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한국에서는 몰래카메라를‘molka’라고 부른다.” 몰카는 은폐된 곳에 카메라를 설치해놓고 상대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단 촬영하는 것을 말한다.

모텔 객실에 숨겨놓은 초소형 몰래카메라로 투숙객의 사생활을 찍어 생중계한 ‘모텔 몰카’ 사건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었다.

미국 CNN은 홈페이지 ‘탑 스토리’ 코너에 투숙객 몰래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한국의 몰카 소식을 다루며, “한국에서는 2017년에는 6천400건이 넘는 불법 촬영이 경찰에 신고되었고 계속해서 급증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도 한국이 “불법촬영이라는 전염병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하였다.

‘몰카 공화국’이 되고 있다. 지하철, 버스 등을 비롯해 공중화장실, 숙박업소와 사무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몰래카메라가 있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몰카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모텔 몰카’사건은 몰래카메라를 활용한 성산업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보여주었다. 전국 10개 도시, 30개 모텔의 객실에 1㎜ 초소형·위장형 카메라를 설치해서 투숙객 1천600여 명의 침실을 몰래 촬영하고 음란사이트에 올려 수익을 창출한 디지털 성범죄였다.

투숙객들이 전혀 생각지도 못하고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사생활이 고스란히 생방송으로 유통되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2016년 조사한 범죄판례 분석결과에서 몰카 재범률은 53.8%로 나타났다. 다시 되풀이할 만큼 중독성이 강한 범죄라는 점에서 몰카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몰카’가 더 심각한 이유는 상호불신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범죄라는 인식 없이 몰래카메라를 남용하는 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포노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 첨단화된 스마트폰을 활용한 몰카도 급증하고 있다.

비단 상업적 용도만이 아니다. 불순한 의도를 갖고 상대방 몰래 비밀스런 정보를 확보하려는 목적에서 몰카를 이용하는 것이다. 상대방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무차별적인 촬영이 이루어지기에, 낮은 수준의 사생활 침해라고 해도 몰카는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

‘몰카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다. CCTV와는 달리 몰래카메라는 자신도 모르게 비밀리에 촬영되는 터라 일상이 공포가 되고 있다. 화장실 공간만이 아니라 안경, 시계, 볼펜, 휴대폰충전기, 자동차 열쇠 등 생활용품으로 몰래카메라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성들에게 몰카포비아는 더욱 심각하다. 많은 여성들이 몰카의 폭력성에 분노하고 불안해한다. 불법촬영된 사진과 동영상이 온라인 공간에 유포되어 남성들의 눈요깃감으로 소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몰래카메라에 대한 위기의식은 ‘몰카 찾는 팁’, ‘몰카 탐지 어플’ 등 검색어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들이 몰카 탐지용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여성들이 불법촬영을 규탄하는 거리시위를 하는 것은 몰카의 범죄성을 방증하는 것이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몰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으며, ‘불법촬영’으로 부르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였다.

몰카로 인해 사생활이 노출되고 위협받는 것은 한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더구나 ‘모텔몰카’처럼 개인의 은밀한 영역까지 카메라로 담아 실시간으로 유통한 것은 심각한 범죄행위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전파되는 환경이기에 폭력성이 더 크다. 몰카 위험에 개인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몰래카메라로 인해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법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법촬영에 대해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다. 몰카는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