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데뷔 시즌 ‘세계 톱3’ 파란
한국컬링 최초 세계선수권 메달
“태극마크 계속 유지하고 싶어”

세계선수권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한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단이 26일 인천공항으로 귀국하며 인사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지(스킵), 양태이, 김혜린, 이승준 코치, 김수진 선수. /연합뉴스
시니어 데뷔 시즌에 ‘세계 톱3’ 기량을 뽐내며 파란을 일으킨 여자컬링 국가대표팀 ‘리틀 팀킴’(춘천시청)이 금의환향했다.

1999년생 동갑내기 김민지(스킵), 김혜린(서드), 양태이(세컨드), 김수진(리드)으로 구성된 대표팀은 2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의 목에는 두 개의 메달이 걸려 있었다. 2019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 동메달과 2019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이다.

특히 지난 24일 덴마크 실케보르에서 끝난 2019 세계여자컬링선수권대회에서 획득한 동메달은 한국 컬링 최초의 시니어 세계선수권 메달이어서 의미가 크다.

대한컬링경기연맹과 춘천시청의 환대 속에 입국한 대표팀은 “춘천시청과 연맹에서 도와주셔서 감사드린다. 코치님도 잘 이끌어주셨다”고 감사 인사부터 전했다.

스킵 김민지는 “첫 동메달을 따서 너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달 중순부터 캐나다에서 열린 세계주니어컬링선수권대회, 러시아에서 열린 동계유니버시아드, 덴마크에서 열린 세계선수권까지 국제대회 강행군을 벌이고 왔지만, 메달 획득의 순간을 떠올리면서는 미소를 지었다.

김혜린은 “세계선수권 메달을 땄을 때, 대한민국 첫 메달이라는 생각에 더 뜻깊고 감회가 새로웠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동메달 결정전에서 일본을 제압하면서 준결승전 패배의 아쉬움도 달랠수 있었다. 대표팀은 준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스위스에 결승행 티켓을 내줬어야 했다.

양태이는 “준결승전에서 너무 아쉽게 져서 동메달은 꼭 따고 가자고 이야기를 했었다. 동메달이 확정됐을 때는 너무 기뻐서 서로 껴안고 좋아했다”고 돌아봤다.

대표팀은 지난해 송현고등학교를 졸업한 새내기들이다. 지난해 8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리스트 ‘팀 킴’(경북체육회)을 꺾고 처음으로 시니어 태극마크를 달았다.

세계 여자컬링 시니어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들은 앞서서도 2018 아시아태평양컬링선수권대회 금메달, 컬링월드컵 3차전 금메달 등 좋은 성적을 이어가며 해외팀들을 놀라게 했다.

김수진은 “이제 외국 분들도 저희를 알아봐 주시는 것 같다. 팬들도 생겼다. 좋았다”라고 국제무대에서 달라진 위상을 전해줬다.

김혜린은 “시니어 국가대표가 되니까 많은 분이 관심을 가져주시고 사랑해주신다. 그래서 더 재밌게 할 수 있다”며 웃었다.

이들을 민락중, 송현고 시절부터 가르친 이승준 코치는 대표팀이 시니어 데뷔 시즌에 국제대회를 휩쓰는 비결에 대해 “저희가 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주변에서 잘 도와주셨고, 선수들이 힘든 일정 속에서 잘 따라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1년 365일 중에서 300일을 같이 지낸다. 어릴 때부터 오랜 기간 함께 했다. 그래서 훈련량도 많은 편”이라고 남다른 팀워크를 자랑했다.

김민지, 김혜린, 김수진은 민락중에서부터 컬링을 함께 하다가 나란히 송현고에입학했다. 인근 회룡중 출신인 양태이가 송현고에 진학하면서 지금의 팀이 만들어졌다.

공항을 찾은 선수 가족들도 “딸이 한 달에 2∼3일만 집에 온다. 그만큼 친구들끼리 같이 있는 시간이 많으니까 잘하는 것 같다”며 “저는 비전문가지만, 아이들이 성장한 게 느껴지더라”라며 자랑스러워했다.

이 코치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왔지만,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결승전에 가서 금메달도 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들을 계기로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배우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일정이 많아서 훈련이 부족했다. 체계적으로 개인 훈련을 더 하고 많이 준비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진천선수촌과 경기도 의정부 컬링장을 오가며 훈련하는 선수들은 “춘천에도 컬링장이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수들은 한국에서 재정비를 하고 오는 4월 23∼28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 챔피언스컵과 5월 8일 중국에서 시작하는 컬링월드컵 그랜드 파이널에 출전한다.

모두 세계 정상급 팀만 초대받는 대회다. 이들 일정으로 대표팀은 자신의 첫 국가대표 시즌을 마감한다. 태극마크를 유지하려면 오는 7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우승해야 한다.

김민지는 “4·5월에도 좋은 성적을 내겠다. 그리고 오는 7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다시 뽑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민지는 “국내대회나 국제대회나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 우리나라 팀들도 강해서 더욱 열심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