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희선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신희선 숙명여대 기초교양대학 교수·정치학 박사

체육계도 ‘미투(#MeToo)’다.

쇼트트랙 심석희 선수를 지도했던 조재범 코치가 상습 폭행만이 아니라 강간, 상해 혐의로 추가 고소되었다.

어린 선수들의 몸과 마음에 고통과 상처를 준 코치와 감독의 성희롱과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면서 체육계를 구조적으로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는 학교운동부 및 합숙훈련을 특별 점검하기로 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을 구성하여 대한체육회 소속 선수 13만명의 실태를 전수조사하기로 했다.

체육계 성폭력 이슈를 보며 스포츠 정신, 코치의 역할과 코칭의 의미를 생각해 본다. 스포츠 정신은 선수가 자신이 땀 흘린 만큼 최선을 다해 정정당당 겨루고 공정한 심판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고, 승리보다 과정을 중시하는 자세를 포함한다. 그러나 지금의 체육계는 과연 스포츠 정신이 살아 있는지 궁금하다. 대한체육회가 절대 권력으로 군림하였다고 한다. 선수로서의 성장과 경기출전권 등 모든 것이 감독과 코치의 손에 의해 결정되었다.

선수들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지상과제가 된 ‘스카이 캐슬’에서 선수들의 인권은 뒷전이었던 것이다.

일등주의 문화, 상명하복 분위기에서 선수 개인에 대한 인격적인 존중은 무시되어 왔다. 수면 위에 드러난 것만 보더라도 코치의 욕설과 폭행이 다반사였고, 일부 여성 선수들은 성추행과 성폭력까지 감수해야 했다.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것이 덮어졌다.

스포츠 정신에 반하는 체육계의 고질적인 병폐는 차제에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체육계에 몸담고 있는 이들에게 인권교육과 성교육이 철저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선수들이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습권을 보장해 주고, 합숙시설에서 군대처럼 훈육하는 시스템 개선도 필요하다.

스포츠계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자 모두가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 무엇보다 코치와 선수간에 개방적인 학습 파트너십에 기반한 코칭이 자리 잡아야 한다.

‘코치’는 스포츠 분야에서 시작하여 지금은 비즈니스 코칭, 커리어 코칭, 라이프 코칭 등의 형태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코칭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하면 코칭을 받는 사람이 더 나아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갖고 이루어지는 활동이다. 엘리자베트 하버라이트너는 ‘코칭 리더십’에서 “코칭이란 지원을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인지하고 확대하여 능력과 의욕을 높일 수 있게 하는 리딩 방식”이라고 정의하였다. 스포츠 영역에서 코치는 자신의 선수시절 경험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코칭을 통해 선수들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도록 도와주며 최선의 길을 안내해주어야 한다.

선수의 가능성을 믿고 가장 가까이에서 성장을 도와주고 지원하는 것이 코치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코치와 선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관계다. 이는 코치가 성실한지, 언행이 일치한지, 약속한 것을 이행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통해 선수들은 코칭을 받으며 자연스레 알게 된다. 코치가 하는 코칭이 선수들이 보다 효과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도록 일깨워주고 자신의 역량을 개발해 가도록 유도함으로써 성취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코치와 선수간에 인간적인 존중과 신뢰가 없는 금메달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코치를 선수가 고발하는 지금의 한국체육계의 현실을 보며, 근본으로 돌아가 묻는다.

“코치는 코치이(coachee)를 한 인간으로 정중하게 존중하여 대한다. 코치는 개인적으로, 성적으로, 재정적으로 코치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국제코칭협회 윤리원칙을 체육계 코치들이 알고 실천했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