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원화가치 하락세가 예사롭지 않다. 5월이 모건스탠리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주식을 팔고 중국 본토주식을 사는 시기라서 수급상의 요인도 있지만 좀 더 구조적인 이유를 찾아보자.

중국은 신경제의 핵심분야인 환경과 데이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데 관련 핵심기술을 얻은 과정이 이색적이다. 즉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엄청난 보조금을 투입해 신재생 에너지 기술을 확보했다. 또 빠르게 노령화되어 가는 인구의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건강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고난이 기술을 선물한 셈이다.

중국은 주요 11개 지역에서 태양광 및 풍력 발전이 석탄발전보다 경제성을 갖기 시작했다. 사실 중국 정부는 2023년경 이런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4년 먼저 실현됐다. 그렇다면 석탄과 석유관련 설비 및 가치 사슬은 예상보다 일찍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또한 중국은 2021년까지 전기차 생산이 늘어 석유차가 소멸되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의 최대 전기차 생산업체인 BYD는 이미 생산능력을 2018년 수준의 5배로 늘리고 있다. 그들은 “루비콘 강을 건넜다”고 이야기한다. 중국이 움직이면 어떤 경제라도 만들어진다. 그 만큼 규모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수요가 줄어들면 OPEC을 비롯한 자원보유국들은 공급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동맹(cartel)이 강해진다. 그 결과 수요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오히려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다.

쉐일(shale) 유전을 보유한 미국도 중국이 에너지의 중심을 석유에서 전기로 돌리는 것에 기분이 상한다. 하지만 어차피 석유의 수요가 줄어든다면 미국입장에서 남의 점유율을 뺏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중동을 건드린다고 생각한다. 이란이 목표물이다. 중동에서 긴장이 고조되면 석유 생산 및 운송의 채널이 막히게 되고, 그 만큼 미국이 쉐일오일을 더 많이 팔 수 있다. 석유관련 부가가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의 신경제에서의 약진이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킨다. 그리고 먹이가 부족해질수록 짐승들은 사나워진다. 세계경제가 저성장으로 갈수록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지금처럼 무역갈등이 나타난 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지기 쉬운 환경이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는 지역임을 감안할 때 원화가치에 부정적일 것이다.

한편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시끄럽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은 미국에 팔지 못하는 물건을 다른 나라에 팔아야 한다. 즉 단기적으로 위안화를 절하시켜 중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높인 뒤 이웃나라의 점유율을 뺏겠다는 계산이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제품들이 많다. 결국 미국의 관세 압박이 우리나라에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위안화는 중국 수출이 회복되며 다시 안정될 수 있지만 한국은 수출에서의 경쟁력을 잃으며 원화가치 절하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

중국이 전기차를 보급하면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위협을 받을 것이다. 이처럼 중국이 만드는 신경제로 인해 아직 구경제 산업구조에 머물러 있는 한국이 취약할 수 밖에 없다. 이번 달 미국 중앙은행은 한국을 환율조작국에서 제외시킬 것 같다. 물론 우리가 미국 현지생산화를 많이 진행했고, 미국으로부터 에너지 수입을 늘려 미국에서 얻는 경상흑자가 축소된 부분도 있지만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미국에게 걱정되지 않을 만큼 약해진 부분도 포함될 것이다.

한편 중국의 성장이 지정학적 위험을 만들고, 이로 인해 달러가 강세로 간다. 또 자원보호국의 카르텔이 강해지며 에너지 가격이 동반 강세를 보인다. 이로 인해 달러로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수입물가가 상승한다. 이처럼 수출이 줄고 수입물가가 상승하여 원화가치가 하락하는 악순환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