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 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기업 경영자들은 지금쯤 ‘여름이라는 계절’의 느낌보다는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사방이 모두 날카로운 칼날로 덮여있어 한발만 잘못 내디디면 베일까 가슴이 서늘해지는 ‘정치라는 계절’임을 깨닫고 있을 것이다. 2020년은 수많은 1년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미국과 우리에게는 묵직한 한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4월 15일이면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게 된다. 그로부터 6개월 정도, 11월 3일이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할지 아니면 수많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계자 중 하나가 정권을 잡을지 결정될 것이다. 선거는 내년이지만 이미 이를 의식한 정치인들은 분주하다. 우리는 이미 정치의 계절에 살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11일 미 법무부는 반독점법(Antitrust Laws)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공표하였다. 과거 반독점법은 독점상태에서 부당하게 높은 가격을 매겨 ‘소비자의 불이익’을 일으키는 기업을 단속하기 위해 탄생하였다. 그런데 이 ‘소비자의 불이익’에 대한 개념을 이전보다 더욱 확장한 것이다. 경쟁상대방을 매수함으로써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시장에서 퇴출시키거나 기업이 개인정보를 독점하여 프라이버시 보호에 방심할 우려, 경쟁기업 부재에 따른 ‘저품질의 경쟁’상태를 유발하는 것까지도 ‘소비자의 불이익’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미국 사법당국의 이러한 움직임은 가파(GAFA)에 화살을 겨냥하고 있다. 즉 구글(G), 아마존(A), 페이스북(F), 애플(A)이라는 세계적인 대형IT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법에 따른 규제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을 인수한 것도 경쟁상대를 미연에 방지하는 행위로 간주해서 반독점법 적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미국의 정책변화를 암시한다. 지금까지 미국 IT산업의 성장과 경쟁력의 원천이 정부의 ‘자유방임’정책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제 ‘규제강화’로 정책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배경이 있겠지만 이 또한 2020년 미국의 ‘대선’이라는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물론 우리나라는 대선과 같이 국가적인 경제정책의 기조변화까지는 발생하기 어려운 ‘총선’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는 긴장감이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현 시점에서 각 지역별 현안사항을 중심으로 국회의원과 소속 정당 등의 공약, 지지계층의 반응 등이 얽혀 있는 데다 선거결과에 따라 해당 지역경제의 향방에 영향을 줄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역 기업의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대선보다 총선이 더욱 민감하게 느낄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정치의 계절에서 지역 기업들은 과연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 사실 아무리 ‘정치의 계절’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기업의 요건은 항상 변함이 없다. 게다가 과거처럼 정치적 배경만으로 승승장구하기도 어려운 시대다. 미국 정치인들이 ‘소비자의 불이익’을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기업의 생존은 자사의 제품, 자신의 서비스로 ‘소비자의 만족’을 이끌어내는가에 달려있다. 경기가 최악이라는 포항이지만 시내 곳곳에는 줄지어 대기하며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음식점도 있고, 2호점 3호점으로 도리어 확장하는 가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결국 ‘소비자의 눈’은 정확한 것이다. 정치의 계절에 정치인들이 정치소비자인 ‘시민’을 의식하듯이 기업가는 소비자인 ‘수요기업’이나 ‘구매자’를 의식하여야만 한다. 정치의 계절이라고 좌충우돌할 필요는 없다. 언제나 ‘소비자’만 바라보는 기업이라면 비록 정치의 계절이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소비자 우선주의는 언제나 최고의 방법이며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