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문 사태 30주년을 생각하다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생각하다
  • 등록일 2019.06.12 20:17
  • 게재일 2019.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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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종경북대 교수·노문학
김규종 경북대 교수·노문학

지난 6월 4일은 천안문 사태가 발생한 지 30주년 되는 날이다. 1989년 6월 4일 북경의 천안문 광장에서 언론자유, 법치주의, 사상해방 및 민주화를 요구하던 100만의 학생과 시민들에게 인민해방군이 무차별적으로 발포함으로써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1990년 중국정부의 공식발표에 따르면 희생자는 민간인사망 875명, 부상자 1만4천550명, 군인사망 56명, 부상자 7천525명이었다. 현대중국 역사에서 씻을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천안문 사태다.

천안문은 명-청시기에 국가의 주요 법률이나 명령을 공표하던 장소로 출전과 개선하는 군대를 황제가 맞이하던 장소였다. 천안문은 천명을 받들고 하늘을 섬겨 나라를 평안하게 하고 백성을 다스린다는 ‘수명우천 안방치민(受命于天, 安邦治民)’에서 유래한 것이다. 1949년 10월 1일 모택동이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한 장소가 천안문이었고, 인민해방군 열병식이 거행되는 곳도 천안문이다. 이런 천안문에서 전대미문(前代未聞)의 대학살이 자행된 것이다.

천안문 사태는 복합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 대약진운동(1958∼1960)의 실패로 권력상실의 위기에 몰린 모택동이 추진한 문화대혁명은 숱한 모순과 파탄을 경험하면서 10년 만인 1976년 그의 죽음과 함께 막을 내린다. 모택동의 뒤를 이은 화국봉(華國鋒)은 모택동 사상을 국가의 기본 정강으로 설정하면서 체제유지에 몰두한다. 문화대혁명으로 박해와 탄압을 받은 공산당 원로들은 화국봉을 비판하고 등소평을 전면에 내세워 권력지반을 다져 나간다.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사상해방을 내세운 등소평은 1982년 개혁적인 인물 호요방(胡耀邦)과 조자양(趙紫陽)을 총서기와 총리로 세우고, 자신은 중앙군사위 주석에 오름으로써 정권을 장악한다. 실질적인 등소평 시대가 개막한 것이다. 등소평은 농업, 공업, 과학, 기술의 4대 현대화를 주창하면서 이른바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을 설파한다. 검은 고양이든 하얀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는 지극한 실용주의 노선이다.

오늘날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 즉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상품경제를 대거 도입함으로써 중국 현대화를 주도한 인물이 등소평이다. 그는 1985년 이후 소련 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가 실시한 페레스트로이카와 글라스노스트를 선행하는 개혁개방 정책을 담대하게 구체화한다. 중국의 신경제정책은 연평균 11%의 경이로운 성장으로 결실을 맺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을 피할 수 없었다. 도시와 농촌의 소득격차와 도시내부의 빈부격차가 그것이다.

평등을 최우선 가치로 인식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소득격차는 체제에 대한 불만을 야기했고, 실업문제와 인플레이션은 그것을 가속화한다. 텔레비전과 개방정책으로 서방세계의 생활과 정치의식에 노출된 중국인들은 정치적 변화에 대한 소망을 품기 시작한다. 정치적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태동한 것이다. 그러나 등소평은 공산당을 통한 개혁과 개방만이 유일한 방도라고 확신하면서 아래로부터의 정치개혁과 변화요구에 소극적으로 임한다.

이런 상황에서 1986년부터 시작된 대학생들의 시위는 1989년에 절정에 이르게 된다. 개혁파 지도자 호요방의 실각과 급사(急死), 조자양의 가택연금이 한 편의 드라마처럼 발생한다. 동시에 등소평의 충실한 하수인인 이붕(李鵬) 총리와 양상곤(楊尙昆) 같은 보수파가 천안문에 모인 시민과 학생들을 향해 총포를 난사함으로써 천안문 사태가 촉발된다. 중국판 ‘피의 일요일 사건’은 이와 같은 일련의 역사적인 변곡점을 매개로 발생한 것이다.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아 중국정부는 검열과 사상통제를 강화했다고 한다. 세계 시민들은 중국의 비극적인 사건을 성찰하면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천안문 사태와 같은 비극은 결코 반복되면 안 된다. 이것이 천안문 사태의 교훈이자,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근본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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