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주는 사람들
5년 6개월 동안 116회 4천여명 진료
실명직전 여성 응급조치로 시력회복

포항의료나눔봉사단이 11일 오후 2시 포항선린애육원 강당에서 어린이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했다. 단체사진.
포항의료나눔봉사단이 11일 오후 2시 포항선린애육원 강당에서 어린이와 교사들을 대상으로 무료진료 봉사활동을 했다. 단체사진.

포항의료나눔봉사단(단장 안상구)이 올해로 창립 6주년을 맞았다.
2013년 12월 창립한 이래 2019년 5월 11일 현재까지 포항지역 등 소외계층을 찾아 무료진료에 이어 건강강좌, 힐링콘서트를 열고 이들의 질병 치료와 상한 마음을 치유해왔다.
이 기간 장애인시설, 지역아동센터, 보육시설, 새터민, 독거노인, 이주노동자, 노숙자, 산불 및 지진이재민, 기업체 근로자, 해외 오지 등을 찾아 116회에 걸쳐 4천701명에 대해 의료봉사활동을 벌였다.

□ “노숙인 등 제때 치료, 병 확산 막아”

남편에게 폭행당해 실명 직전에 처한 여성은 응급처치한 뒤 종합병원으로 이송했고, 중국에서 강간당한 여성은 여성병원으로 후송, 입원절차를 밟아 줬다.
음식을 먹지 못해 애를 태우던 어르신들에게는 틀니를 선물 했고, 불법 체류 중인 외국인노동자들과 노숙자들에게는 제때 치료를 통해 병의 악화를 막았다.

의료봉사팀은 고준태 원장(한동대 보아스메디컬), 노충 원장(미르치과병원), 박용범 원장(박용범 내과), 배경도 과장(세명기독병원 신경정신의학과), 안병태 원장(더조은요양병원 한방과), 주현철 원장(서울S치과), 재활치료팀(더조은요양병원) 등 6명의 의사와 약사 1명, 간호사 3명, 간호조무사 8명, 물리치료사 3명, 작업치료사 3명, 치위생사 5명, 행정 3명, 사회복지사 3명 등 35명으로 구성됐다.

봉사시간은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6시까지 4시간 이어지고 있다.
비용은 의료소모품, 의료의약품, 현수막, 유류 등 회당 100여만 원이 들며, 포스코 ICT, 대신철강과 포항시, 몇몇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유성여고 봉사동아리 ‘메딧에이’와 ‘사랑의 붕어빵 봉사팀’(팀장 김치학 목사) 등은 자원봉사로 힘을 보태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 공동체인 주찬양교회(담임목사 이사랑) 교인들은 북한 옥수수국수로 식사를 대접하고 있다.

2018년 2월에는 4천700만원을 들려 이동진료차량을 특수제작, 오지 곳곳을 찾아다닐 수 있게 됐고, 지난달에는 씨젠의료재단에서 혈액검사장비를 기부해 간기능, 고지혈증, 빈혈, 신장 등 8가지 병리검사도 하고 있다.

안상구 단장은 “2012년 7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40회에 걸쳐 무료진료를 해오다 2013년 12월 8일 포항의료나눔봉사단을 창립했다”고 밝혔다. 이 기간 안병태 원장이 무료한방진료를 했으며, 이곳에 소요된 비용 3천860여만 원은 포스코 ICT, 대신철강, 영일인터네셔널, 지엠텍 등의 후원으로 마련했다.

진료현장 전경.
진료현장 전경.

□ 선린애육원 찾아 의료봉사

11일 오후 2시 포항선린애육원 선린아동복지관 3층 강당에서 진행된 포항의료나눔봉사단의 ‘소외계층의료지원-찾아가는 의료봉사’ 현장을 찾아봤다.
이날 오후 2시 10분이 되자 접수처와 한방과, 청소년소아과, 병리과(혈액검사), 치과, 내과, 재활치료팀 등의 세팅이 완료됐다.

찾아가는 의료봉사는 안상구 포항의료나눔봉사단장의 인사, 박정민 선린애육원장의 인사, 김치학 목사(푸른초장교회)의 기도, 의료봉사 및 붕어빵 제공, 진료 내용 등 나눔 순으로 이어졌다.

안상구 단장은 “선린애육원에서 의료봉사를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의료진과 봉사자들을 소개했다.
박정민 원장은 “아이들이 기대 반 두려움 반으로 의료진을 기다렸다”며 “해마다 찾아와 인술을 베풀어줘 감사한 마음 잊지 않고 있다. 아이들이 많이 고마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겸손한 마음으로 사역 잘 감당하게 하소서”

김치학 목사는 “1년 만에 선린애육원을 찾아 선교와 사랑 나눔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모든 의료진들과 스태프들이 주님처럼 낮아져 겸손한 마음으로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은혜를 더하여 주소서”라고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기도했다.

강당 입구에 마련된 접수처에는 애육원 교사들이 미리 작성한 65명의 예진표로 아이들의 대기시간을 크게 줄였고, 정성을 다해 아이들을 대하는 의료진과 스태프들로 진료현장은 시종일관 잔칫집 같은 분위기였다.

□ “아이들 표정 밝아… 기도·사랑 먹고 자라는 듯”

접수처 이영주 담당(박용범내과)은 “예진표를 보니 아이들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고 했고, 스태프들은 “아이들의 밝은 표정을 볼 때 아이들이 기도와 사랑을 먹고 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방과에는 아이들이 어느새 5개의 베드에 누워 침을 맞거나 물리치료를 받고 있었다.
안병태 원장(더조은요양병원)은 “아이들이 축구 등 운동을 많이 해서 그런지 무릎과 어깨 부위기 좋지 않아 침을 놓거나 물리치료로 회복시키고 있다”며 “성장기에 겪는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청소년소아과에도 아이들로 붐볐다. 교사 품에 안겨 있는 갓난아기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다양했다.
고준태 원장(한동대 보아스메디컬·여성아이병원)은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이라 비염환자와 감기환자가 많다”며 “외출할 때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과, 비가 오는 날은 적정 온도와 습도를 유지할 것을 교사들에게 알려줬다”고 말했다.

치과 진료 모습.
치과 진료 모습.

□ “음식 먹은 뒤 양치질 하고 잠자리 들어야”

치과는 시종일관 이이들로 만원을 이뤘다. 의사와 간호사들은 허리를 펼 시간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의 충치를 치료하고 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하은(가명)이는 “이빨 치료하는 것이 무서워 치료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선생님들이 안 아프게 해주겠다고 해서 치료를 받았다”며 “이제 맛있는 것을 먹고 잠도 잘 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충 원장(미르치과병원)은 “여느 아이들처럼 충치 치료와 스케일링을 많이 했다”며 “과자 등 단 음식을 먹은 뒤 꼭 칫솔질을 한 뒤 잠자리에 들 것”을 당부했다.

□ “피검사만 잘 해도 내 건강 잘 키길 수 있어”

임상병리과에서 피 검사를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김헌영 씨젠의료재단 포항지점장은 “지난달부터 혈액검사장비로 간기능과 신장기능, 빈혈, 당뇨, 고지혈증 등 8가지를 검사하고 있다”며 “피검사만 잘 해도 내 건강을 잘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내과에도 아이들의 진료가 이어졌다.
박용범 원장(박용범내과)은 “여름철이라 위와 장 질환 환자와 감기환자가 있었다”며 “처방전을 약국에 넘겼기 때문에 약을 먹으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검사 모습.
피검사 모습.

□ “다정하게 치료해 주시는 선생님들에 감사”

가영(가명·고 2)이는 “선생님들이 다정하게 치료해 주셔서 감사하고, 멀리 가지 않고 치료를 받을 수 있어 그 시간 더 공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포항선린애육원 선린아동복지관 앞 마당에는 ‘사랑의 붕어빵’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치학 목사(푸른초장교회)는 즉석에서 슈크림 붕어빵과 단팥 붕어빵을 구웠고, 김 목사의 두 딸은 붕어빵을 아이들에게 나눠주며 축복했다.

붕어빵 봉사 모습.
붕어빵 봉사 모습.

□ “붕어빵 선물에 즉석에서 노래·춤으로 보답”

아이들은 “붕어빵이 맛있다”며 껑충껑충 뛰기도 했고, 즉석에서 노래와 춤으로 보답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무엇으로 붕어빵을 만들기에 맛있냐는 교사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질문에 “모 제분 회사가 특허 받은 재료의 비싼 슈크림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붕어빵보다 맛있다”며 “월~금요일(오후 2~6시) 오광장 미르치과병원 옆에서 개당 1천원에 붕어빵을 팔고 있으며, 예약주문과 전국택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여기가 천국… 이곳에서 살고 싶네”

한 자원봉사자는 “가수가 되고 싶다며 와락 안기는 유치부 아이들을 볼 때 이곳이 천국이라는 마음이 들었다”며 “공기 좋고 사랑이 넘치는 이곳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말했다.

포항의료나눔봉사단의 ‘소외계층의료지원-찾아가는 의료봉사’는 진료 뒤 의료진과 스태프, 선린애육원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애육원생들의 전반적인 건강상태 및 진료내용들을 공유하는 시간을 갖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의료정보를 나눔으로써 마무리 됐다.

/김규동기자 kd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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