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잡대”라고 부르면 좋을까?
“서잡대”라고 부르면 좋을까?
  • 등록일 2019.03.14 18:46
  • 게재일 2019.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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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과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과

미국의 아이비 리그(미국 동부의 8개의 명문대)의 하나인 코넬(Cornell)대학은 이타카(Ithaca) 라고 하는 아주 작은 마을에 있다. 몇 년전 그곳을 찾아가는데 시골길을 한참 차를 몰고 가니까 멀리서 나타나는 그런 소위 ‘촌구석’에 있는 대학이었다. 정문이 그러니까 후문 쪽은 좀 번화하지 않을까 하고 후문 쪽으로 가보았는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 소위 ‘시골대학’인 코넬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도 여럿 배출하고 경제학, 경영학, 공학, 자연과학 등에서 미국의 최고 명문 대학으로 수 백년간 칭송받고 있다.

미국의 많은 우수한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요 명문 주립대학들은 주의 수도가 아닌 작은 마을에 있다. 이것은 교육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마찬가지이다.

한국도 요즘 포스텍이나 명문 과기대 등이 서울이 아닌 곳에 세워지고 있다. 또한 서울이 아닌 지방(필자는 지방이란 말을 쓰지 않지만 편의상 써본다)의 대학들도 우수한 대학이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는 지방에 있는 대학을 교육의 품질과 상관없이 ‘지잡대’ 등으로 싸잡아 부르며 멸시하고 차별하는 풍토가 있다. 서울 중심의 불균형한 사고방식과 왜곡된 학력 경쟁이 낳은 지방차별화의 실상이다.

몇 년전 서울대 대나무숲 페이스북에는 ‘지방대생인 친구와 쇼핑몰에서 놀다가 충격적인 일을 당했다’는 서울대생의 글이 올라왔다. 한 지방대 마크가 들어간 후드 티셔츠를 입은 친구와 떠들고 있었는데, 서울 소재 한 대학생이 지나가면서 얼굴을 찌푸리며 ‘어휴 지잡대 냄새’라고 말했다는 사연이었다. 정말로 상식을 넘어선 충격적 사건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그 학생 개인의 문제라기 보다는 지방을 무시하는, 그래서 지방에 있는 대학을 무시하는 우리사회의 뿌리깊은 차별의 문제이다. 미국, 영국 등 서구 교육 선진국에도 대학 간 우열은 있지만 지방에 위치하고 잇다는 이유만으로 멸시와 조롱을 받는 일은 결코 없다. 학력차별이 비교적 심한 일본에서조차 최하위권 대학을 뜻하는 ‘에프(F)랭크 대학’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한국의 ‘지잡대’처럼 지방대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는 말은 없다.

지방대 출신이 전체 대학 졸업자 중 70%를 차지하는 다수인데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차별받고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것은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지방 경시 상황에 근거하고 있다.

역설적으로 지방대 무시의 시발점은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 학교와 학원이다. 명문대 진학에 초점을 맞추는 입시중심 교육 속에서 지방대는 ‘낙오’의 동의어로 각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최고 인기강사라는 학원강사들이 지방대 비하 발언을 유튜브에서 서슴지 않고 있다.

지방에 있는 많은 고등학교들은 이른바 ‘명문대’ 진학생 숫자를 홍보하는 현수막을 정문에 거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성적순으로 대학을 줄 세우고 지방에 있는 대학에 가는 것을 ‘실패’와 ‘낙오’로 치부하는 일부 교사의 언행과 학교 분위기가 지방대 혐오를 키우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파격적인 제안을 한번 해본다. 서울에 있는 대학들을 싸잡아 “서잡대”라고 부르면 어떨까? 물론 그래서는 안 되지만 그런 가정을 해본다. “아휴 서잡대 냄새”라고 코를 잡고 지나간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서울·지방 이분법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 특히 대학은 실력과 경쟁력에 의해 구분되어야지 서울, 지방 등 위치하고 있는 지역으로 구분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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