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주 한동대 교수
김학주
한동대 교수

세계 정치권에서는 경기부양을 위한 신호들을 강하게 보내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도 물가조절 기관인지 경기부양 기관인지 혼동스러울 정도로 우호적인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세계경기가 꺾였고, 정책들이 말을 안 듣는다는 증거로 보여진다. 정치인들의 너그러운 약속 덕분에 증시는 정상을 되찾았지만 앞으로 어떤 응급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투자자들은 일단 이런 시장의 불확실성에 엮이기 싫어한다. 따라서 시장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개별적인 성장 스토리를 갖고 있는 테마로 쏠리는 경향이 있고, 그 대표적인 예가 바이오 산업이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꽃을 피우지 못하는 바이오 기업들도 많다. 즉 주의할 점이 있다는 이야기다.

많은 투자자들이 신약의 성공 여부를 검증하기 위해 논문상의 기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신약의 효능에 의외로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신약을 환부로 전달하는 기술이다. 신약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 이론적인 과정은 대부분 하자가 없고, 약효를 결정하는 요인은 따로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형암 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암세포가 퍼져있어 일일이 겨냥(target)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암세포에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쉽게 찾도록 하는 방법이 고안되었다. 그러나 바이러스를 혈액에 주입하면 죽는다. 설령 암세포까지 살아 가더라도 암 덩어리가 딱딱한 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침투가 어렵다.

당뇨병성 궤사를 치료하기 위해 주사를 몇 십 번씩 찔러야 하는 것도 환부를 겨냥하기 어렵다는 증거다. 또한 기적의 치료제로 알려진 핵산도 환부로의 전달이 어려운 숙제로 남아있다. 창조주께서 외부 항원이 우리 몸 안으로 쉽게 침투하지 못하도록 설계하신 것처럼 인간이 개발한 약을 인체 내로 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따라서 바이오 투자를 검토할 때 신약의 작동 원리보다는 환부로의 전달 기술과 면역세포가 활동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기술이 더 가치 있을 수 있다.

한편 최근 문제가 심각해지는 미세먼지도 바이오 투자를 자극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흡입하면 호흡곤란, 천식 등이 연상되지만 초미세먼지는 기관지 섬모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혈관으로 유입될 수 있다. 이 경우 면역세포가 외부물질인 미세먼지에 달라 붙어 덩어리를 만들고 혈류를 방해하게 된다.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로 인해 면역체계가 예민해지면 면역이 과발현되어 정상세포까지 죽이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 성인 가운데 아토피환자가 급증하는데 이런 영향으로 의심된다.

미세먼지는 암도 유발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세포분화 과정에서 DNA가 메틸화되어 형질을 발현하는데 미세먼지와 같은 환경오염물질이 이 과정에 간섭할 수 있다. 그래서 DNA 염기서열은 같아도 형질이 다르게 나타나고, 돌연변이 세포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이것이 암세포로 발전할 수 있다. 심지어 이렇게 변형된 DNA 메틸화 과정이 유전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를 후생 유전학이라고 한다.

또한 미세먼지를 대기오염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수질 오염도 심각하다. 미세먼지로 인해 오염된 물을 마시면 면역체계가 예민해져 장내 유용미생물을 죽인다. 그런데 면역세포의 70% 이상이 사람의 장 주변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장 내 미생물의 불균형은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 암을 비롯한 각종 질환에 노출될 수 있다. 한국처럼 미세먼지가 심각한 경우는 생수를 통해 미네랄을 섭취하는 것보다 정수기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중국의 산업화 이후 환경은 본격적으로 위협받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류는 노령화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고 있어 견디기 어려워진다. 이런 상황은 더 많은 바이오 기술을 요구하고 있고, 에너지원이 화석연료에서 전기로 넘어가는 과정을 단축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