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가 여전히 세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가계부채 억제책에도 우리나라의 가계 빚은 증가 속도와 규모면에서 여전히 최상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실효적인 대책이 아쉽다. 가계부채 증가는 우리 경제의 최대 불안 요인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획기적 대응이 있어야겠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한국은행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말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6.9%로 BIS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가계 빚은 전체 경제규모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가 통계를 집계한 세계 43개국 가운데 한국은 중국 다음으로 큰 상승세를 보였다. 우리나라는 전분기 대비 0.9% 포인트 상승했다. 중국의 1.2% 포인트 상승에 이어 두 번째 큰 상승 폭이다. 또 한국의 가계 부채 비율은 18분기 연속 상승세를 보였고 상승기간도 중국에 이어 두 번째를 기록했다.

가계 부채 증가는 민간소비를 위축시키고, 성장 잠재력도 떨어뜨리게 된다. 정부는 2016년 ‘8.25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에 대해 부양에서 규제로 돌린 적이 있다. 이후에도 지속적인 가계부채 안정을 위한 정책 기조를 유지했으나 결과는 번번이 실패다. 이번 결과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규모면에서 크고, 증가율도 가파르다. 소득과 비교해 볼 때 부담이 크게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의 작년 3분기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은 12.5%로 전분기보다 0.1%포인트 높아져 1999년 이래 가장 높았다고 한다. DSR은 가계가 대출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우리의 가계 빚이 주는 경제적 불안감을 잘 읽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융위는 지난 1월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5%대로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부동산 투기로 흐르는 자금을 혁신창업과 중소기업에 공급하겠다는 목표에서다. 따라서 은행권에 도입한 DSR 규제를 올 하반기에는 제2 금융권에도 도입한다고 밝혔다. 투기성 자금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지만 규제 일변도로 인해 경제의 경직성을 가져와서도 안 된다. 자금의 적정 공급이란 쉽지 않은 과제지만 잘 풀어야 하는 것 또한 금융당국의 일이다.

지금 시중의 경기는 매우 나쁘다. 특히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자영업자의 폐업이 늘고 폐업을 고려 중인 업소도 많다. 대부분이 생계형 사업자다. 자금의 규제는 잘못하면 돈 없는 사람을 더 없게 하는 자금의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할 소지가 크다. 영세업자나 중소기업 등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자금의 활로를 열어주고 투기성 자금은 막는 금융당국의 섬세한 대책이 필요한 때다. 가계 빚 관리에 대한 새로운 각오가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