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보 등 개방 현지 르포
수량 감소로 모래톱 드러난채
인적 끊기고 물고기마저 폐사
유람·쾌속선 선착장에 발 꽁꽁
농업용수 부족 초래 최대 우려
정부 해체 방침에 긴장감 팽팽

수문 개방으로 수위가 급격히 낮아진 달성보내 사문진 나루터의 산책로 데크 기둥이 바닥까지 드러나 있다. /김재욱기자

“달성보(洑) 개방 이후 오히려 수질이 악화하면서 산책로를 이용해 걷는 시민과 자전거를 타는 이들이 현저하게 줄었습니다”

25일 낮 2시 30분께 달성군 화원읍 사문진나루터에서 홀로 자전거를 타고 생태 탐방로를 지나던 권호영(55·달서구 성당동)씨는 이날 동호인들과의 라이딩이 취소되면서 혼자 나선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정부가 영산강과 금강유역 일부 보를 해체하기로 한데 이어 낙동강 수계 보에도 해체의 회오리가 미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식수원 확보를 위한 칠곡보를 빼고는 정부가 마음먹기에 따라 해체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권씨의 말처럼 사문진나루터 인근의 낙동강은 탁한 빛이 역력했다. 팔뚝만한 물고기가 용존 산소량 부족에 숨쉬기 힘들다고 항의라도 하듯 물위로 솟구치는 모습이 짧은 시간동안에도 수차례 목격되는 등 생태 탐방로 주변의 생태가 무너진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수량감소는 눈대중으로 봐도 4분의 1이 줄어든 것처럼 보일 정도로 모래톱이 상당 부분 드러나 있다. 드러난 모래톱에는 이름을 알수 없는 큼직한 민물조개가 말라서 껍질만 남긴채 군데군대 늘브러져 있다. 물가를 거니는 시민들의 숫자도 과거보다는 대폭 줄었다는게 산책객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매년 4만명 이상이 이용하던 유람선과 쾌속선도 14m인 관리수위에서 9.3m로 대폭 낮아지자 며칠째 선착장에 발이 묶여 있다. 오는 3월 10일께 수위가 12m로 상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다 보니 사문진 주막촌의 카페는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보 개방에 따라 이곳의 수위가 대폭 낮아지면서 유람선 운행이 중단된 사실을 모르고 가족단위로 방문했던 이들이 이곳의 커피 한잔으로 아쉬움을 달래기 때문이다. 사문진나루터의 관계자는 “주말이면 아베크족들이 상당수를 차지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달성보 개방 이후에는 발길이 거의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달성보 개방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달성군과 성주군, 고령군 농민들이다. 특히 달성군 농민 7개단체 농민과 군민 등 50여명은 지난 22일 대구지방환경청을 찾아 수위 저하로 양수장을 가동할 수 없어 농업용수 부족이 우려된다며 보 개방 중단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지류의 경우 유지수가 공급되지 않아 수질 악화의 악순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인근의 고령군과 성주군에는 수위가 대폭 낮아진 지류를 중심으로 중간급에 속하는 붕어와 잉어, 블루길, 배스 등의 물고기들이 폐사해 떠다니는 등 물 부족현상을 입증하고 있다. 성주와 고령군의 농민들도 현재는 지류 지역만 피해를 입기 때문에 별다른 움직임은 없지만, “수위가 더 낮아지면 농업용수 부족을 겪을 우려가 크다”고 걱정하고 있다. 달성군 농민들은 “농민·군민과 협의 없이 밀어붙이기식으로 보 개방을 진행하면서 양수장 9곳의 취수구가 훤히 드러났다”면서 “낙동강 지류인 진천·천내천은 도심 속 생태하천으로 조성돼 시민 휴식 공간으로 자리 잡았으나 유지수가 공급되지 않아 현재는 심한 악취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달성군 농민들의 이같은 반발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이 보 개방 수위와 일정은 용수 이용 등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 주민과도 사전 협의를 충분히 거친 뒤 개방한다고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보 개방을 지속하면 환경부 항의 방문하고 집회 등을 열면서 강력히 반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지난 22일 오전 9시 보 건설 이후 처음 개방된 낙동강 상류 상주보와 낙단보도 사문진나루터에서 겪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그대로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주보는 이달 말까지 3m, 낙단보는 다음달 말까지 6m로 수위를 낮췄다가 양수장 가동 시기인 오는 4월 1일 이전에 다시 수위를 회복시킨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상주지역 농민들은 당초 보 개방을 적극적으로 반대해 왔다. 최근 환경부가 지하수 대책을 내놓는 등 농업용수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지역 농민단체와의 협약에 따라 보 개방으로 이어졌다. 지하수 대책이라는 것은 결국 관정을 파겠다는 것이지만 이 정책은 과거에도 있었던 것으로 나중에 폐공처리시 지하수 오염을 비롯한 상당한 난제를 안게 되는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어 농민단체들이 주시하고 있다.

정부의 기본방침이 보 해체에 있어 낙동강 수계에도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4대강에 10개의 보 설치후 확보된 만수위 수량은 총 6억3천t으로 만일 이 보를 모두 개방할 경우 현재 3분의 1 수준 이상인 1억8천t으로 대폭 감소해 심각한 농업용수 부족현상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사문진나루터 입구 에 내걸린 ‘유람선 운행 중단’과 화원읍 이장협의회가 내건 ‘물고기 살리자고 사람잡나’라는 가로펼침막이 보개방과 향후 철거를 염두에 둔 쟁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김영태·김재욱기자

    김영태·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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