로 이뤄져 있다. 군데군데 옛 철길을 그대로 보존하고, 곳곳에 다양한 시설물, 조형물, 스틸 아트작품 등을 조경과 어우러지게 설치해서, 역사, 문화, 자연이 살아 숨쉬고 여가와 휴식, 유희와 운동을 즐길 수 있는 복합적인 시민 소통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포항철길숲은 숲(Forest)과 철길(Rail)의 합성어로 ‘포레일(Forail)’이라고도 부른다. 철길숲이 만나는 효곡동, 대잠동, 양학동, 용흥동, 덕수동, 우현동, 우창동까지 길게 이어지는 옛 철길 주변에 풀과 꽃, 나무를 심어 띄엄띄엄 작은 숲을 이루고 벤치나 정자, 그늘막 등의 쉼터와 운동기구를 중간중간에 설치해 걷고 뛰고 뒹굴거나 쉬다가 가볍게 운동도 하고 얘기도 나누는 등 시민들이 마실 나가듯이 철길숲을 즐겨 찾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조성돼 있다.

철길숲에는 이색적인 테마와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그 중에 2017년 3월 8일부터 현재까지 활활 타오르는 불기둥은, 철길숲 조성공사 당시 200m 지하 굴착 중 분출된 천연가스에 불꽃이 옮겨 붙어 24시간 계속 타오르고 있어 불과 빛의 도시 이미지에 다채로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음악분수, 댄싱프로미너드, 효자갤러리, 한터마당(버스킹 공연장), 오크정원, 유아놀이숲, 기억의 숲, 기다림의 정원, 벽천, 계류, 장미원 등이 나들이객들로부터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음악분수는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으로, 여름철 하루 10여회 가동하는 음악분수, 스크린분수의 물줄기 사이를 신나게 오가며 즐기는 아이들로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방장산 산자락을 휘돌아가는 활력의 길 중간쯤에는 시민들이 경작하는 그린웨이 도시텃밭이 있고, 양학건널목을 지나면 옛 간이역의 자취인양 막사 모양의 회랑이 오른쪽으로 길게 설치돼 있다. 40여 년 전 통학길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애환서린 양학간이역이 이렇게 변모되다니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서산터널에서 충혼탑과 수도산으로 연결되는 덕수공원을 지나 유성여고까지는 2011년 1단계로 조성된 도시숲길답게 무성해진 숲과 가로수가 시원하게 펼쳐져있다. 산비탈 언덕진 곳에는 벽천(壁泉)이 폭포수처럼 떨어지고 완만한 풀밭에서는 계류(溪流)가 황토길과 데크로드 사이로 잔잔하게 흐른다. 전나무와 벚나무 가로수 한 켠에 장미원이 있고 새소리와 솔내음이 맑게 깔리는 그곳은 엄마랑 아가랑 태교의 길로 철길숲 북쪽 끝자락이다.

보물찾기 하듯 철길숲 이곳저곳을 살피며 쉬엄쉬엄 거닐다 보니 어느새 두어 시간이 흘렀다. 100여 년 동안 기차가 주택가를 달리던 철길이, 이제는 자연과 도시를 잇고 소통과 문화가 피어나는 희망의 길로 거듭났다. 도심공원이 부족한 포항으로서는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을 품은 도시는 사람을 모이게 하고, 문화가 바탕이 된 도시는 꿈을 꾸게 된다. 철길숲을 잘 가꾸고 보듬어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고 지진 여파로 지친 마음을 달래며, 위락과 치유의 시간을 갖는 쾌적하고 행복한 숲길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