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과 하서주랑,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돈황과 하서주랑,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 윤희정기자
  • 등록일 2019.05.09 19:17
  • 게재일 2019.0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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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 ’

유홍준 지음·창비 펴냄
인문·1만8천원

누적 판매부수 400만부를 넘긴 유홍준 교수의 베스트셀러 시리즈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 중국편이 출간됐다.

일본에 이은 두번째 해외 답사기로 넓은 땅과 다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빚어낸 중국의 방대한 문화유산을 찾아 경쾌한 답삿길에 나섰다.

첫발을 뗀 곳은 유홍준 교수가 오랫동안 답사의 로망으로 간직한 돈황과 하서주랑으로, 이번에 출간된 1·2권에서 만날 수 있다. 국내편의 ‘해남·강진’이나 일본편의 ‘규슈’가 의외의 답사처였던 것처럼, 이번에도 저자는 예상 밖의 선택으로 독자의 흥미를 끈다. 사막과 오아시스, 그 속에 숨겨진 보물 같은 불교 유적과 역사의 현장을 만나는 돈황·실크로드 여정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다. 그 옛날 중국문명이 태동한 곳일 뿐 아니라 여러 민족들이 서로 투쟁하면서 문명의 교차로 역할을 해온 실크로드의 역사가 ‘답사기’ 중국편에서 생생하게 재현된다.

1권 ‘돈황과 하서주랑 :명사산 명불허전(鳴不虛傳)’은 중국 고대국가들의 본거지이자 ‘사기’와 ‘삼국지’의 무대인 관중평원에서 시작해 하서주랑을 따라가며 돈황 명사산에 이르는 2천 킬로미터의 여정을 담았다. 실크로드 전체를 6천 킬로미터 정도로 추정할 때 그 동쪽 3분의 1에 달하는 대장정이다. 대륙의 스케일을 느낄 수 있는 답삿길이다. 불교가 이 길을 통해 서역에서 중국으로 들어왔고, 한족과 유목민족들의 투쟁이 이 길을 중심으로 벌어졌다.

관중평원(關中平原)은 섬서성 서안(西安)을 중심으로 사방이 험준한 산맥과 네 개의 관문으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이다. 넓이도 넓고 토양이 비옥할 뿐 아니라 천연의 요새를 이루고 있어 일찍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해 주나라·진나라·한나라 등 중국을 통일한 나라들을 포함해 여러 나라가 이곳에 도읍을 정하는 등 오랫동안 중국 역사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오랜 역사만큼이나 문화유산도 풍부해서 진시황과 한무제, 이릉과 사마천, 이백과 두보가 남긴 유적과 무덤, 문학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중국 4대 석굴사원으로 꼽히는 천수 인근의 맥적산석굴은 그 정교한 모습을 보는 이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대륙을 연결하는 회랑처럼 길게 뻗어 있는 협곡이 마치 ‘달리는 회랑’ 같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하서주랑(河西走廊)은 감숙성의 성도인 난주(蘭州)에서 무위(武威), 장액(張掖), 주천(酒泉)을 거쳐 돈황에 이르기까지 장장 900킬로미터에 달한다. 이곳은 한나라 무제가 흉노를 몰아내고 하서사군을 설치한 곳으로, 같은 시기 한사군이 설치된 우리 역사를 떠올리게도 하는 곳이다. 기이한 황하석림 속에 화려한 불상들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난주의 병령사석굴을 만나고, 유장하게 흐르는 황하의 모습을 그 어디에서보다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

만리장성의 서쪽 끝 가욕관을 지나면 돈황에 도착한다. 많은 사람들이 ‘답사의 로망’으로 꼽는 오아시스 도시 돈황은 석굴사원들과 그림 같은 사막 풍광을 보러 오는 답사객들로 붐비는 관광도시가 됐다. 특히 중국 최고의 석굴사원 중 하나인 막고굴은 예부터 돈황이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을 뿐 아니라, 만리장성 등과 함께 중국에서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저명한 불교 유적지다. 수준 높은 불상과 불화가 남아 있고 이 지역의 역사와 생활상을 알 수 있는 그림들도 볼 수 있어 귀중한 연구자료가 된다.

2권 ‘막고굴과 실크로드의 관문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은 불교미술의 보고(寶庫) 막고굴 곳곳을 살피며 그곳에서 발견된 돈황문서의 다난했던 역사를 담았다. 옥문관과 양관 등 실크로드의 관문들을 탐사한다.

돈황 명사산 자락에 자리잡은 막고굴에는 4세기 이래로 수백년 동안 석굴이 열려 지금까지 492개 굴이 확인됐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값하는 세련된 관리 시스템을 통과해 입구에 다다르면 1.6킬로미터에 달하는 절벽에 굴착된 수백개의 석굴이 장관을 이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국미술사와 불교미술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각종 불상·조각상들과 여러 가지 도상을 구현한 벽화들이 바로 이 석굴 속에 들어 있다. 남북조시대 불상의 맑고 앳된 인상(수골청상)과 당나라 불상의 세련되고 사실적인 모습, 부처님의 전생을 포함한 심오하고도 흥미로운 불교 도상들을 재현해놓은 벽화들이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돈황문서가 발견된 제17굴 장경동과 천상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제45굴의 보살상은 막고굴 답사의 백미다.

돈황 인근에는 막고굴 외에도 가볼 만한 답사처가 많다. 과주(안서)에 있는 유림굴은 여타 석굴들 못지않은 수준을 보이면서도 탕구트계의 나라 서하가 남긴 불교예술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돈황 시내에서 각각 서남쪽, 서북쪽에 위치한 양관과 옥문관은 예부터 서역으로 열린 실크로드의 관문이었다. ‘서유기’의 주인공들이 불경을 찾기 위해 떠났다는 서역이 바로 이 너머다.

유홍준 교수는 “중국은 우리와 함께 동아시아 문화를 주도해나가는 동반자일 뿐 아니라 여전히 우리 민족의 운명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막강한 이웃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우리는 중국을 더욱 깊이 알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에게 중국은 언제나 즐거운 여행의 놀이터이자 역사와 문화의 학습장이면서 나아가서 오늘날 국제사회 속에서 우리의 좌표를 생각게 하는 세계사의 무대였다”고 집필 이유를 밝혔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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