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겁 세월 솟은 주왕산 바위에도 어느새 봄꽃
억겁 세월 솟은 주왕산 바위에도 어느새 봄꽃
  • 홍성식기자
  • 등록일 2019.04.18 20:00
  • 게재일 2019.0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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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기 아쉽다… 4월의 화사한 청송
사과축제가 열리는 청송 용전천에 유등이 떠있다.
사과축제가 열리는 청송 용전천에 유등이 떠있다.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다양한 별미가 여행자를 반기는 청송. 여기에 문화와 역사의 향취까지 만끽할 수 있으니 봄날 여행지로 안성맞춤이다. 이번 주말엔 ‘여유로운 산책자’가 돼 주왕산 아래를 걸어보는 게 어떨까.

여행에 투자하는 돈을 아끼지 않고, 형식보다 내용을 중시하는 세대들이 사회의 중추로 성장하면서 ‘관광’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태도가 바뀌고 있다.

겨우 일주일 안팎의 짧은 기간에 비행기로 12시간을 날아가 영국의 빅 벤(Big Ben), 프랑스의 에펠 탑, 스위스의 설산(雪山), 오스트리아의 슈테판 성당 앞에서 ‘인증 샷’을 찍는 바쁘고 숨 가쁜 유럽 일주 여행 따위는 더 이상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 힘들 듯하다.

이런 패턴의 여행으로는 관광을 떠나는 본래 목적인 휴식과 재충전이 불가능하다. 여행은 노동이 아니며, 남에게 자랑하기 위해 가는 것도 아니다. 쳇바퀴 돌았던 일상을 탈출해 자유로움을 누려야 할 시간에 육체적 힘겨움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서야 되겠는가.

이런 문제의식에 동조하는 이들은 이제 가능한 오랜 시간 한 도시에 머물며 그곳의 독특한 문화와 볼거리를 꼼꼼하게 살피는 관광객으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외국 여행을 할 때나 국내 관광에 나설 때나 마찬가지다.

청송군 또한 사람들의 관광 스타일 변화에 맞춰 ‘보고 즐길 것 많은 머무는 여행지’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관광 청송’은 2019년 청송군이 중점적으로 추진할 주요 관광 정책이다.

‘품격 높은 문화관광’이라는 군정 목표을 세운 윤경희 청송군수는 “우리 군의 자연과 풍부한 문화유산을 결합해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할 것”이라며 “창의성 가득한 문화공간 조성으로 다시 찾고 싶은 청송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천명했다.

고전적 미를 간직한 송소고택.
고전적 미를 간직한 송소고택.

◆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주왕산과 주산지, 그리고…

주왕산(周王山)과 주산지(注山池)는 여행자들이 빼놓으면 안 되는 청송의 보석 같은 관광자원이다.

주왕산은 1976년 한국에서 12번째로 지정된 국립공원으로 많은 이들이 “경북 최고의 명산”이라 부른다.

산의 형상이 거대한 바위로 병풍을 친 것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이전에는 석병산(石屛山)이라 불렸다.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3대 암산(岩山)으로 불리는 주왕산은 병풍바위, 시루봉 등 기암괴석과 용추폭포, 절구폭포 등이 어우러져 사철 내내 아름다움을 빛낸다.

유네스코에 의해 제주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 받아 지질학적 가치 또한 높다는 게 청송군청의 설명. 관광객들은 장엄하고 신비한 풍경에 압도돼 “주왕산은 신이 만든 미술관”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산지는 조선 경종 때 만들어진 농업용 저수지다. 30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어떤 가뭄에도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독특한 물맛을 보러 달기약수탕을 찾은 관광객들.
독특한 물맛을 보러 달기약수탕을 찾은 관광객들.

이곳엔 수령(樹齡)이 150년에 이르는 왕버들이 자생하는데, 그것들이 만들어내는 경치가 감탄을 자아낸다. 물과 나무, 그리고 바위가 만들어낸 풍경화라 불러도 좋은 주산지는 2013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105호로 지정됐다.

주왕산관광지에는 한옥 숙박시설인 민예촌, 수석과 희귀한 꽃돌을 전시한 수석꽃돌박물관도 자리했다. 더불어 청송백자전시관도 인근에 있으니 주왕산을 오르는 길에 들러보기를 권한다.

민예촌은 8채(28실) 규모로 방문하는 관광객들을 위해 문화·예술공연과 전통공예 체험도 준비하고 있다. 이른바 ‘체류형 문화체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타 지역과 달리 ‘도석’이라 불리는 돌을 빻아 만든 도자기를 만날 수 있는 청송백자전시관은 전통문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한국 도자기 역사의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는 청송백자는 눈처럼 하얗고 가벼운 게 특징이다. 백자는 서민들이 주로 사용하던 생활 자기로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담고 있어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

420년 전 정유재란 때 일본으로 끌려가서도 청송 심씨 성을 버리지 않고, 현재까지 선조들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하고 있는 ‘심수관가(沈壽官家)’의 도자기 30점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심수관도예전시관도 청송의 자랑거리다.

청송 주산지는 왕버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청송 주산지는 왕버들이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풍경으로 유명하다.

◆ 송소고택과 객주문학관을 거쳐 달기약수탕에서 물 한 잔

수석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수석꽃돌박물관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자연스런 아름다움이 살아 숨 쉬는 수석들과 함께 희귀한 ‘청송꽃돌’이 방문자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박물관 관계자는 “기나긴 세월이 빚어낸 아름다운 수석과 신비한 꽃돌을 보고 마음의 묵은 때를 씻어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국가지정 중요 민속문화재 250호 송소고택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 집은 조선 영조 때의 거부 심처대(沈處大)의 7세손 송소 심호택(沈琥擇)이 1880년경 건축한 99칸 고가옥(古家屋)이다.

살림 공간, 휴식 공간, 작업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안채와의 구분이 뚜렷한 전통적 양반가의 형태를 보이는 송소고택은 2011년 문화관광부 지정 ‘한국관광의 별’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장한 문체와 토속적인 정서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이 된 김주영의 문학적 업적을 기념해 만든 객주문학관은 폐교를 리모델링해 건립됐다.

문학을 필두로 미술 등과 관련된 각종 문화 프로그램과 국제 교류가 진행되는 객주문학관은 “전시관과 소설도서관, 창작스튜디오와 연수시설 등을 갖추고 있어 작가를 꿈꾸는 문학청년들이 자주 찾는다”고 청송군청이 부연했다.

청송야송미술관은 동양화가 야송 이원좌의 작품 36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청송 출신 화가가 걸어온 예술의 행적을 더듬어 살필 수 있으며, 다른 미술가의 기획전시도 관람이 가능하다. 주위에 별도로 만든 청량대운도전시관엔 세계에서 가장 큰 동양화 ‘청량대운도’(46mx6.7m)가 걸려 있다.

지친 다리와 갈증을 달래줄 달기약수탕에선 시원한 물 한 잔을 들이켜 보자. 탄산과 철 성분이 함유돼 물맛이 독특하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기에 연거푸 몇 잔을 마시는 이들도 적지 않다.

조선 철종 때 금부도사를 지낸 권성하가 발견한 것으로 알려진 달기약수탕에선 매년 음력 3월 30일 달기약수령천제가 열린다. 이곳 약수로 끓인 삼계탕은 오묘한 빛깔과 색다른 풍미를 지녀 청송을 찾는 맛객들을 유혹한다.

달기약수로 끓인 삼계탕. 청송의 대표적 먹을거리 중 하나다.
달기약수로 끓인 삼계탕. 청송의 대표적 먹을거리 중 하나다.

◆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해 지역 경제도 성장

사실 청송은 이미 잘 알려진 ‘작지만 강한’ 관광도시다. 방문객들의 편의를 위해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숙박과 스포츠·레저 분야의 인프라도 보강하고 있기에 ‘체류형 관광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청송군은 세부적 사업 계획도 세웠다.

주산지 테마파크 건립, 병풍바위 지질명소 관광자원화, 얼음골 클라이밍지구 주차장 조성, 솔누리 느림보세상 건설, 객주문학마을 경관거점 확보 등이 그 생생한 사례다.

민선7기 공약인 △진보면 문학마을 △파천면 힐링 치유마을 △청송읍 주민 창조마을 △주왕산면 경관·휴식마을 △부남면 미술마을 △현동면 농업체험마을 △현서면 동화마을 조성 등으로는 읍·면별 관광 특성화도 도모하고 있다.

“단순히 들렀다 가는 관광지가 아닌 머물다 가는 체류형 여행지로의 전환을 통해 관광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는 윤경희 군수의 약속과 청송 관광의 미래에 주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작년 한해 청송군민의 200배 넘는 관광객 맞이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꽃이 조화를 이루는 주왕산.
기암괴석과 아름다운 꽃이 조화를 이루는 주왕산.

빅데이터 분석·조사 결과 543만 명 관광객 기록
동서4축 고속도로 영향으로 접근성 좋아지고
천혜 자연풍경·맛깔스런 음식까지 매력 더 해

경직된 공직문화로 운영됐던 지난 시절과 달리 최근 많은 지방자치단체는 ‘관광’과 ‘복지’에 행정의 방점을 찍고 있다.

부가가치가 높은 관광·문화산업에 적극 투자하고, 다양한 복지정책을 통해 주민들 삶의 질을 향상시켜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진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청송 역시 바뀐 시대의 변화한 추세에 유연하게 적응하고 있다.

지난해 청송군은 관광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청송군청 관광정책과는 “빅 데이터를 이용해 분석·조사한 결과 지난 한 해 군민의 200배가 넘는 543만 명의 관광객이 청송을 찾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통계치는 경상북도 시·군 중 최고의 성장률”이라는 게 관계자의 부연.

2017년에 비해 20% 이상 늘어난 관광객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6년 개통된 동서4축 고속도로로 청송으로의 접근성이 눈에 띄게 좋아졌고, 임업인종합연수원과 대명리조트 등으로 인해 숙박 환경도 개선된 것이 관광객을 매혹하고 있다는 게 청송군의 해석이다.

“동서4축 고속도로는 시간 단축만이 아니라 그동안 지리적 여건으로 상호간 교류가 어려웠던 충청도와 전라도 지역의 관광객들을 청송으로 불러들이는 효과까지 가져왔다”고 말하는 청송군.

“앞으로는 현재 갖춰진 관광 자원과 인프라에 청송만의 차별적인 요소를 찾아내 매력적인 관광도시로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라는 게 청송군의 청사진이다.

청송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정식.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청송에서 맛볼 수 있는 산채정식. 관광객들에게 인기다.

여기에는 가족, 연인, 친구 단위의 여행자들을 위한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과 특산물을 이용한 저렴하고 맛있는 음식의 개발까지가 포함됨은 물론이다. 현재도 청송은 사과와 자두는 물론, 맛깔스런 산나물로 차려낸 산채정식으로 유명하다.

‘국제 슬로시티 재인증’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통해 한국을 넘어 세계인이 주목할 독자적인 관광 브랜드를 구축해나가고 있는 청송군. 그렇기에 관광도시로서의 발전 가능성이 어느 지역보다 높아 보인다.

박물관을 포함한 각종 문화시설을 갖췄으며 백자 체험, 한지 체험, 옹기 체험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청송을 향하는 사람들이 올해도 많을 듯하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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