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수 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허공에 바람에 흔들리며 집을 지어놓고 하염없이 기다림에 빠져있는 거미의 모습이 시인 자신의 모습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언젠가는 지어놓은 거미줄에 뭔가가 걸려들어 올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기다리다 까맣게 타버린 서러운 거미처럼 자신의 처지도 서러움에 가득 차 기다리고 기다리는 존재라는 시인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