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올해 3월 1일은 여러 의미가 더해진 날이었다. 1919년 일어난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다. 지난 2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백범 김구기념관에서 국무회의를 개최하며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는 정부의 상징성을 보여주었다. 그 자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질서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스스로 그 변화를 주도할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이라고 하였다. 3·1절 기념사에서도 “신한반도 체제로 담대하게 전환해 통일을 준비해 나가겠다”며, 이를 국민과 함께 남북이 함께, “3·1독립운동의 정신과 국민통합을 바탕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선언하였다.

또한 3월 1일은 통일부가 설립된 날이었다. ‘통일’이라는 헌법정신을 구현하는 정부 부처로 1969년 국토통일원이 창설된 이래로 50년이 지났다. 그동안 통일부는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남북한 교류 협력 및 탈북자 지원, 국내외 각계각층을 위한 통일교육을 실시하며 통일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난 50년 동안 정권의 성격에 따라 가장 부침이 컸던 조직이기도 했다. 국내외 환경 변수로 통일부의 위상과 역할에 한계가 많았다. 통일의 비전과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되지 못하고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진폭이 컸다.

통일부 50주년 행사에서 조명균 장관은 “다른 조직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지만, 통일부가 오래 됐다는 것은 그 만큼 통일이 늦어졌다는 뜻”이라며 분단을 빨리 종결하는 것이 통일부의 소임임을 환기시켜 주었다. 하노이회담 이후 북미관계의 시계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재점검이 요구되고, 광화문 광장에서는 태극기 부대들이 “좌파 독재정권 퇴진”을 외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어떻게’ 통일 문제를 풀어가는 게 좋을지 쉽지 않은 장이 펼쳐지고 있다.

2017년 5월 4일 타임지는 문재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The negotiator)’로 소개하였다. 강인하고 비장한 이미지의 표지 사진과 함께 “협상가 문재인,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남한의 리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문구로 대선 후보로 나선 문재인 대통령에 주목하였다. 2018년 4월에는 ‘2018년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12월에는 매년 타임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인물’ 5위로 문재인 대통령을 꼽았다.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을 이끌고 북미정상회담을 중재하면서 한반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점이 선정 이유였다. 타임지가 ‘위대한 협상가’로 부른 문재인 대통령이 제2기 통일부를 이끌 수장으로 ‘협상의 전략’을 쓴 김연철을 선택했다.

‘협상의 전략’은 한국전쟁의 휴전협상 결과를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한반도는 지금도 휴전과 종전 사이에서 혹은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헤매고 있다”는 말로 표현한다. 또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달성한 독일사례를 다루며 빌리 브란트의 동방정책에 주목한다. 브란트의 ‘작은 발걸음 정책’이 불가능해 보였던 독일 통일을 가능하게 했다며 “진심만큼 강한 무기는 없다”고 강조한다.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체제와 이데올로기를 넘어서 인간적인 삶에 초점을 맞춰 대화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했던 브란트의 접근이 동서독 관계정상화와 결국 통일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제는 협상의 시대다.” 제40대 통일부장관 내정자 김연철은 말한다. “협상은 문제해결을 위한 차선책이 아니라 최선의 방법이 되었다”고. 또한 “때를 아는 것이 협상의 유일한 기술”이라고 강조한다. 북미대화가 다시 교착상태로 빠진 지금, 우리 안의 분단을 넘어 평화와 통일로 나아가려면 협상이 필요하다. 남남갈등을 해결하고 주변 국가를 설득하며 통일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협상력이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 2기 통일부가 통일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는 중대한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바로 지금이 협상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