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를 진정한 ‘시(市)’로 바꾸자
포항시를 진정한 ‘시(市)’로 바꾸자
  • 등록일 2019.02.19 19:27
  • 게재일 2019.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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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김진홍
한국은행포항본부 기획조사팀장

흔히 노동자는 노무 제공의 대가로 소득을 얻고 사업가는 자본 투입의 대가로 잉여를 얻는데 그것이 바로 경제활동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다. 이 경제주체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합하면 지역단위로는 지역내총생산, 국가 단위로는 국내총생산이 된다. 이것이 전년보다 커지면 경제성장률은 플러스로, 줄면 마이너스가 된다. 지난 10년간 포항경제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수차례나 겪었다. 지역 가계의 소득이나 기업의 이윤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포항지역 내 각계각층에서는 모두 머리를 맞대고 철강 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높일지, 어떤 산업을 발굴 육성해야만 부가가치를 늘릴지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앞서 포항지역에서 부가가치 창출이 어려워진 원인을 보다 근본적으로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거 우리는 지금의 중국,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들과 마찬가지로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기만 하면 그 이전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원하는 소비자 즉 수요는 많은데 그것을 공급하는 생산자는 적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형태, 색감, 취향, 감성 등을 전혀 고려할 필요도 없는 ‘공급자 우선’ 시장이 형성될 수밖에 없다. 즉 소비자나 고객이 ‘왕(王’)이 아니라 판매자나 공급자가 ‘왕’이었던 것이다. 옛날 ‘시(市)’라고 불렸던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시장에서는 흔히 “깎아 달라”, “밑지고 판다”는 이야기들이 난무하고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던 것이지만 그러한 흥정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 ‘불평등한’ 시장이었다는 이야기다.

이와 같은 ‘시(市)’는 교통이 발달하고 유동인구가 모이기 쉬운 당시로써는 비교적 번화한 지역에 형성되었다. 포항은 올해로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한다. 포항은 현재 인구 50만 명이 넘는 지방의 대도시지만 포스코가 들어서지도 않았던 70년 전에도 이미 포항은 시로 승격될 정도로 지방에서는 번화한 대도시였다. 문제는 포스코가 들어선 이후 포항의 인구가 10년마다 2배수로 늘어날 정도로 급격히 팽창하고 우리나라 고도성장기의 경제성장률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포항지역 내 음식숙박업, 유통업 등 전 분야에 걸쳐 형성된 ‘시장(市場)’에서까지 모두 ‘공급자 우선’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달리 말하면 포항의 소비자들은 적어도 2000년대 이전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철저한 ‘을(乙)’의 지위에 놓여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이 급격하게 발달하고 육해공의 교통물류 인프라가 확충된 지금은 포항의 어떠한 ‘시(市)’에서도 공급자나 판매자가 ‘왕’이 아닌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왕’으로 군림하였던 공급자들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수틀리면 다른 선택을 하면 그뿐이다. 최근 포항에서도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소비자를 ‘왕’까지는 아니더라도 ‘왕자’정도까지는 인식하는 업체들이 나타나 일정한 사업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포항경제가 앞으로 서비스, 관광 등의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늘리려면 이러한 변화에 무조건 순응해야만 한다. 철저한 서비스정신으로 무장하고 고객 우선, 소비자 우선이 통하는 진정한 ‘시(市)’로 탈바꿈하여야만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올해 시 승격 70주년을 맞이하여 방문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기획들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는 그 행사들이 철저한 ‘시(市)’가 되도록 노력해야만 한다. 준비하는 측의 시각에서 ‘와 보이소!’가 아니라 방문객의 시각에서 ‘가보고 싶네!’, ‘또 와야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의 취향과 감성을 자극하고 그들을 ‘왕’으로 모신다는 의식을 가져야만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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