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야구 선수가 은퇴 후 방송에 나온 적이 있습니다. “진정한 친구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인상적입니다. “돈 좀 꿔 달라고 할 때 왜 돈이 필요한지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보내면 되겠는가를 묻는다면 진정한 친구다.”

만종, 이삭 줍는 여인 등을 남긴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는 무명 시절 끼니를 잘 잇지 못할 정도로 궁핍했습니다. 물감을 사는 일이나 화구를 구입하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을 만큼 힘겨웠지요. 마지막 남은 장작을 난로에 넣으며 한숨을 내 쉽니다. ‘이제는 추워도 불을 피울 수 없구나.’ 한껏 움츠러든 마음이 우울과 슬픔으로 물듭니다.

이때 밀레의 절친한 벗 테오도르 루소가 방문합니다. “밀레. 좋은 소식이 있네! 자네 그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네.” 밀레는 깜짝 놀라지요. 자기 그림이 팔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수집상이 자네 그림이 좋다며 한 작품 골라 달라고 선금을 주고 갔네.” 봉투 안에는 300프랑이라는 큰 돈이 들어 있습니다.

밀레는 친구의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립니다. “고맙네. 루소. 자네 덕분에 이 겨울을 걱정없이 날 수 있겠어. 자 어서 그림을 골라보게. 뭐가 좋겠나?” 밀레는 그 돈으로 식량과 물감을 샀고 용기를 내 더욱 매진할 수 있는 힘을 얻습니다. 밀레는 화단의 인정을 받기 시작하고 마침내 비싼 값에 그림이 팔리기 시작합니다.

세월이 흐릅니다. 밀레는 오랜 만에 친구 테오도르 루소의 집을 방문하게 되지요. 루소의 집 벽에는 낯익은 그림 하나가 걸려 있습니다. “아니? 저 그림은. 몇 년 전 자네가 수집상에게 전해준다며 사 간 그림이 아닌가?” 루소가 말하지요. “그 수집상이 바로 나였네. 어려운 자네를 돕고 싶은데 그냥 돈을 건네면 자네 자존심이 상할까봐 그랬어.”

많은 화가들이 바르비종으로 이주해 퐁텐블로 숲의 경치를 그립니다. 하지만 그곳에 끝까지 남아 바르비종 파를 지켰던 화가는 테오도르 루소와 밀레 두 사람 뿐입니다. 둘의 우정은 깊디 깊어 루소는 밀레 자녀들의 대부가 되어 주었고 밀레는 1875년 먼저 세상을 떠난 테오도르 루소의 옆에 나란히 묻힙니다. 퐁텐블로 숲에는 두 사람을 위한 기념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두 거장의 기운이 아스라히 퍼지는 숲이지요.

폰을 열면 친구가 넘쳐납니다. 아무런 사심없이 내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는 그런 친구가 그립습니다. 세상에서 누가 나를 그런 친구로 기억해 줄까, 고민 깊어가는 새벽입니다. /조신영 인문학365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