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면제됐던 흥해 주거시설
이르면 내달부터 지원 끊길 전망
한전 “근거 없어져 연장 더 못해”
얼음장 컨테이너생활 걱정 태산
주택 임대료 지원도 연말까지만
시 “이주대책 등 확정된 것 없어”

포항시 북구 흥해읍 약성리에 마련된 이재민 주거시설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전경. /경북매일 DB

규모 5.4의 11·15지진 수습이 진행중인 가운데 피해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한 온정의 손길부터 잇따라 끊기기 시작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흥해 이재민 주거시설인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 지원되는 전기요금 면제정책이 끝난다. 포항시가 국민임대주택 이주민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납해주고 있는 월 임대료 지원 등도 금년 12월부터 멈춘다. 포항시 등 관계 기관은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탁상공론’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전은 흥해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한 전기요금 면제정책을 연장할 수 없다고 밝힌 것으로 20일 드러났다. 법적, 제도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를 든다. 한전 관계자는 “전기요금 면제는 대통령의 특별재난지역 선포, 재난지역 특별지원 기준 등 회사 예규에 따른 것”이라며 “앞으로는 더 이상 이재민 생활시설에 전기세를 면제해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지진 이후 포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서 한국전력은 재난지역 특별지원 기준에 따라 6개월간 이재민들이 생활하고 있는 임시 가건물의 전기요금 전액을 면제했다. 이어 특수상황임을 감안해 산업통상자원부와의 협의를 거쳐 전기요금 100% 면제를 3개월 연장했으며, 추가 3개월간은 전기요금 50%를 감경조치했다. 해당 정책으로 흥해 이주단지로 이주해 온 이재민들은 입주 이후 12개월간 전기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에서 전기요금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단열에 취약한 컨테이너의 특성 때문이다. 컨테이너 안에서 냉·난방을 하지 않으면 실내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은 여름철에는 40℃를 넘어서는 폭염 속에, 겨울철에도 영하권의 날씨를 견디면서 살아야 한다. 한여름에 에어컨을 잠시라도 꺼 두면 10분 이내에 실내온도와 외부온도과 같아지고 겨울철에는 외풍으로 인한 한기가 벽면과 천장에 가득해 방 바닥에 설치된 전기패널로는 겨우살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누진제가 적용되는 전기를 마음껏 틀 수도 없다. 여름철에는 근처 노인정이나 나무 아래서 부채질을 하지만 겨울에는 방법이 없다는게 이재민들의 호소다.

한 이재민은 “겨울철 난방시설이라곤 바닥에 설치된 전기패널이 전부인데, 전기요금 걱정에 마음껏 틀 수도 없고, 안 틀자니 한기가 집 안에 가득해 참 서럽다”며 “우리도 전기요금을 아끼기 위해 우선 이주단지 주위로 바람막이 시설물을 설치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묵묵부답”이라고 말했다.

지진 피해로 자신의 집을 떠나 전세임대나 LH국민임대주택에 얹혀 살고 있는 이들도 앞길이 막막하다.

포항시는 국민임대주택에서 생활하는 이재민들에게는 월 임대료를 지원해주고 있으며, 국민임대주택에 포함되지 않은 이재민에 한해서는 최대 1억원의 전세임대 보증금을 지원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입주부터 2년이다. 국민임대주택에 살고 있는 이재민들은 지난해 12월 기준 390가구, 전세임대주택 가구는 387세대다. 이외에 지진으로 집이 소파, 반파, 전파 판정을 받은 이재민들은 부영그룹에서 지원한 ‘포항 오천 부영사랑으로’아파트 등 포항 곳곳에 입주해 있다.

문제는 후속 대책이 전무하다는 것. 이르면 올해 12월부터 차례대로 계약이 만료되지만, 아직까지 연장 가능 여부나 추가 방안이 없어 이주민들의 걱정이 태산이다. 시민 최모(48)씨는 “부모님이 전세임대주택을 얻어 살고 있는데, 올해 계약이 끝나는 마당에 아무런 대책을 전달받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재개발이나 재건축, 도시개발 등 허울은 좋지만, 진행상황을 보면 말 그대로 속 빈 강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주대책과 관련한 시책은 아직 하나도 수립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계획을 세우고는 있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때가 되면 전기요금부터 임대주택 이주민들정책까지 공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기요금의 경우, 지난달 기준으로 사용량이 600㎾를 넘어서는 ‘희망보금자리 이주단지’ 이재민들에 한해 현 주택용 전기를 일반용 전기로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이럴 경우 누진제가 적용되는 주택용 전기요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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