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 타당성 주장하던 전문가들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고 나 몰라라
참사 수준의 실수 반복치 않기 위해선
전문가들의 소통·지식 부재 책임 물은
‘라퀼라 재판’ 교훈 삼아 전말 밝혀내야

지난 5월 10일 포항지진특별법안 시민공청회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을 펼치고 있다. /경북매일 DB

11.15포항촉발지진과 관련, 현재 감사원의 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 머잖아 감사원의 감사결과가 발표되리라 본다. 정부조사단이 포항지진의 원인을 지열발전소에 의한 촉발로 규정한 만큼, 포항시민들은 감사원이 내놓을 감사 결과가 궁금하기만 하다. 어떤 경우든 간에 미래에 두 번 다시 포항과 같은 참사 수준의 실수를 반복치 않기 위해서도 이번 감사는 엄격해야 실시돼야 할 것이다.

필자는 포항지진을 추적하는 동안 매우 궁금한 대목 하나를 갖게 됐다.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당위성과 타당성을 주장하던 그 당시의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하는 부분이다. 포항이 지진으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지금까지 그들은 어떠한 입장도 밝힌 바 없다. 포항시민들은 지진으로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재산피해액만 10조 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어떻게 보면 소위 과학자이고 전문가라는 그들이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시민들의 시각에서 접근했었더라면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는 일이었을 수도 있다. 포항지열발전소에 참가한 과학자와 전문가들은 왜 아무런 말이 없는 것일까.

지진과학자들이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에 발을 담글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지진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위해(risk)상황에서 사업자 측에 제공할 수 있는 남다른 지식과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물론 처음에는 남다른 자긍심으로 참가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들은 사업자 측으로부터 회의 수당 등 대가도 받았다. 그 대가는 어떻게 보면 세금이 대부분이라고 보면 된다. 사업 자체가 정부 지원을 받아 추진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후에 나타난 일련의 절차에서 전문가들이 제 기능과 역할을 했었는가 하는 것이다. 필자는 포항지진 사태를 보면서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지식을 사업자 편익에 가담시킬 때 어떤 위험이 빚어지는 것인가를 확실히 관찰했다.

우리 사회에는 전문가 이용이라는 하나의 흐름이 있다. 특히 공직자들이 특정 사업을 실시하면서 나중에 돌아올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문가 그룹을 자주 동원하고 있다. 그들의 유명세에 기대어 추후 일이 만에 하나 실패하더라도 책임으로부터 살짝 비켜날 수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전문가들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당연, 현실적으로는 쉽지가 않다. 특히 전문가 그룹은 논리 생산이 일반인들에 비해 탁월하다. 필요에 따라 방향도 틀어주는 등 입맛에 맞게 요리해 주기도 한다. 이런 사례는 소위 전문인들이 하는 용역 등에선 부지기수다. 그러나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손 치더라도 그들에게 책임을 입증시키기란 쉽지가 않다. 전문가라는 그들이 ‘나는 이렇게 보고 생각했다’하면 책임은 문제를 제기한 측에서 입증해야 하기에 그 길이 간단치가 않다.

포항지열발전소 전경.  /경북매일 DB
포항지열발전소 전경. /경북매일 DB

그렇다면 포항지진은 어떠할까. 지진으로 온통 난리가 났지만 가장 중요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 그들로부터 자백을 들어본 일은 없다. 그런 점에서 지진과학자들에게 지역주민과의 효과적인 소통 기술과 전문 지식의 부재에 따른 책임을 물어 법원이 유죄판결을 내린 ‘라퀼라 재판(L‘Aquila Trial)’은 포항시민들에게 주는 메시지가 있다.

이탈리아 라퀼라 지역은 2009년 4월 6일 규모 6.3 지진이 발생하여 300여명이 죽고 수천명이 다쳤다. 그곳도 6.3 지진이 발생하기 전에 수백 차례 미소지진이 발생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진 일주일 전에 재난위원회가 소집됐다. 그러나 재난위원회는 회의 후 지진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 거대 지진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거였다. 또 지진 위험성도 완전히 배제했다. 특히 그 위원 중에 한사람은 지진 위험이 없으니 집에서 편한 소파에 앉아 와인을 마시라고 권고했다. 숨진 사람들 가운데 29명은 대피했다가 이 애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가 변을 당했다.

이탈리아 법원은 2012년 10월 1심에서 7명의 과학자들에게 징역 6년 벌금 1000만 유로의 유죄판결을 내렸다. 판결의 이유는 간단하다. 재난위원회 소속 과학자들이 ‘정확하지 않고 불완전하며 모순된 정보’를 시민들에게 제공하여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었다. 과학계는 법원의 선고가 나오자 즉각 반발했다. 완벽한 지진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과학자를 처벌하는 것은 정당치 않다는 것이었다. 반면, 주민들은 “모든 희생자를 위한 역사적 선고”라는 반응을 보였고, 시민단체들은 “과학이 문제가 아니라 공포에 질린 대중과 소통하는 방식에서 잘못됐다”며 정당한 판결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렇다면 미소지진이 수백차례 발생하는 상황에서 지진전문가는 주민들을 상대로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 미국 캘리포니아지진센터 토마스 조든 소장이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전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퀼라 지진이 일어났을 때를 한 번 봅시다. 재난 상황에선 많은 허위정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거짓과 허위 정보가 넘쳐납니다. 그런 때에 책임 있는 과학자 당국자가 정보를 주지 않으면 혼란은 더욱 가중됩니다. 단기적인 예측에서 더 권위가 있고 과학적이며 시의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해야 하며 과학자들도 대중을 상대로 투명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기술적인 부분뿐 아니라 일반 대중과 소통하는 방법까지 숙지해야 할 것입니다. 지진과 관련해서는 언제쯤 정보를 공개할지 기준이 되는 ‘임계치’를 미리 만들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과학자는 지진 위기 상황에서 일반시민을 상대로 시의 적절하게 의견을 내고 기술적인 부분도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포항지열발전소 프로젝트에 참가하여 정보를 제공한 학자와 전문가들은 과연 포항시민과 소통하였는가. 이제 그들이 답할 때가 됐다. 포항지열발전소 사업 과정을 따라가 보면 전문가들이 결정한 결과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왜 그랬을까. 과연 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지진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보다는 진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대목에선 더욱 말문이 막힌다. 그들은 지열발전소를 운영하기 위한 수리자극을 5차례나 하면서 시민에게 지진발생 경보 체계 즉 신호등체계에서 포항시에 알리는 경보 매뉴얼에서조차 제외시켰다. 지열발전소가 내재하는 위해(危害: risk)를 대처하기 위한 소통채널을 처음부터 가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포항지열발전소에 적용한 지진대처 7단계 프로토콜(미국학자 E. Majer 모델)을 검토하면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의 부재를 입증할 수 있다. 이 모델은 2단계와 7단계에서 주민과의 대화를 공유해야 하는 실천이 있다. 그러나 이런 지침들은 서류에만 남았을 뿐 실행은 되지 않았다.

정부 지진조사단이 촉발지진이라는 발표를 한 이후 학자들(부산대 김광희 교수, 고려대 이진한 교수, 정부 조사단장인 이강근 교수)은 포항지진 경우 3∼4차례 예방할 기회가 있었다는 진단을 했다. 2016년 11월과 12월쯤에 시추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이수(mud loss)현상이 발생했을 때, 두 번째는 2017년 1월 16일에 1차 수리자극을 시도하여 규모 1.4 지진 발생으로 예상보다 큰 지진이 발생했을 시점, 세 번째는 2017년 4월 15일 3차 수리자극으로 규모 3.1 지진이 발생했을 때였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때 지열발전소 운영을 무조건 중단하고 전문가들에 정밀 진단을 받아야 했었다고 했다.

포항지열발전소 참가 학자와 전문가들은 지진이 규모 3.1 이상 발생했는데도 왜 정밀조사를 권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주민 및 포항시 당국과 지진위해를 대비한 대화채널을 왜 전혀 가동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자기들끼리 무슨 논의를 거쳐 2017년 4월 3.1 지진 발생 4개월이 지난 8월과 9월에 4차 5차 수리자극을 과감하게 강행했을까. 더욱이 그들은 8월에는 ‘순환연성 수리자극(cyclic soft stimulation)’ 실험을 시도(4차 수리자극)하여 성공했다면서 외국학술지에 두 편의 논문까지 발표했다. 지진 위해에 대처하는 소통채널은 전혀 가동하지 않은 채 말이다.

그들이 보여준 놀라운 당당함은 지진 이후에도 이어진다. 포항시민들이 지진고통을 받고 있을 당시 그들은 2018년 12월과 2019년 1월에 이어 또 다시 5월에 국제학술지(Water Resources Research)에 4차 수리자극 실험 결과를 논문(Harmonic Pulse Testing for Well Monitoring)으로 발표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특히 그들은 정부가 포항지열발전소에 관한 어떤 정보도 주민 안정을 앞세워 공개를 차단하고 있었던 시점에 포항지열발전소에 관한 정보를 외국인 전문가와 공유하면서 논문을 공개했다. 그들은 포항의 아픔을 어느 선에서 받아들였기에 그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윤리적 측면에서도 납득이 어려운 대목이다. 어떻게 정보를 받았는지, 아니면 정보 통제 규제를 받지 않았는지 등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져야 할 사안이다.

필자는 포항지열발전 사업에 참가한 과학자와 전문가에 대한 감사와 조사는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했더라면 포항지진은 사전에 방지 할 수도 있었다고 보기에 더욱 그러하다. 지진 전후 시점을 추적해보면 석연찮은 점들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포항시민들의 눈높이에서 보면 그들이 행한 일련은 일들에 있어서 포항시민들은 눈에 아예 없었다.

물론 그들은 과학자로서의 자신의 과학 능력을 그동안 소신껏 실천했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납득이 돼야 가능하고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포항지열발전사업에 참가한 전문가와 과학자들은 미소지진과 거대지진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지진위해 대비한 소통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이 사실을 몰랐다면 그들을 전문가라고 선발한 측에 더 잘못이 있고, 알았다면 그들은 형사상 책임을 져야 한다.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에 이름을 올린 전문가그룹은 서로가 이리저리 인연이 있는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후배부터 동문, 사제지간 등 너무나 복잡하다. 그러니 그 안에서 고백의 소리를 듣기란 요원하다. 포항지진은 포항지열발전소가 촉발시킨 것이었다. 이제는 포항지열발전 사업에 참가한 과학자와 전문가라면 시민 앞에 나와 사태 전말을 밝혀 줘야 한다. 그게 최소한의 도리고 학자적 양심이다. 누군가의 고백이 있었으면 더 좋겠지만 그건 지나친 기대일 것 같아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답답하고 안타깝다.

/양만재 시민기자(포항지열발전부지안정성검토 TF 위원)

    양만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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