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 지역 중대 현안 ‘혼선 주고, 흠집 내고, 패싱’
원해연·SK 유치 불투명한데 가덕도 신공항 재점화까지
대형 국책사업 좌초 지경에 TK정치권은 무능으로 일관

문재인 정부의 ‘대구·경북 패싱’이 노골화하고 있다. 대구통합신공항 이전 사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가덕도 신공항건설 재추진설이 또다시 점화돼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고, 경북도와 구미시가 유치에 사활을 걸어온 ‘SK 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마저도 수도권인 용인으로 기울었다는 괴소문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보다 앞서 경주지역 원자력해체연구소(원해연) 유치도 부산, 울산으로 내정됐다는 두 지자체의 흘리기(리크) 작전으로 경북유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역현안과 관련해 추동력을 잃은 TK정치권이 ‘소리 없는 아우성’을 질르고 있지만, 올해 초 예타면제사업 선정부터 정부의 홀대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지역민들의 우려와 소외감이 깊어만 가고 있다. <관련기사 2면>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는 뜻을 밝혀 무산된 가덕도신공항을 대구·경북 지자체의 반발이 있더라도 재추진할 것이란 시중의 소문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국토교통부는 ‘소음·안전성 등에서 김해 신공항 기본계획안이 문제가 없다’며 올 상반기 중 기본계획을 확정·고시해 오는 2026년까지 김해 신공항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뜻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이번 대통령 발언으로 이 같은 국토부 입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김현미 국토부 장관의 교체소문이 나돌고 있어 국토부의 약속이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김해 신공항과 가덕도 신공항은 이용객 분산 등으로 경제성이 떨어져 공존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같은 동남권에 들어설 대구경북통합신공항도 결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통합공항을 비롯해 대구·경북이 추진 중이거나 유치를 희망하는 대형국책사업들은 대부분 시도 당국의 기대치에 비해 낮아지는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 120조원이 투입되는 ‘SK 하이닉스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조성 입지가 경기 용인으로 내정됐다는 보도도 나돌아 지역에 나도는 파문을 부채질하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클러스터를 경기 용인 원삼면 일대 410만㎡에 조성하는 것으로 사실상 결정하고, 이르면 이달 말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장관회의를 열어 ‘반도체 특화 클러스터 조성안’을 확정하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즉각 해명자료를 내고 “반도체 클러스터 입지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각에서는 입지를 내정한 뒤 여론을 떠보기 위한 흘리기였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경주시의 원전해체연구소 유치도 녹록지 않다. 원해연은 14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원전해체산업을 이끄는 중심기관인 만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지만, 한국수력원자력 본사를 비롯해 한국원자력환경공단(KORAD), 중·저준위방사능폐기물처리장 등을 비롯한 원전관련 핵심 기관·시설이 밀집해 있는 경주시가 최적지로 평가돼 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부산시와 울산시가 연합전선을 꾸려 공동유치로 작전을 변경하면서 힘 싸움에서 밀리는 분위기다. 문을 닫는 폐로가 많다는 어줍잖은 이유를 들고 나오고 있다.

대형국책사업들이 잇따라 좌초될 위기에 놓이자 대구경북 지역민들은 무능력한 TK정치권을 원망하고 있다.

실제로 TK정치권은 그 어느 때보다 무력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여론을 수렴해 대변할 보수 지도자의 부재가 결정적 요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 그리고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최경환 의원이 구속되면서 사실상 정치적 리더가 사라졌다. TK의 대표로서 중앙정치에 자리매김하면서 지역을 대변하고, 그 힘을 토대로 지역과 중앙 정치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인물이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지역 정치권은 힘이 빠져버렸고, 중앙정치권의 계파갈등에 휘말리면서 무력하게 소외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그동안 TK정치권은 ‘자유한국당 간판만 달면 무조건 당선’이라는 공식이 굳어지면서 정치적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때문에 선거 때가 되면 가장 먼저 물갈이론에 휩싸이곤 했다. TK정치권이 중앙정치권에서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은 다른 지역에 비해 손쉽게 당선됐다는 ‘주홍글씨’ 때문이다. 여기에다 선거 때만 되면 제기되는 물갈이론 때문에 중앙정치권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다선 의원들이 부족한 것도 그 요인이다.

한 정계 관계자는 “보수의 중심인 TK지역을 대표해 당권 도전에 나선 인사가 한 명도 없는 것은 큰 문제다”면서 “지역 의원들은 다음 총선을 대비해 몸을 사리기보다는 닥친 현안을 해결하는 데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덧붙였다. /안찬규기자

    안찬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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