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먼 바다 한가운데서 발생한 지진에 ‘포항지진’ 이름표
북쪽 해역 50㎞ 지점·깊이 21㎞
동해바다 심해에서 발생한 지진
시민 대부분 진동 못 느껴
지진 70㎞ 내 관공서 기점
이름 정해져 문제소지 없지만
재작년 지진 회복하던 포항시
또다시 ‘지진도시’ 오명에 씁쓸

“전화오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진동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포항에서 지진이 났다고 괜찮냐네요. 왜 포항지진이 된거죠?”

지난 10일 포항 동북동쪽 50㎞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을 두고 기상청이 ‘포항지진’이라고 발표하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육지인 포항과 전혀 상관없는 동해바다 한 가운데서 발생한 해상지진을 굳이 육지인 ‘포항’에 갖다 붙인 데 따른 논란이다.

가뜩이나 지진으로 인·물적 피해를 입어 한창 복구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포항시 입장에서도 ‘힘이 쭉 빠진다. 아쉽다’는 뒷말이 흘러나온다.

10일 낮 12시 53분 38초께 포항시 북구 동북동쪽 50㎞ 해역에서 규모 4.1 지진이 발생했다.

북위 36.16도, 동경 129.90도이며 발생 깊이는 21㎞다.

이로 인한 유감신고는 경북소방본부에 5건(10일 오후 3시 기준)밖에 들어오지 않았다. 피해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육지와 먼 바다에서, 그것도 발생 깊이가 20㎞가 넘는 심해(深海)에서 발생한 지진이어서 진동을 느낀 시민들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이번 해상지진이 포항지진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유는 가장 가까운 행정관서를 기준으로 지진에 붙을 이름을 정하기 때문이다.

기상청이 지진에 대해 이름을 붙일 때는 시청이나 구청과 같은 관공서를 기점으로 한다.

이번 동해바다에서 일어난 지진과 가장 가까운 행정관서는 50㎞ 떨어진 포항시 북구청이다.

기상청 지진화산국 관계자는 “지진 통보문을 낼 때는 신속하고 명확한 내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거리에 상관없이 국민들이 곧바로 알 수 있도록 가까운 시·군·구를 기준으로 작성해 발표한다”며 “기억하거나 인지해둘 필요가 있는 지진은 이후에 지진 명칭을 붙인다. 지난 10일 지진의 경우는 포항해역지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은 육지(관공서 기준)에서 70㎞를 벗어나면 지명의 이름이 빠진다.

70㎞ 내에서 발생한 진도 5 이상의 지진은 육지에 진동이나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자료가 있기 때문에 기상청에서는 육지와의 최소 거리를 70㎞로 잡고 있다.

또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전국 주요 섬 10곳도 지진 명칭을 붙이는 기준이 된다.

두 사례에 해당되지 않을 경우가 되면 ‘2019 동해남부해역지진’처럼 연도와 바다의 이름이 들어간다.

포항시 북구청에서 50㎞나 떨어진 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을 ‘포항지진’으로 부르는 데에 법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문제는 없다.

다만, 지역 특수성이나 상황을 고려할 필요는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2017년 규모 5.4의 강진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뒤 한창 복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포항시와 시민들에게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시민 김모(52·여)씨는 “포항하면 영일만이나 과메기, 포스코, 호미곶 등 명소나 상징이 많았는데, 지금은 모두들 지진만 생각한다”며 “내 고향 포항에 지진도시라는 오명이 붙었다는 게 참 슬프다”고 말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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