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큰 별이 졌다. 한동대학교 초대총장이었던 김영길 박사가 돌아가셨다. 불꽃같이 걸어온 발자취를 뒤로 하고, 수많은 제자들과 동지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기면서 이 땅에서의 소중하고 값진 삶을 마감하였다. 수다한 고난과 역경을 지치지 않는 믿음과 소망으로 뛰어넘으면서, 대학을 세우고 제자를 길러내었다. 대학이 지역과 나라, 그리고 세상을 향하여 든든한 자리를 잡도록 만들었을 뿐 아니라, 나라의 대학교육이 보다 높은 지표를 향하도록 그 길을 닦아 놓았다. 자신이 그러했듯이, 제자들을 향하여 ‘배워서 남주라’고 때마다 강조하였다. 가르치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임을 몸으로 보여 주었으며, 배우는 일이 ‘Why not change the world?’를 지향하도록 북돋웠다.

그를 보내는 자리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제자들과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그가 바꾸어 내라고 가르쳤던 그 세상에서 오늘도 땀흘려 일하다가, 그가 떠나셨다는 소식에는 세상이 무너져 내린 마음이 되어 모여 들었다. 그가 가르친 대로, 나 하나 잘 살기 위하여 살 것이 아니라 병들고 힘든 세상을 바꾸고 구하기 위하여 살아낼 것을 다짐하면서 스승을 보내드렸다. 생각을 같이 하였던 동지들과 교수들은 대학을 열면서 함께 하였던 다짐을 새롭게 하면서 그를 보내드렸다. 황량한 벌판에 학교를 세우면서 바르게 가르쳐 세상을 바꾸리라는 그 날의 각오를 그를 보내면서 다시 세웠다. 또 하나의 대학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대학’을 일으킨다는 그 처음 생각을 그의 영정을 마주하며 일깨우고 있었다.

높은 뜻을 세우고 실천하였을 뿐 아니라, 그는 더할 나위없이 따뜻한 스승이었다. 시험 때면, 몰래 도서관을 돌며 학생들의 힘든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어려운 학생들의 이야기를 낱낱이 들어주며 손을 붙들고 기도하여 주었다. 학생들과 만나는 일을 가장 즐기는 총장이었으며 학생들의 하루하루가 늘 안타까운 선생이었다. 병든 세상을 향한 관심이 깊었던 만큼 사람의 마음을 살피는 세심함도 한 가득이었다. 누구보다 우수한 과학자였지만 마음에는 역사와 사회 걱정을 담고 살았다. 지역과 끊임없이 함께 호흡하고자 하였으며 세계의 맥박도 놓치지 않았다. 유엔과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글로벌교육’의 새 지평을 열었다. 경쟁에 몰두해 있는 대학들 간에도 협력과 연합을 강조하여 함께 만들어 가는 대학교육을 꿈꾸기도 하였다.

‘메멘토모리(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는 이 생각은 누구나 죽을 운명임을 명심하고 살아야 함을 이야기했을 터. 살아있는 동안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마음에 새겨야 한다.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인지, 무엇을 뒤로 하고 사라질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작가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인생을 꽉 채워 산 사람은 언제든 죽을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가신 어른 만큼 평생을 꾹꾹 채우며 살아낼 수 있을까. 당신은 오늘을 충분히 채우며 살아가고 있는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저 생각과 함께 오늘을 채우며 살아가라는 지혜를 담은 ‘카르페디엠(Carpe Diem).’ 이 순간을 잡아라, 즉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인 바, 메멘토모리와 카르페디엠을 묶으면 죽음이 찾아올 것임을 잊지 말고 오늘을 채우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우리의 삶인 아닌가. 작가 오그만디노(Og Mandino)는 ‘영원히 살 것처럼 일하고, 오늘 죽을 것처럼 살라’고 하였다. 즉, 최선을 던지며 일하되 마음을 다하여 살아낼 것을 권한 게 아닌가. 한동대는 복받은 학교다. 저렇듯 뛰어난 지도자가 이끌었으며 그 뜻을 또 선명히 남기었으니, 앞으로도 무궁한 가능성을 담고 있을 터이다. 남기신 의미를 교육에 담아 세상을 바꾸어 내는 모두가 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