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자유한국당이 장외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염치없고 뻔뻔한 정부를 두고 볼 수 없다”며 전국 투어에 나섰다. ‘독재 타도’와 ‘헌법 수호’를 외치며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삭발하고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고 열변을 토한다. 국회선진화법의 일환인 패스트트랙으로 선거법을 지정하며 벌어진 여야대결 정국이 점입가경이다. “다이너마이트로 청와대를 폭파시키자”는 주장마저 등장한 상황이다. 현 정부를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야당 시절 민주당이 했었던 말들이다. “규탄의 언어는 유사해도 해결책의 언어에서 차이가 발생한다”고 했던가. 공격과 수비, 서로의 입장이 바뀌니 자유한국당이 ‘독재정치’ 종식을 외치고 있다. 이처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 정국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정치판에서 유일한 보상은 권력이다. 권력을 내가 잡지 않으면 빼앗기는 것이므로 제로섬 게임이다. 이기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 경쟁자를 헐뜯어도 시장의 규모가 줄어들 위험이 없다. 이런 조건에서라면 네거티브 광고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무기다” 앤드류 포터는 ‘진정성이라는 거짓말’에서 이같이 말한다. “가짜인 것, 포장된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디로 눈을 돌려도 터무니없는 광고나 거짓말을 일삼는 정치인을 피할 길이 없다” 정치인들은 누구나 예외 없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지만,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더구나 대화와 토론이 실종되면서 극단적이고 선동적인 언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국민’을 앞세우지만 지금의 정치는 민생과 거리가 멀다. 국민들을 위한다는 말로 포장하였지만 “내 말은 진실이고 남의 말은 진실일 수 없다”는 입장에서 서로를 공격할 뿐이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코너에 정당 해산을 촉구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서 나라가 바로 설 수 있기를 간곡히 청원한다”는 국민 청원 글은 어느새 177만 명을 넘어서고 있다. 과거 청와대가 나서서 통진당을 해산했던 전례를 언급하며 자유한국당을 해산시켜 달라는 것이다. 국민들의 소박한 바람일 수 있으나, 행정 권력이 의회를 좌지우지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훼손이다. 청와대가 정당 해산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정당의 목적은 권력 쟁취에 있다. 그러나 그 권력은 어디까지나 국민을 위하는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그들만의 이해 다툼으로 이루어지는 정치에 국민들은 염증을 느낀다. 내우외환의 상황에서도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 대외적으로 북한 핵과 주변 4강국과의 복잡한 외교문제로 힘들고, 지난 1·4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렇듯 진흙탕 싸움을 하는 것이 과연 국회의 역할인지 묻고 싶다. 정권쟁취를 위한 집단이익에 함몰되어 있는 정당들의 이해타산적 계산방식이 개탄스럽다. 정치에는 항상 상대방이 있다. 이를 인정해야 정치 발전이 가능한 것이다. 자신은 옳고 상대는 그르다고 비난하는 비방의 메시지로는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 상생과 협치의 측면에서 갈등 국면을 풀어가는 정치력이 요청된다.

“정치는 양심과 권력이 만나는 영역”이다. 라인홀드 니버는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에서 “인간 사회의 집단적 이기심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만약 한 집단의 이기심이 비정상적으로 확장될 경우에는 다른 집단이 이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였다. 또한 정치적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사실들(facts)을 주도면밀하게 다루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사회적 사실에 대한 합리적인 분석만이 가식을 벗겨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국민들을 위한다’는 말이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 따져 물어야 한다. 설득과 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도록 민주주의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경쟁하는 세력들이 ‘전쟁터 보다는 토론의 마당’을 사용할 것”을 국민의 이름으로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