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의 품격, 딸깍발이 선비정신
교수의 품격, 딸깍발이 선비정신
  • 등록일 2019.05.27 19:20
  • 게재일 2019.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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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명예교수·국제정치학

최고의 지식인집단이라고 하는 교수사회가 하루가 다르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지식을 팔아서 권력을 사려는 ‘정치교수(polifessor)’들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며, 연구비 수주에 혈안이 된 교수들은 ‘비즈니스맨(businessman)’을 뺨치는 영업활동을 하고 다니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약자의 입장에 있는 제자들에게 치졸한 갑질을 자행하는가 하면, 잊힐 만하면 또다시 성희롱과 성폭력이 불거지고 있다. 연구비를 해외 부실학회 출장비로 남용했으면서도 무엇이 잘못이냐고 되레 항의하는 교수들도 있고, 심지어 연구력도 없는 미성년 자녀를 대학입학에 유리하도록 공동연구자로 넣는 부정행위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대학교수들의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교육부는 다음 달부터 3개월 간 전국 15개 대학에서 특별감사를 실시하기로 하였고,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갑질 신고센터’를 개설했다.

또한 대학원생들은 자구적 차원에서 교수들의 갑질을 근절하기 위하여 ‘대학원생 119’를 출범시켰다. 더욱이 우리나라 최고의 명문대학이라는 서울대 학생들은 며칠 전 스승의 날을 맞아 ‘반복되는 교수 갑질과 성폭력사건으로 학생인권이 사라져 버렸다’고 하면서 ‘진짜 교육은 죽었다’고 ‘교육영결식’을 열었다. 스승의 날에 버젓이 살아 있는 교수들을 향해 ‘스승은 죽었다’고 울고 있는 제자들과 마주해야 하는 교수들의 마음은 참담하다. 여러 대학에서 적지 않은 교수들이 교육부의 특별감사를 받거나 제자들로부터 버림을 받고 있는 이 빗나간 교수사회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물론 이러한 문제들은 일부 교수들에 국한된다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지식인사회의 일탈(逸脫)이다. 지식인을 대표하는 교수사회가 부도덕하고 돈과 권력에 유착되어 심각하게 병들어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다. 당위적 가치를 추구하는 교육자이자 연구자로서 명예를 먹고 살아가야 할 교수가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돈과 권력을 쫓아다닌다면 결국 자신은 물론이고 국가적 불행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어학자 고(故) 이희승 교수는 그의 작품 ‘딸깍발이’에서 “청렴개결(淸廉介潔)을 생명으로 삼는 선비가 재물을 알아서는 안 된다. …현대인은 전체를 위해서 약은 것이 아니라 자기중심, 자기본위로만 약다”고 하면서 청빈(淸貧)한 남산골샌님(별명 딸깍발이)의 ‘의기(義氣)와 강직(强直)’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식인으로서 사회공동체의 정의 구현에 앞장서야 할 교수들에게 ‘딸깍발이 선비정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교수도 생활인이기 때문에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현재와 같은 대학의 위기상황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교수들에게 ‘딸깍발이 선비정신’을 요구한다는 것은 시대착오(時代錯誤)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교수들은 자신의 존재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수의 품격은 돈이나 권력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수의 본업인 교육·연구·봉사에 얼마나 충실한가에 달려있다. 따라서 교수에게 요구되는 ‘딸깍발이 선비정신’을 고리타분한 옛날 얘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남산골샌님의 고지식함과 절개는 교육자로서 교수가 당연히 가져야 할 자세이다.

누구보다도 깨끗하고 공정해야 할 교수들이 돈과 권력의 유혹에 무너진다면 사회정의는 누가 지킬 수 있겠는가? 최고의 지성이라고 할 수 있는 교수들마저 정도(正道)에서 벗어난다면 우리는 더 이상 희망을 말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황금만능주의와 극단적 이기주의가 난무하고 있는 오늘날의 교수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돈이나 권력이 아니라 ‘딸깍발이 선비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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