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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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 사립고(자사고)의 아이콘인 상산고 학부모 수백명은 전북교육청 앞 광장에서 며칠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북교육청의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 절차가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 등을 잃었다는 항의이다. 상산고는 대통령 공약인 자사고 폐지의 첫 희생양인 셈이다.

전북교육청은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기 위해서 올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커트라인을 전국 시·도 교육청의 기준점수 70점보다 10점이 높은 80점을 제시하고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예외로 인정하는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의무를 평가 항목에 소급 적용하고 배점도 높여 부당하게 평가했다고 한다. 결국 80점 만점에 79.61점이라는 0.39점 차이로 상산고 재지정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한마디로 대통령 공약 사업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아무 죄도 없는 학교를 상대로 교육청이 소위 ‘작전’을 편 것으로 보인다. 상산고를 설립한 홍성대 이사장은 필자가 고교를 다닐 때부터 유명했던 ‘수학의 정석’저자이며 국내 최고의 수학 학습서로 지금도 각광받는 책이다. 홍 이사장은 여기서 벌어들인 수백억의 재산을 모두 상산고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 부담금도 최대한 줄이고 장학금을 확대하고 재단전입금을 늘려 모범적으로 자사고를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가장 모범적인 자사고에 대하여 재지정의 취소 결정이 내려진 셈이다.

홍 이사장은 획일성과 평등만을 강요해서 어떻게 4차 산업혁명시대의 핵심인 다양한 인재를 기를 수 있겠냐고 반문하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전북교육청 관계자들도 ‘자사고 폐지’가 대통령 공약 사항인데다 100대 국정 과제에 들어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정도로 이번 사태는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논리로 결정된 것이 확실해 보인다. 경쟁이 있어야 생산성을 높인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경쟁 속에서 다양한 창조적 교육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종류의 고교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을 정부가 인정하고 과거에 자사고 제도를 만들었다. 고교의 다양성을 위해 만든 제도를 정부가 바뀌었다고 스스로 폐지하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자사고는 과거 정부가 다양한 교육수요를 수용하겠다며 2010년 도입한 학교 모델로 학교의 자율성을 더 확대·발전시킨 것이다. 자사고는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다양화하기 위해 고교 정부 규정을 벗어난 교육과정,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 학사 운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사고는 정부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도록 되어 있다.

정부와 진보성향 교육감들의 자사고 폐지의 명분은 ‘평등교육’이다. 그러나 ‘평등교육’의 정의는 올바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개인은 각각 다양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 다양한 능력에 맞는 교육을 시킬 필요가 있다. 그러한 기회를 누구에게든 부여하는 것이 평등교육의 기본 정신일 것이다. 평등교육이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지 교육수준의 평등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수준은 각각의 수준과 다양한 능력에 맞게 제공돼야 한다. 상산고의 눈물은 정치적 논리로 휘청거리는 한국 중등교육의 눈물이다. 해방 후 지난 70여 년간 정치적 논리로 정부가 바뀔 때마다 바뀌는 교육정책은 “똑같은 제도하에서 졸업한 두 개의 세대는 없다”는 한국만의 이상한 교육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한국은 교육정책에 관한한 후진국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교육정책을 그렇게 쉽게 바꾸지 않는다. 사립고, 공립고가 존재하고 특히 사립고들은 다양한 교육방식으로 경쟁하고 랭킹이 존재하며 우수한 학생들을 모으기 위한 자율적 경쟁을 한다. 중등교육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보장되어야 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하는데 교육정책들이 정치적 논리로 자꾸 바뀌어서는 안된다. 지금 상산고의 눈물은 우리 자신의 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