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된 사회’의 새로운 적은 누구인가
‘개방된 사회’의 새로운 적은 누구인가
  • 등록일 2019.03.24 20:08
  • 게재일 2019.0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칼 포퍼의 제자인 조지 소로스가 오늘날 21세기 열린사회의 적으로 중국의 최고 지도자 시진핑을 지적하여 화제를 낳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그는 한국을 방문하여 투자처를 찾은 적이 있다. 그는 몇 해 전 한반도의 남북이 화해하고 ‘사실상의 통일’로 간다면 1인당 국민 소득이 8만 불이 넘어 세계 2위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한반도에 평화가 오면 전 재산을 한반도에 투자할 용의가 있음도 밝혔다. 지난달 그는 또 다시 골프장 사외이사 자격으로 지난달 한국을 방문하였다. 그는 최근 중국의 시진핑을 열린사회의 새로운 적으로 간주하였다.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회 철학자 칼 포퍼는 ‘개방된 사회와 그 적’이라는 책을 통해 유명해졌다. 포퍼는 개방 사회를 가로막는 사람을 적으로 간주하였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과 공산주의의 창시자 마르크스를 2대 원흉으로 본 것이다. 플라톤은 그의 이상국가론에서 자신과 같은 철인이 지배하는 계급사회를 주창하였다. 국가를 보위하는 군인 계급과 생산자 계급이 지도자인 철인을 잘 보필해야 이상국가가 성립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포퍼는 이러한 통치자, 방위자, 생산자 계급 분담 사회가 불평등 구조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포퍼는 플라톤을 계급주의자로 몰아세워 개방사회의 첫 번째 적으로 간주한 것이다. 포퍼는 칼 마르크스를 개방된 사회의 두 번째 적으로 간주하였다. 공산주의 이론의 창시자인 마르크스는 당시 자본주의 모순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계급 없는 공산 사회’론을 제시하였다. 마르크스는 노동자들이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해 눈물도 한숨도 없는 이상적인 사회를 약속했다. 그러나 마르크시즘에 기초한 공산국가는 계급독재를 강화시켜 버렸다. 그리하여 포퍼는 마르크시즘을 개방된 사회의 또 다른 적으로 간주하였다. 마르크스가 살아 있었다면 무척 화가 나 이에 강력하게 항의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마르크스는 자본주의적 풍요가 시작되는 영국 런던 대영도서관에서 글을 쓰다 생을 마감하였다. 포퍼의 시각에서는 마르크스 이론에 토대한 소련식 사회주의는 전체주의화하여 개방된 적이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 연장선에서 소로스는 다보스 포럼의 공개 석상에서 중국의 시진핑을 개방사회의 또 다른 적으로 간주하였다.

그가 시진핑을 개방된 적으로 규정한 것은 시진핑의 통치 철학과 지도노선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 중국사회의 개방화와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학생들의 천안문 시위는 중국 당국에 의해 오래전 좌절되고 말았다. 시장 경제를 지향하는 중국이지만 아직도 당의 통제는 강화되고, 인권의 사각지대는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언론과 종교의 자유는 물론 학문의 자유마저 봉쇄되고 시민의 권리는 이중 삼중으로 통제되어 있다. 시진핑의 ‘일대 일로’라는 외교 정책 역시 제3세계에 대한 지원이란 명분으로 지배와 착취를 자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전체주의적 통제를 강화하는 시진핑은 개방된 사회의 새로운 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포퍼의 ‘개방된 사회의 적’은 언제나 등장할 수 있다. 포퍼나 소로스가 개방 사회에 역행하는 이데올로그들을 적으로 간주한 논리는 정당성을 지닌다. 우리는 인권과 존엄성이 보장되는 개방 사회를 지향하는데 이를 방해하는 세력은 모두 적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개방된 사회의 적은 누구일까. 우선 분단 상황에서 분단 고착세력과 북의 개방을 가로 막는 전체주의적 세습체제는 개방된 사회의 적으로 간주할 수 있다. 남한 사회에는 과연 개방된 사회의 적은 없는가. 남한의 정치 사회적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을 탄압하거나 권력유지에 혈안이 되었던 세력은 ‘개방된 사회의 적’의 범주에 넣어야 할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보수와 진보 간에는 이념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은 아직도 상대를 개방된 사회의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 후일 역사는 이를 어떻게 평가할지를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