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전철 밟는 탈원전
4대강 전철 밟는 탈원전
  • 등록일 2019.06.20 19:43
  • 게재일 2019.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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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이대로 가도 될까.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에 대한 우려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은 2008년 12월 29일 낙동강지구 착공식을 시작으로 2012년 4월 22일까지 22조원의 예산을 투입해 추진한 대하천 정비 사업이다. 이 사업은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준설하고 친환경 보(洑)를 설치해 하천의 저수량을 대폭 늘려서 하천 생태계를 복원한다는 것을 주된 사업 명분으로 했다. 노후 제방 보강, 중소 규모 댐 및 홍수 조절지 건설, 하천 주변 자전거길 조성 등은 부수적 사업이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대업이 시작됐다”며 “4대강 사업은 홍수예방, 수질개선, 일자리 창출 등 1석7조의 친환경 경제사업으로 사업이 마무리되면 활기찬 대한민국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너무 짧은 기간에 전국토를 파뒤집는 토목건설사업을 졸속으로 추진했다는 대목에서 적지않은 문제들을 잉태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이 쓰이는 사업이 단 몇 개월만에 결정됐고, 전문가들이 반대를 하는 와중에도 법 규정까지 바꾸어 가며 황급히 시행하는 바람에 겪지 않아도 될 온갖 부작용이 뒤따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공약 역시 4대강 사업처럼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졸속 결정·추진되고 있다는 심증이 짙다. 대선 당시 문 후보는 ‘원자력 제로’를 목표로,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노후원전 수명연장 중단, 월성1호기 폐쇄, 신고리5·6호기 공사 중단 등을 주장했다. 또한 원전 비중을 2030년까지 30%에서 18%로 낮추고, LNG는 20%에서 37%, 신재생 에너지는 5%에서 20%로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집권 이후 신고리원자력발전소 5, 6호기의 공사를 3개월 간 일시 중단하고, 시민 배심원단들로 구성된 공론화위원회가 공사의 중단·재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1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한수원 노조 등 원자력업계의 반발도 있었다. 지난 해 6월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열어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 4기 건설 영구중단을 의결했다. 정부의 탈원전 기조에 맞춘 결정으로 보인다.

탈원전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TK지역 민심은 크게 악화되고 있다. 자유한국당 대구시당위원장인 곽대훈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은 60년에 걸쳐 진행된다는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고리 1호기 폐로식에서 탈원전을 선언한 지 2년 만에 한전 등 에너지기업은 적자에 허덕이고 전 국토는 태양광 패널로 뒤덮여져 있다”고 지적한 뒤 “원전 관련 기업들은 줄도산에 빠졌고, 근로자들은 갈 곳을 잃어가고 있다”고 탈원전정책의 폐해를 강조했다.

옛말에 ‘친구와의 약속을 어기면 우정에 금이 가고, 자식과의 약속을 어기면 존경이 사라지며,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어기면 내가 나를 믿을 수 없게 된다’고 했다. 대통령 역시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면 안된다. 다만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우선의 약속은 취임선서의 정신이다. 대통령은 취임할 때 국민앞에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선서한다. 바로 이 선서가 대통령이 지켜야 할 최우선의 약속이다. 대통령이 공약한 탈원전 정책이라 해도 바로 이 최우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정책수단일 뿐이다. 따라서 급작스런 탈원전정책 실행이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 섰으면 새롭게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는 과정을 거친 뒤 차근차근 추진하는 쪽으로 선회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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