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 물 주입할 때 압력으로 미소지진→ 본진 발생
지열발전소 물 주입할 때 압력으로 미소지진→ 본진 발생
  • 안찬규기자
  • 등록일 2019.03.20 20:23
  • 게재일 2019.03.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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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조사연구단, 규모 5.4 본진 명확한 인과관계 확인 ‘人災’ 결론
해외조사위도 지열시스템 자극으로 촉발… 사전 지질조사 ‘부실’

2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대한지질학회 주최로 열린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의 연관성에 관한 정부조사연구단 결과발표 기자회견’에서 포항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조사연구단이 포항지진을 인위적 요소와 자연적 요소가 결합한 ‘촉발지진’으로 발표함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촉발지진(trigerred earthquake)은 자연지진과 유발지진의 중간임을 나타내는 표현이다. 지열발전소가 단층을 자극해 지진으로 이어진 건 사실이지만, 규모 5.4의 본진은 인위적인 영향을 넘어선다는 결론이 도출됐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단은 명확한 인과관계가 확인된 만큼 자연지진은 아니라고 못박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포항지진과 지열발전과의 상관관계를 밝히고자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포항지진 조사연구단’을 구성하고, 작년 3월부터 약 1년간 대한지질학회 주관으로 정밀조사를 진행해 왔다. 20일 최종 연구결과 발표는 국내조사단과 해외조사위원회의 독립적인 조사내용을 종합한 내용이다.

연구단은 이날 지열발전소에 지열정을 뚫을 때 이수누출(mud loss)이 발생했고, 물을 주입할 때 압력이 발생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서 규모 2.0 미만의 미소지진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이 미소지진의 영향으로 시간이 지나며 규모 5.4의 본진이 발생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수누출은 주위의 압력이나 응력으로 인해 진흙이나 흙탕물이 지면 내 틈을 통해 나오는 것을 말한다.

다만, 연구단은 지열발전소의 영향으로 규모가 작은 미소 지진이 유발(induced)됐다고 표현하면서도, 규모 5.4의 본진은 촉발(triggered)됐다고 표현을 달리했다.

이강근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장(서울대 교수·대한지질학회장)은 “지열발전소의 지열정을 굴착하고 이곳에 유체를 주입하며 미소지진이 순차적으로 발생했고, 시간이 흐르며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라면서 “유발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을 받은 범위 너머에서 발생한 지진이라는 의미에서 촉발지진이라는 용어를 썼다”고 설명했다. 지열발전으로 규모가 작은 미소지진은 유발됐지만, 규모 5.4의 본진은 지열발전의 인위적인 영향을 넘는 범위이므로 자연적인 요소가 결합됐다는 뜻이다.

연구단 조사결과 포항 지열발전은 지열정 굴착과 두 지열정(PX-1, PX-2)을 이용한 수리자극이 시행됐고 굴착 시 발생한 흙탕물 누출과 PX-2로 주입된 고압 유체에 의해 퍼진 압력(공극압)이 포항지진 단층면 상에 남서 방향으로 깊어지는 심도의 미소지진들을 순차적으로 유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미소지진들이 포항지진 본진 위치에 도달되고, 응력이 누적돼 임계응력상태에 있었던 단층에서 포항지진이 촉발됐다는 게 연구단 결론이다.

그동안 지열발전소와 포항지진이 관계없다고 주장한 측은 지열발전소 실증 시기와 포항지진의 시기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지열발전소 실증이 포항 지진보다 앞섰고 수리자극을 줘서 발생한 미소지진과 포항지진을 연관시키기엔 시간 지연이 있으며 거리도 다소 떨어져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논리였다.

이에 연구단은 포항지진을 포함해 지열발전 실증부지 부근에서 발생한 지진들의 진원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하고자 속도모델을 구축했고, 상대위치 결정과 진원 위치 등을 이용한 보정 과정을 거쳤다. 그결과 98개 지진의 정확한 진원을 결정하는 데 성공했다.

또 물이 주입되는 두 지열정 중 PX-2 지열정에서 수행한 3번의 수리자극에 의해 유발된 미소지진들이 이루는 평면과 포항지진의 단층면이 일치하는 것도 확인했다. 수리자극 과정에서 가해진 주입압력과 주입량 상세 자료를 이용해 주요 진원에서의 시간에 따른 공극압을 계산할 결과가 지진 발생의 시공간적 분포와 일치한 것. 시추공 영상검증결과에서도 PX-2 지열정이 3천783m 심도에서 막혔고 PX-2 암편시료를 분석한 결과 3천790∼3천815m 심도 구간에서 단층으로 생긴 부서진 암석 ‘단층비’ 지대가 존재, 지진분석을 통해 결정된 단층면을 연장하면 이 심도와 일치했다.

해외조사위도 포항지진은 EGS(Enhanced Geothermal System·지열시스템) 자극으로 촉발됐다는 국내 연구진과 같은 결론을 내놨다. 두 지열정 중 PX-2가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시켰고, 이 때문에 본진이 촉발됐다는 설명이다.

지열발전은 땅에 수㎞의 구멍을 뚫어 물을 투입한 뒤 지열로 발생한 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돌리는 방식이다. 4∼5㎞ 정도로 땅을 파 지열정을 뚫고 이를 통해 지하에 고압으로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으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고 응력이 추가돼 지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이 스위스 바젤 등 해외사례를 통해 알려졌다.

지반이 약한 활성단층이 있으면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그만큼 사전 조사를 통해 지열발전에 적합한 위치를 정하는 게 중요하다. 포항시민은 물론 한반도 전체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포항지진의 원인에 지열발전이 가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사전 지질조사 등을 소홀히 한 포항지열발전소 사업추진단을 비롯한 정부 등을 원망하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조사단의 연구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본진을 일으킨 단층이 왜 임계응력상태에 있었는지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없다.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촉발지진 이라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조사단의 결론과는 별개로 학계의 치열한 논전은 국제적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안찬규기자 ack@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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