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운항중단 ‘에어포항’
최근 운항증명 효력 상실 판정
원상 회복 현실적으로 힘들 듯
시, 새 항공사 추진 내세우지만
비수익 노선 임자 나설지 ‘의문’

포항 하늘길을 허가받은 에어포항의 면허증이 사실상 날아가버렸다.

민간자본으로 설립됐지만 포항시 등 지역사회의 도움으로 포항지역 ‘최초 지역항공사’라는 공공적 기치를 내걸고 야심차게 출발했던 에어포항이 수렁에 빠져 헤어날수 없는 지경에 놓였다. 부산지방항공청은 에어포항이 3월 재취항 약속을 지키지 못하자 운항증명(AOC)효력 상실 판정을 내린 것으로 17일 뒤늦게 드러났다. AOC는 ‘자동차의 운전면허’처럼 실질적으로 항공기를 운항할 수 있는 자격증이다. 에어포항은 ‘운항증명 취소’라는 사형선고는 면했지만 효력 회복절차가 까다로워 항공사로서 역할을 더 이상 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포항시도 구체적인 후속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하늘길이 사실상 닫히게 됐다.

부산지방항공청이 에어포항에 대해 ‘운항기술기준 9.1.8’에 따라 운항증명 효력상실 판정을 내린 것은 지난달 3월 13일이다. 운항증명 효력상실 판정은 이 기술기준에 따라 AOC 소지자가 60일을 초과하여 운항을 중지하면 내려진다. 에어포항은 2018년 12월 운항을 중단한 뒤 현재까지 재취항하지 않고 있다. 에어포항은 자격회복절차를 거치지 않는 한 운항재개를 할 수 없게 됐다. 항공기 운항에 필요한 자격을 회복하려면 신규항공사 취항 때와 같은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한다.

에어포항이 취항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고비가 바로 운항증명승인 등 항공기 운항 절차였다. 여기에 포항시와 지역사회가 힘을 모아주었기에 운항이 가능했다. 에어포항은 지난 2017년 6월 23일 운항증명신청한 뒤 예비평가와 서류검사·현장검사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 2018년 2월 2일 국토부로부터 운항증명을 받아냈다. 이어 2월 7일 포항~제주, 포항~김포간 역사적인 취항을 하는 감격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그 뒤 에어포항은 초기 대주주였던 동화전자가 베스트에어라인으로 한차례 경영권을 넘겼고, 이후에도 운영자금 부족, 임금체불 문제 등 경영난과 각종 추문에 휘말리면서 지난 해 12월 10일 결국 ‘재운항을 내년 3월께 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은 채 운항을 잠정 중단했다. 에어포항은 재취항 약속 시점이 한달이 지난 현재까지 홈페이지 등을 폐쇄한 채 재운항과 관련한 어떤 공식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잠정중단은 말뿐 사실상 항공사 폐쇄로 이어졌다.

에어포항은 ‘운항증명 취소’처분을 받지 않은 상태여서 형식상으로는 언제든 AOC 효력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고 제재인 운항증명 취소 판정은 항공안전법 제91조에 따라 항공기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으면 내려지지 않는다. 에어포항이 회복절차를 진행한다해도 까다롭기로 알려진 운항증명 최초 신청 절차에 준하는 과정을 다시금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부산지방항공청은 회생신청을 하더라도 현 에어포항의 경영진들이 충분한 항공사 운영자금을 증빙할 수 있는지, 기존 채무관계를 해소했는지, 당초 입장을 밝힌 신기종 비행기를 들여오는지 등을 면밀히 따지겠다는 엄격한 입장이다. 부산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운항증명 효력상실 판정 이후 에어포항으로부터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며 “현재로서는 내부적으로 운항재개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에어포항이 사실상 재운항이 불투명할 정도로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 포항의 하늘길을 지켜야 할 포항시는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막힌 지역 하늘길을 언제까지 내버려둘 것이냐’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포항시는 에어포항의 경영난 악화가 만천하에 알려진 지난해 12월 10일 에어포항을 대체할 새로운 지역항공사를 추진하겠다는 공식입장을 부시장을 내세워 밝혔지만 4개월이 경과한 현재 아무런 진척이 없는 상태다.

포항시는 경북도와 협의해 포항∼김포, 포항∼제주노선을 살리겠다는 막연한 입장만 밝히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과 일시, 재원을 가진 주주확보 방안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적인 용역 단계 실행은 물론이고 항공전문가와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적인 ‘항공사 재추진 설명회’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사실상 새로운 항공사를 신설하는 작업이나 다름 없는 벅찬 업무를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다. 최근에는 항공업계 자체가 회오리에 휘말려있고, 아시아나항공의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 저비용항공사( LCC)도 매물로 나올수 있어, 보다 선호하는 노선을 두고 비수익 노선인 포항을 거점으로 한 항공노선에 투자자가 나설지도 의문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황영우기자

    황영우기자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