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학이 많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함께 저조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그 여파는 대학의 위기로 연결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라 고등학교 졸업자 숫자가 가파르게 줄어들면서, 2018년부터 이미 대학모집인원에 비해 졸업생 숫자가 적게 되어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견되어 왔다. 최근 국가 교육통계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1년 대학입시에서 대입정원이 고졸자 수를 9만 명이나 초과할 것이라고 한다. 어림잡아 거의 백 개쯤 되는 대학들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경상북도는 특히 심각하여, 입학정원이 고졸자 숫자의 거의 두 배에 달할 것이라 한다. 이를 어찌할 것인가. 인구감소 현상이야 어찌할 수 없겠지만, 대학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대학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우리 정부는 대학을 국가교육체계의 중요한 부분으로 보아 교육부가 대학의 교육과정과 재정운영에 깊이 관여해 왔다. 대학으로 보면 정부가 간섭도 하고 모니터링도 하지만 경제적으로 도움을 받으므로 이를 감수하면서 교육에 임해오고 있다. 그러는 사이, 개별 대학의 존재 이유와 독특한 개성들은 사라지고 학문의 전당이어야 하는 대학들이 거의 모두 같은 모습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들이 제각기 특수한 교육이념과 철학, 개성있는 학문적 특성을 살려 가면서 대학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와 학풍, 전통과 긍지를 만들어 내는 다른 나라의 대학들과는 매우 다른 ‘대학가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추격과 모방’을 기저로 하는 개발모형에는 매우 효율적인 접근이었겠으나, 21세기 ‘창의와 혁신’을 기반으로 해야 하는 지식정보사회에는 매우 어색한 대학 분위기인 것이다. 정부가 대학을 잊어야 한다. 이제는 손을 떼어야 한다.

대학은 어찌해야 하는가. 가장 추운 겨울을 맞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의 미래는 대학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교육, 연구, 봉사 모든 면에서 다 잘 해야 하고 하나같이 평가하는 일률적 대학평가모델을 벗어내고 각자 무엇에 강한 대학이 될 것인지 결정하여야 한다. 교육에 강한 대학과 연구에 튼실한 대학은 분명히 달라야 한다. 지역사회와 호흡하겠다는 대학이 있어야 하고 평생교육에 능수능란한 대학도 만나보고 싶다. 한 가지 잣대로 모든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대학(大學)이 ‘큰 배움’인 까닭은 총체적으로 볼 때 그만큼 다양하고 풍성한 배움이 그곳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인문사회와 자연이공계, 그리고 예술문화 분야에 각각 튼실하고 강한 대학들이 나와야 하고, 지역마다 그곳의 분위기에 걸맞는 대학들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의 결정에 그 운명이 좌우되는 대학은 대학이 아니다. 대학이 기댈 언덕은 없다.

그 같은 변화가 하루아침에는 어려울 터이다. 하지만 정부도 대학도 이제는 변해야 하는 조짐을 읽고 이제라도 과감히 새로운 대학교육의 장을 열어가야 한다. 대학마다 핵심역량에 집중해야 하고 각자의 대학브랜딩(University Branding)에도 나서야 한다. 교육소비자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도 잘 살펴야 하며 어떻게 특화할 것인지도 찾아내어야 한다. 대학마다 느껴지는 품격과 분위기가 달라야 하며 사회와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과 해석도 모두 달랐으면 한다. 그런 곳을 통과한 젊은이들이 제각기 갈고닦은 식견과 소신으로 미래 사회에서 만날 때에 진정한 겨룸과 속 깊은 나눔으로 우리 사회를 움직여 갈 역동성이 솟아나지 않을까. 획일성은 이제 추구할 가치가 아니다. 다양성의 늪에서 진주를 건져낼 다짐으로 우리 대학을 키워가야 한다. 따로 떼어놓고 보면 모두 다른 듯 하여도, 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역시 이끌고 움직여 가는 그 ‘한마당’이 대학이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